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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신명(神明)을 이야기 한다. (1)

3012.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11월 14일)

매주 수요일은 아침 7시에 집에서 나간다. 그러다 보니 <인문 일지>를 쓰는 시간을 빼앗겼다. 대구까지 강의를 가다 보니 일찍 나간다. 그래 오늘 오후에 시간이 났다. 몇 일전부터 사유하고 있는 '신명(神明)' 이야기를 나누어 <인문 일지>로 공유한다.

신명(神明)을 이야기 한다. (1)

신명은 마음이고, 마음은 먹는 데서 나온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세상 일은 '마음 먹기'이다. 그러면 언제 우리는 마음을 먹는가? 부족하고 결핍하여 먹을 게 없을 때 마음 먹는다. 그때가 간절하고 절실한 때이다. 절심함은 간절함과 유사한 뜻이고, 간절히 원하는 상태를 말한다. '간절(懇切)함'이란 신체기관 중 가장 무딘 기관인 간이 절절해 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바라고 원하는 상태이겠는가? 모든 것은 간절함의 차이이다. 간절(墾切)이 원하면 무엇이든 얻는다. 간절함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증폭시키는 힘이 있다.

오늘 아침 하려는 이야기는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이라는 거다. 내 마음이 가는 길이 나 자신으로 가는 길이어야 한다. 그렇게 나와 나 자신이 하나 될 때, 나는 내 삶을 살 수 있다. 지금 내 마음이 가는 곳이 어디인가 묻는다. 왜? 마음이 가면, 그 곳에 기운(氣運)이 모이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그 기운이 가는 길에 '혈(穴)'이 따라 가기 때문이다.  '혈'이라는 말은 풍수지리설에서 쓰인다. "'정기(精氣)"가 모인 자리"라 한다.  한의학에서는 "침을 놓는 올바른 자리"로 쓰인다. 흔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림프 순환이 저하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림프구 수를 감소 시켜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파괴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혈자리를 자극하면 주변 조직의 피의 순환이 원활해 진다. 그러니까 흐름이 좋아지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자리를 눌러 호흡을 조정하고 긴장을 완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사람은 정(精), 기(氣) 신(神)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 가지가 비슷비슷한 말로 정신(精神), 정기(精氣)라는 말처럼 서로 어울려 인간의 정신 작용을 뜻한다. 그러나 약간의 뉘앙스(미묘한 차이)는 있다.
▪ 정(精)이 '정력(精力)'이라고 할 때처럼 성인(成人)의 활동력을 지탱해 주는 기본적인 요인으로 몸이고,
▪ 기(氣)가 '기운(氣運)'이나 '원기(元氣)'라고 할 때처럼 사람을 건강하고 힘차게 살아가게 하는 힘, 에너지라면,
▪ 신(神)은 '신난다'고 할 때처럼 사람에게 활기와 흥을 돋워 주는 힘으로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가 '기'이고, 그 에너지의 활동은 '정'이고, 그 결과로써 '신'을 얻는 데, 그 때 우리는 '신바람이 난다'고 하는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신'이란 그리스어의 '프시케(psyche)'나 그리스 철학에서 말하는 '다이몬(daemon)'이나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Henri Bergson)이 말하는 '엘랑 비탈(elan vital)'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좀 더 부연 설명을 한다. '정(精)'은 몸을 말하며, 정력이란 말처럼, 우리의 활동력을 말한다. '신(神)'은 마음으로 우리가 말하는 정신이다. 정신력이란 말할 때 '신'이다. 이 '정'과 '신'에 '기(氣)'가 들어갈 때 우리는 생명체가 된다. 정리하면, 사람은 '마음이 가면 기운이 모이고, 기운이 가는 곳으로 혈이 따라 가며 서로 다 소통하게 한다. 한 마디로 막히지 않고 흐름이 좋게 한다. 기(氣)는 어디서 오는가?  호흡, 즉 '숨 쉬기'이다. 들숨과 날숨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숨을 잘 쉬는 것이다. 기가 막히면 병이고, 나가버리면 몸은 시체가 되고, 정신은 귀신이 된다. '기통 차다'는 말도 기가 소통이 잘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들숨과 날숨을 잘 조절해야 한다. 사람이라는 생명체는 '기'의 작용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 건강하다는 말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숨을 잘 쉬는가? 단전의 힘을 키워 들숨과 날숨을 조절하며 조화를 꾀한다.
▪ 밥을 잘 먹는가? 이 문제는 먹고 마시는 것까지 따지는 것이다. 그리고 음식을 먹은 만큼 잘 배설해야 한다.
▪ 마음이 편안한가? 스트레스 문제이다. 

살면서 스트레스를 안 가질 수 없다. 그러니 문제는 마음이 긴장한 만큼 다시 이완 되어야 한다. 그러니 긴장의 양만큼 이완의 양도 많아야 한다. 우리가 살면서 긴장 없이 살 수 없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 지나친 욕심, 과한 피로 등이 스트레스를 만든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심해지며 계속 이어지면 병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각자 이완 하는 다양한 방법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운동이나 취미 생활 그리고 음주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이나 명상이나 참선을 통해 이완 할 수도 있다. 가끔씩 여행하는 것과 인문학 공부를 통해 구분하고 분류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권유한다.

이완은 익숙한 일상으로 벗어나 낯설지만 신나는 삶으로 옮기는 감행을 통해 '엑스터시(ecstasy)'를 만나야 한다. '엑스터시'란 현재 안주하고 있는 상태로부터 자신을 강제로 이탈시키는 행위이다. 입신하는 무당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좀 어렵게 말하면 '엑스터시'란 과거나 사회가 자신에게 부여한 수동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마음에서 얻게 된다. 실제 방법론으로는 '몰라'하면서 자신의 이름까지도 잊는 것이다. 그러면서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무아지경'으로 들어가는 감행이다. 아마도 장자가 말하는 오상아(吾喪我), 자신을 장례시키는 자기 살해 행위이다. 이를 통해 긴장을 해소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마음이 가면 기운이 모이고, 기운이 가는 곳으로 혈(穴)이 따라 간다. 사람의 몸은 한 마디로 ‘생명체’ 이다. 생명체는 '정(精)', 기(氣)',  '신(神)' 세 가지로 돼 있다. '정(精)’은 몸뚱아리, ‘신(神)’은 마음(정신)이다. 여기에 ‘기(氣)’가 들어갈 때 생명체가 된다. 동의보감에서 이를 ‘삼보(三寶)’라고 불렀다.  '기(氣)'는 호흡이다. 숨 쉬는 거다. ‘기’가 막히면 병이고, 나가버리면 몸은 시체가 되며, 정신은 귀신이 된다. 그래서 기의 작용이 무척 중요하다.  

그러니까 '정', '기', '신'은 기본적으로 생명, 욕망, 신체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있어야 우리가 살아간다고 하는 거다. 문제는 '정'과 '기'는 이해하는데, '신', 즉 삶의 방향을 소홀히 한다. 이미 행복, 성공, 이런 것들의 방향이 정해져서 '정'과 '기'를 그쪽으로 쓰면 된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것이 '신'이다. '신'은 우리들의 삶의 방향이다. 사람이 방향이 없이 살 수 없는데, 이 부분은 보이지도 않고 티도 안 나고, 내가 무슨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도 모르는 체, 우리가 캄캄한 암흑 상태에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니까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은 기운으로 산다'는 거다. '기운'이란 말의 정의는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만물이 나고 자라는 힘의 근원"이라고 한다. 일상 생활에서는 '기운이 없다'는 말처럼, '사람이나 동물이 활동하거나 일을 하는 데 필요한 힘'을 말한다. '기운'에는 한자가 없다. 다만 기(氣)에서 왔을 것으로 본다. '기운'은 비슷한 뜻인 '힘'보다 더 근원적인 것을 부르는 말 같다. 영어로 '기'는 'energy'로, '힘'은' force'가 된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기운이 외부에 밀거나 당기는 힘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 힘을 나는 '신바람'이라고 생각한다.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정은 질료(質料)라 한다. 질료가  있어야 우리가 그걸 가지고 변형을 한다. 그게 신장에서 만들어진다 한다. '정'은 우리 안에 액체로 이루어진 모든 것을 말한다. 사람을 만들고, 문명을 건설하고, 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 정이라는 질료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다음 이 질료를 움직이는 엔진이 '기'이다. 그걸 주관하는 장기가 폐라 한다. 폐로 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신장에서는 남성의 정액이나 여성의 생리 혈 같은 원초적 질료가 구성이 되고, 폐에서는 호흡을 통해서 이걸 계속 순환을 시켜야만 우리는 살아 있는 거다. 순환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렇게만 해서는 살 수 없다. 이 질료와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쓸 것인가 중요하다. 그 방향이 없이 살면, '정'과 '기'를 그냥 자기도 모르는 방식으로 막 쓴다. 우린 이걸 맹목(盲目, 이성을 잃어 적절한 분별이나 판단을 못하는 일)이라 한다. 맹목은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이 아니고, 다 파괴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이게 '신'이다. 그건 심장이 주관한다고 한다. "신'이 정해지면, 우리는 '신명'을 얻을 수 있다. 그때 우리는 하루 살아내는 기적이 생긴다.

기적은 특별한 게 아니다.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보내면 그것이 기적이다. 기적이란 어떤 열망했던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것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인과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리고 인생은 누구에게나 사적(私的)이어야 한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이 의도적으로 정성스럽게 하고 싶어서 무슨 일을 할 때, 기적이 일어난다. 그렇게 하고 싶은 자신을 만들 때, 그런 헌신은 자연스럽고 자유롭고 간결하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커왔다. 부모와 학교로부터 '해야 하는 재미가 없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신나는 일'을 교육을 통해 세뇌를 받으며 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누구나 자신이 완수해야 할 한 가지 고유한 임무가 있다. 자신을 가만히 살펴보는 고독을 통해, 그 임무를 터득하고, 아니면 스승을 통해 지도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어려서 부터 동료 들과의 경쟁 속에서, 자발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일보다는, 부모와 친구들이 좋아하고, 대중이 흠모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그런 직업을 선택하여 인생을 보낸다. 만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스스로 자발적으로 선택한 의도적인 일이 아니라면, 거기에는 신명(神命)도 창의성도 없다. 신명을 깊은 몰입을 통해 들리는 신의 목소리이고, 창의성은 온전한 집중을 통해 등장하는 신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것만이 내 관심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다가, 저녁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면 그게 기적이다. 어제는 긴 하루를 보내고 집에 잘 돌아온 기적의 날이다.


기적/심재휘(1963∼)
 
병실 창밖의 먼 노을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저녁이 되니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네
 
그 후로 노을이 몇 번 더 졌을 뿐인데
나는 그의 이른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루하루가 거푸집으로 찍어내는 것 같아도
눈물로 기운 상복의 늘어진 주머니 속에는
불씨를 살리듯 후후 불어볼 노을이 있어서
 
나는 그와 함께 소주를 마시던 술집을 지나
닭갈비 타는 냄새를 지나
그의 사라진 말들을 지나 집으로 간다
 
집집마다 불이 들어오고
점자를 읽듯
아직 불빛을 만질 수 있는 사람들이
한 집으로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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