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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가재미를 한자어로는 비목어(比目魚)라 한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내 소울 메이트의 오빠가 자기를 못 알아볼 정도로 아프시단다. 보내준 병문안 사진이 내 마음에 빗금을 그었다.

그래 마침 다음 주에 만날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를 공유하고 싶다. 시를 읽다 보면, 우리는 시 속의 그녀처럼 무언가 울컥한다. 그러면서 암투병 중인 그녀가 그려진다. 그녀는 가재미처럼 살아오다가, 지금은 아파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누워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이 눈 앞에 선하다. 물 밖에 누운 그녀는 이젠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가재미의 눈으로만 세상을 본다. 시인은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의 가재미로 눕는다." 고단한 가재미의 삶에 대한 또 다른 가재미의 사랑 방식이다.

가재미를 한자어로는 비목어(比目魚)라 한다. 말 그대로 하면, '눈이 나란한 고기"이다. 바다의 비목어, 하늘의 비익조, 땅의 연리지는 한 의미의 세 단어이다. 친구 오빠가 쾌차(快差)하셨으면 한다.

가재미/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 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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