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페이스북>에서 만났다. 나에게 페이스북은 세상과 만나는 창이다. 물론 대충 보고 지나가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좋은 글들을 만난다. 다음과 같은 글을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얼굴을 가지기를 원한다. 관상을 잘 믿지 않는 사람도 누가 '당신 관상이 좋다'고 하면 금세 입이 벌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백범 김구 선생이 젊었을 때의 일이다. 청년 김구는 열심히 공부해서 과거시험에 응시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당시엔 인맥과 재물이 없으면 출세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밥벌이라도 하려면 관상이라도 배워보라고 권했다. 김구는 <<마의상서>>라는 관상책을 구해 독학했다. 어느 정도 실력을 연마한 그는 거울을 갖다 놓고 자신의 관상을 보았다. 가난과 살인, 풍파, 불안, 비명 횡사할 액운이 다 끼어 있었다 최악의 관상이었다. '내 관상이 이 모양인데 누구의 관상을 본단 말인가!' 때마침 장탄식하던 김구의 눈에 책의 마지막 구절이 들어왔다.
얼굴 잘생긴 관상은 몸이 튼튼한 신상(身相)만 못하고 몸이 좋은 신상은 마음씨 좋은 심상(心相)만 못하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심상>관상>신상. 얼굴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사람의 진면목은 마음에서 나온다. 언젠가 신영복의 『강의』에서도 읽은 적 있다. 백범 김구가 자주 인용했다는 ‘상호불여신호(相好不如身好)’를 소개하고 있었다. 얼굴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실제 생활에서 건강은 미모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신호불여심호(身好不如心好)’, 즉 신체가 건강한 사람보다는 마음이 좋은 것이 더 중요하다 했다. 여기서 우리에게 흥미를 주는 것은 ‘마음’의 문제이다.
백범 김구가 읽은 <<마의상서>>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고 한다. 이 책을 쓴 마의선인이 길을 걷다 나무하러 가는 머슴을 만났다. 그의 관상을 보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마의선인은 머슴에게 “얼마 안 가서 죽을 운명이니 너무 무리하게 일하지 말게.”라고 일렀다.그 말을 들은 머슴은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그때 나무껍질이 계곡물에 떠내려왔다. 머슴은 나무껍질 위에서 개미떼들이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을 보고는 측은한 생각에 껍질을 건져 개미들을 살려주었다. 며칠 후 마의선인은 그 머슴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의 얼굴에 서려 있던 죽음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부귀영화를 누릴 관상으로 변해 있었다. 작은 선행이 그의 관상과 운명까지 바꾼 것이다. 머슴에게서 개미 이야기를 들은 마의선인은 크게 깨닫고는 <<마의상서>>에 글을 남겼다. 김구가 읽은 마지막 장의 심상이 그 대목이다.
"사람들은 턱을 깎고 새 눈썹을 만드는 성형으로 자기 얼굴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의 진면목은 마음에서 나온다. 남에게 호감을 주는 얼굴을 가지려면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 심성이 착하고 남을 돕고 배려하면 얼굴이 부드럽게 변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야기도 만났다. 중국 당나라에 배도라는 사람이 있었다. 길에서 유명한 관상가를 만난 그는 자기관상을 한 번 봐 달라고 청했다. 관상가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말하기 민망하지만 당신은 빌어먹을 상이오."
관상가의 말을 들은 배도는 타고난 운명을 어쩔 수 없다면 남에게 좋은 일이라도 하고 죽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선행을 베풀었다. 세월이 한참 지나 배도는 길에서 그 관상가를 다시 만났다. 관상가는 배도를 찬찬히 살피더니 깜짝 놀라 말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오. 당신의 상이 바뀌었소. 당신은 이제 정승이 될 상이오." 실제로 배도는 훗날 벼슬길에 올라 정승이 되었다.
조선 후기의 문신 성대중이 쓴 <<청성잡기>>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한다. "사람의 관상을 보는 것보다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낫고 사람의 말을 듣는 것보다 사람의 행동을 살펴보는 것이 낫고 사람의 행동을 살펴보는 것보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이 낫다." 얼굴보다 말을, 말보다 행동을, 행동보다는 마음을 보라는 당부다. 좋은 마음이 좋은 얼굴을 만든다. 반면 좋은 얼굴을 가지고 있더라도 나쁜 마음을 먹으면 사악한 인상으로 바뀔 것이다.장자가 말하는 진인의 모습은 이런 마음의 태도에서 나온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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