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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존엄주의(dignocracy) 교육

지난 몇 주전부터 나도 김누리 교수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읽으면서 한시도 내 머리를 떠나지 않은 주제이다. 특히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에 무기한 집단 휴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교육혁명 정말 절실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사범대학을 나왔지만, 학교 현장을 일찍 떠나, 프랑스 유학을 하고 왔는데, 교육 현장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파리 목숨처럼, 강의하고 또 잘리고, 강의하고 잘리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거의 다 정리하고 새로운 교육 문법을 만들어 보려고 마을 공동체 <우리마을대학>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교육은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학습을 통해 인지적 성장을 견인하며, 진로준비와 사회적 소양 함양을 통해 어엿한 직업인 및 민주적 시민을 키워내야 한다. 존엄한 인간을 기르는 교육,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키우는 교육을 할 때이다. 존엄이란 프랑스어 라 디니떼 (la dignite), 영어로 디그니티(dignity)라 하는 데, 이 말의 뜻은  한 개인은 가치가 있고 존중 받고 윤리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를 갖고 있는 말이다.

반면 우리 사회의 교육은 능력 우선주의이다. 김누리 교수는 이를 능력주의(meritocracy)라 했고, 이를 존엄주의(dignocracy) 교육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엄한 인간을 기르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수월성 교육에서 존엄성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독일처럼 경쟁 교육을 완화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김누리 교수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쟁교육은 야만'이라고 자주 말했다. 경쟁을 멈추어야, 교육이 성숙한 시민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교육 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교육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거나, 사회적 정의가 유리되며, 학벌계급사회가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인적인 경쟁교육 때문에 아이들이 기형 화되고, 우리의 삶이 황폐화되었다. 김교수에 의하면, 우리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나라가 된 것은 역사적, 사회적 이유가 다음과 같이 있다고 김누리 교수는 주장했다. 나도 동의한다.
• 정신사적인 이유: 일제 시대를 풍미하던 사회적 다위니즘(생물계에서 발견되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인간사회도 지배하기 때문에 우수한 자가 열등한 자를 정복한다는 이 생각은 바본주의 사회에 고유한 불평등 및 전쟁과 식민지 정복을 합리화 하려는 동기에서 생겨나게 된다.) 사상이 해방 후 미국식 자유시장주의 이데올로기와 결합하면서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경쟁절대주의가 탄생한 것이다.
• 불평등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불평등은 세계 최고 강도의 경쟁을 초래했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경쟁이 심한 법이다.
• 전통적 지배질서(establishment)가 붕괴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식민지 지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지극히 평등지향적인 사회가 생겨났지만, 이 평등의 들판에서 학벌이라는 괴물이 새로운 신분적 대체물이 됨에 따라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학벌계급사회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 나라는 '30-50 클럽'에 속한 7개의 나라 중에서 제국주의의 과거가 없는 유일한 나라이다. 그래 우리 나라는 도덕적으로 깨끗하다. 따라서 포스트-코로나에서 새로운 영감과 희망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나라이다. 조건이 있다. 우리가 교육혁명을 통하여 '경쟁 없는 교육'을 실현하고 학벌 계급사회를 타파할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은 가장 역동적인 나라, 가장 멋진 공동체로 부상할 수 있다. 김누리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교육혁명이 이 '고단한 사회'에서 '고상한 나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것이 일상에서 이루어야 할 민주화이다.

김교수는 교육 혁명으로 다음 4가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학 입시 폐지=대입자격 고사화
• 대학 서열 폐지=대학통합네트워크
• 대학 등록금 폐지=대학 무상교육
• 특권학교 폐지=고교 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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