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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연 철학(然哲學)

도올은 "서구가 추구해온 근대라는 이념을 추종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했다. 나는 그의 주장에 눈이 크게 떠졌다. 그가 나열한 서구의 근대가 낳은 것들을 살펴본다.
- 터무니 없는 진보의 신념
- 인간의 교만
- 서양의 우월성
- 환경의 파괴
- 불평등의 구조적 확대
- 자유의 방종
- 과학의 자본주의에로의 예속
- 체계(system)의 인간세 지배
- 민주의 허상
이런 서구적 패턴을 우리가 반복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참다운 평등과 조화는 오로지 황제적인 신이 사라지고, 모든 인간이 하느님이 될 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하느님이다(인내천, 人乃天), '사람을 하느님으로 공경하라(사인여천, 事人如天)이 동학의 기본이다.

한동안 수운 최제우를 공부할 생각이다. 이는 운명이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수운교"가 잘 버티고 있다. 힘들 때, 나는 거길 간다. 아마도 대전에서 가장 기운이 좋은 곳 같다. 거기만 다녀오면 머리가 맑다. 안타까운 것은 군부대가  그 앞 길을 차지하고 있다.

갑자기 장자를 이야기 하다가 샛길로 빠진 것은 '소연'이라는 말 때문이다. 그 말의 뜻을 찾다가 만난 것이 "불연기연(不然其然)"이라는 말이다. "동학의 하느님 속에서는 초월과 내재, 유일신과 범신, 인격과 비인격, 존재와 생성, 우연과 필연, 불연(不然)과 기연(其緣)의 모든 언어적 간극이 다 해소되어 버린다."(도옥 김용옥)

동학의 기본원리가 '불연기연(不然其然)'이다. '그렇지 않기도 하고, 그렇기도 하다' 그러니까 '그러하지 아니하다'로 해석된다. 이는 생명의 무궁한 변화와 진화를 파악하는 생명의 논리이다. 저 너머에 신이 있는 게 아니, 이 현실 속에서 모든 게 다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는 동양 최초의 진화사상이다. 세상에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관심 있는 것과 관심 없는 것 등이 있는데, 우리들은 아는 것과 관심 있는 데만 열중하고 말을 한다. 세상 만물의 이치를 깨달으려면 단순히 믿음만으로만 하면 인 되고 천지의 도를 이해하고 깨달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운 최제우의 철학을 "연 철학(然哲學)"이라 한다. '연'은 '그렇다'는 긍정의 의미를 지닌다. 그러니까 '불연기연'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의 뜻이 된다. 이는 부정을 통한 대 긍정의 의미로 해석된다. 세상사가 처음에는 전부 부정적으로 보였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생각해 보니까 이해 못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대 긍정을 이야기할 것으로 풀어 수 있다. 이게 '연 철학'이다.

이 연철학과 연결되는 것이 경주 최 부잣집 가훈과 연결된다. 최 부잣집은 자식들에게 교육 시킬 때 '육연(六然)"을 강조했다 한다. 이 '6연'이란 '6가지를 그래야 한다'는 가훈이다. "조용헌 살롱"에서 얻은 생각이다.
(1) 자처초연(自處超然): 혼자 있을 때는 초연하라.
(2) 대인애연(對人靄然): 사람을 대할 때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만나라.
(3) 무사징연(無事澄然): 일이 없을 때는 맑고 고요 하라.
(4) 유사감연(有事敢然): 일이 있을 때는 과감 하라
(5) 득의담연(得意淡然): 뜻을 얻었을 때에도 담담 하라.
(6) 실의태연(失意泰然): 실패했을 때에도 태연 하라.

이를 보면, 만석꾼, 오늘날 부자를 유지한다는 것은 재테크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인격적인 수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장자>>가 말하는 참된 인간의 모습, 즉 진인 이야기를 하다가 샛길로 나왔다. 이어지는 진인 이야기는 내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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