세상일은 사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뿜어내는 기운과 우주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 조화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나로 살 수 있도록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며,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한다. 반동 인물의 힘을 키우주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의 힘을 믿고 기다린다.
다시 감인대(堪忍待)를 소환한다. 사바 세계는 견디고 참고 기다리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힘든 일이 있으면 견뎌내야 하고, 화나는 일이 있는 참아야 하고, 절망 앞에서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며 살라는 말이다. 견디고, 참고, 기다린다. 인생 고해(苦海)를 건너는 게 우리의 삶이다. 원효의 말, "일인(一忍)이 장락(長樂)"이 오버랩 된다. 한 번 꿀꺽 참는 게 오랜 즐거움이다. 그리고 조바심 낼 것 없다. 급하게 서두를 것 없다.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사람 사는 일이라는 게 다 때가 있다.
다시 <<동경대전>> 이야기로 돌아 온다. 수운(水雲) 최제우의 제자 최시형은 천시(天時)를 알았던 인물이다. 최시형의 호는 해월이다. 그는 '고비원주(高飛遠走)'를 안다. 스승 수운이 "물과 구름'이다. 용담에 흐르는 물과 구미산에 서린 구름을 상징하는 것 같다. 그런데 수운이 제자 최경상(최시형)에게 '해월'이러는 호를 내린다. 용담의 물이 사해(四海)로, 그 사해에 떠 있는 달로 광활한 바다를 비추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 해월은 '고비원주(높이 나르고, 멀리 뛰는 기술)'을 알았다. 오늘 아침 나도 '고비원주'할 생각이다. 그게 지난 해부터 고민해 오던 '건너가기'이다.
최근의 고민이다. 모든 일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도 이유가 있어서 만난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모든 만남에는 의미가 있으며, 누구도 우리의 삶에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 내가 만난 누구든 크고 작은 자국을 남겨 나는 어느덧 다른 사람이 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는 맛은 관계이고, 거기서 일어나는 활동의 폭이 확장될 때 일어난다. 게다가 관계와 활동 속에서 일어나는 수렴하고 발산하는 순환 가운데 내가 다르게 변하는 것이다. 이걸 우리는 성장이라 한다. 소유 욕망에 사로잡혀 집착하기보다 존재로 건너가기를 하며, 자유를 확장해 나갈 때 발산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관계와 활동이 작동된다.
보르헤스의 말이다. " 우리의 삶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들은 각각 특별한 존재이다. 누구든 항상 그의 무언가를 남기고, 또 우리의 무언가를 가져간다. 많은 것을 남긴 사람도 적은 것을 남긴 사람도 있지만, 무엇도 남기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누구든 단순한 우연에 의해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분명한 증거이다." 어딘 가에 나에게 정해진 섭리나 계획이 있고,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사람들이 내 앞에 나타난다. 지금의 내 삶에 그 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들은 온다.
내가 잘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동네 '수운교'는 동학계의 일파로서 수운천사(일명 李崔出龍者,이최출룡자, 원래 이름은 李象龍, 이상용)를 교주로 삼고 있다. 최제우를 교조(敎祖)로 하여 하느님을 숭배하는 종교이다. 한때 교세가 왕성하여 서울에 본부를 두었으나 교조문제로 천도교와 의견 차이가 생겨나, 1923년 서울에서 천황교를 창립하고자 하였으나, 일제가 이를 허락하지 않자 우리 동네에서 수운교를 창립한 것이다. 어쨌든 수운교는 동학 계열의 민족 종교이다. 교주 이상용은 수운 최제우의 영이 자신에게 옮겨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부를 우리 동네에 정한 후, 천단을 쌓고 포덕 활동을 전개하자 전국에서 신자들이 모여들어 수운교 촌을 형성했다. 5공 시절 군사정부는 수운교 본부 인근을 군사 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다른 곳을 쫓아내려고 했다. 수운교 신앙촌은 군사 정부에 의해 사라졌고 자운대가 들어섰다. 수운교는 법정 소송을 통해 현 위치에서 자기네 종교 시설을 지켜 현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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