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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지만계영(持滿戒盈)': 차면 덜어 내고 가득 참을 경계하라.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8월 17일)

8월 17일, 오늘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예로부터 '100'(百)이라는 숫자는 우리와 매우 친숙하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사람으로 환생하기 위해 마늘과 쑥을 먹으며 인내한 기간이 100일이었고, 간절한 소망을 담아 100일 기도를 한다.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째 되는 날 잔치를 열어 축하한다. 사람의 성장과 활동에서 숫자 100(百)은 뇌 과학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루 1분 학습법'의 저자 키시모토 하로시는 100일의 의미를 대뇌의 생리상 특성으로 설명한다. 한 가지 습관을 들이는 데 보통 석 달(100일) 정도가 걸리는데, 이 때 대뇌세포에 동일한 자극이나 흥분이 100회(1일 1회, 약 3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주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즉, 대뇌 세포에 뻗어 있는 수상돌기가 자극이나 흥분에 의해 다른 뇌세포와 연결되고, 지방막까지 퍼지는 데 3개월 정도 걸리고, 이러한 뇌세포의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쉽게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근간이 되는 온 국민을 이르는 백성(百姓)의 한자는 '百'을 사용하는데, 이때 '百'은 '모두'를 의미한다. '온'(모두)이라는 의미를 담은 '백'(百)에 가족의 명칭이나 겨레를 의미하는 '성'(姓)을 붙여 '모든 국민'을 칭하는 말이 되는 것이다. 허신학 원지코리아컨설팅 대표에게서 배웠다. 허대표는 "윤석열 정부 100일을 요약하면 세 가지 진(眞)이 없는 삼진아웃(三眞OUT)"이라 했다. 진실(眞實)이 없고, 진정성(眞情性)이 없고, 진언(眞言)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나는 100일날에 '항용유회(亢龍有悔)'이란 말을 소환한다. <<주역>>에서 하는 말로, 하늘 끝까지 올라가서 내려올 줄 모르는 용은 반드시 후회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높이 올라간 자가 조심하고 겸퇴(謙退)할 줄 모르면 반드시 패가망신 하게 됨을 비유한 말이다. 끝까지 날아오른 용은 내려올 일 밖에 남아 있지 않다. 높은 자리에 있을지라도 민심을 잃고, 현인을 낮은 지위에 두기 때문에 그 보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무엇을 해도 뉘우칠 일 밖에 없게 된다.

항용(亢龍)에 대한 공자의 해석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빠르게 높이 올라가면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교만하여 민심을 잃게 되며,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으므로 항용에 이르면 후회하기 십상이니 이것이 '항룡유회'라는 거다. 따라서 보름달보다는 열 나흘 달이 좋고, 활짝 핀 꽃보다는 몽우리일 때가 더 가치있으며, 완전 중앙이 아닌 미앙궁(未央宮)이 더 여유가 있다. 새길 일이다. 물극즉반(物極則反), 만물이 극에 이르면 기우는 법이다. 보름달이 된 달은 조만간 작아져 초생달이 된다. 만조의 바다는 썰물로 갯벌을 드러낸다. 나라가 융성하면 쇄국의 운명을 겪는다. 생의 성숙한 노년은 죽음의 쇠락을 맞게 된다. 차고 넘치면 좋은 건만은 아니다. 왕성한 풀들은 낫을 맞게 된다. 가득 차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다 성장한 연륜은 쇠락을 맞게 된다. 만월의 달은 더 커질 수 없고 자연 줄어든다.

'지만계영(持滿戒盈)'이란 말도 소환한다. 차면 덜어 내고 가득 참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정민의 세설신어>에서 읽었다. 공자가 노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구경했다. 사당 안에 의기(欹器), 즉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운 그릇이 놓여 있었다. 묘지기에게 물었다. "이건 무슨 그릇인가?" "자리 곁에 놓아두었던 그릇(宥坐之器)입니다. 비면 기울고, 중간쯤 차면 바르게 서고, 가득 차면 엎어집니다. 이것으로 경계를 삼으셨습니다." "그렇구려." 제자에게 물을 붓게 하니 과연 그 말과 꼭 같았다. 공자께서 탄식하셨다. "아! 가득 차고도 엎어지지 않을 물건이 어디 있겠느냐?"

제자 자로(子路)가 물었다. "지만(持滿), 즉 가득 참을 유지하는 데 방법이 있습니까?" "따라내어 덜면 된다." "더는 방법은 요?" "높아지면 내려오고 가득 차면 비우며 부유하면 검약하고 귀해지면 낮추는 것이지. 지혜로워도 어리석은 듯이 굴고 용감하나 겁먹은 듯이 한다. 말을 잘해도 어눌한 듯하고 많이 알더라도 조금밖에 모르는 듯이 해야지. 이를 두고 덜어내어 끝까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방법을 행할 수 있는 것은 지덕(至德)을 갖춘 사람뿐이다."

지만계영(持滿戒盈)! 가득 찬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가(持滿)? 넘치는 것을 경계하라(戒盈). 더 채우려 들지 말고 더 덜어내라. 환공은 이 그릇을 좌우(座右)에 두고 그것이 주는 교훈을 곱씹었다. 고개를 숙여 받을 준비를 하고, 알맞게 받으면 똑바로 섰다가, 정도에 넘치면 엎어진다. 바로 여기서 중도에 맞게 똑바로 서서 바른 판단을 내리라는 상징을 읽었다. 가득 차 엎어지기 직전인데도 사람들은 욕심 사납게 퍼담기만 한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뒤집어져 몰락한다. 가득 참을 경계하라. 차면 덜어내라.

한국에서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인 하백원은 '계영배戒盈杯'를 만들었다. 그 잔도 '가득참을 경계하는 잔'이란 뜻이다. 이 잔은 술을 부으면 70%까지 채울 때는 술이 그대로 있지만, 그 이상을 넘으면 술이 없어진다. 조선 후기의 거상 임상옥은 이 잔을 늘 곁에 두고 인간의 과욕을 경계하였다고 한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 절제하지 않으면, 인간의 마음은 오만함과 과욕으로 가득차기 십상이다.

실패의 힘/최병근

잘 나가다 실패한 형님을 만났다
자네 풍선을 터뜨려본 경험이 있는가
삶도 불다가 터진 풍선 같지
어느 정도 불면 잘 가지고 놀아야 해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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