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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칼은 감추고 있을 때 무서운 법이다.

2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8월 9일)

오늘 아침은 노자 <<도덕경>> 제36장을 읽기 전에 수잔 보이치키(Susan Wojcicki) 이야기를 좀 하려 한다. 그녀는 하버드에서 문화와 역사를 전공한 문과 출신의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1998년 첫 아이 출산을 앞두고 스탠퍼드대 인근에 새집을 장만했는데 대출 이자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창고를 세놓았다. 이 창고를 임대한 사람들이 바로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었다.

수잔 보이치키는 구글의 천재들이 일 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러면서 투자라 생각하고 매달 1700달러의 임대료를 받지 않았다. 구글 창업 후 그녀는 구글의 정식 직원(16번째)으로 입사한다. 입사 후 수잔 보이치키는 자신의 매력을 떠벌리지 않았다. 품 넓게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소리 없이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갔다. 사람들은 그녀를 '구글의 엄마'라고 부르면서 따랐다. 구글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검색해서 누구나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부문에서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SNS에서는 특별한 강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페이스북에 맞서기 위해 자체적인 SNS 플랫폼을 개발했지만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유튜브(YouTube)를 인수하는 것이었지만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자존심 때문에 유튜브 인수를 망설였다. 이 때 그들을 조용히 설득한 사람이 수잔 보이치키였다. 수잔 보이치키는 자신의 매력을 감추는 엄마 리더십으로 유튜브 신화를 창조했다.

수잔 보이치키는 '혁신의 8가지 원칙(The Eight Pillars of Innovation)'을 만들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다 보면, '혁신가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에 빠진다. '혁신가의 딜레마'란 새로운 것에 투자를 해야 할지, 아니면 기존의 것을 개선시켜야 할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는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으며, 그 과정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결정을 내릴 때 길라잡이 역할을 한 혁신에 관한 원칙은 다음과 같다. (동아 비즈니스 리뷰 111호, <혁신은 그렇게 시작한다(Think Big, Start small)> 참고)

- 의미 있는 사명(使命, mission)을 갖는다. 구글의 사명은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누구나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였다.

개인도 자신의 삶을 잘 영위하려면 자신만의 사명(使命)을 가져야한다. 자신만의 사명의 울타리를 세우고 그 안에서 운동장을 만들어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명의 울타리 안에서 독서, 자연, 자신과 함께 하는 일상의 삶을 통해 심리적 안정 지대(마음 둘 곳)를 누릴 수 있는 자신만의 퀘렌시아(querencia)를 만든다.  이 퀘렌시아에서 상처를 힐링 해가며 평정심을 회복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를 도모한다. 퀘렌시아는  투우 경기에서 소가 휴식을 취하는 장소, '피난처이다. 이 안식처는 마음의 안식처, 육체의 휴식 공간 외부의 소요나 충격 으로부터 자유롭고 온전하면 충분하다.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우는 치열한 생존 경쟁, 적과 동침하며 각자도생(各自圖生)을 꾀하는 게 현대인의 피할 수 없는 일상이 된 지 오래 이다.  자존감 회복을 위한 장소이다. 회복의 쉼을 주는 곳이다. 자아 회복의 장소이기도 하다. 윤정구 교수한테 배운 거다.

- 크게 생각하고 작게 시작하라. 계획이 아무리 원대하다고 해도 결국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어딘 가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 한 번의 완성이 아닌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라. 반복 작업은 성과가 있다. 반복하면 애매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 어디 에서든지 아이디어를 찾아라. 구글의 멋진 아이디어들 중 일부는 오후에 휴식을 취하면서 관심 있는 사안을 애기하는 도중 해결책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구글은 회사에 군것질거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다.
- 모든 것을 공유하라. 모든 것을 공유하면 대화를 촉진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재해석할 수 있다. 이는 종종 뜻밖의 결과나 획기적인 결과물로 이어진다.
- 상상력으로 점화하고, 데이터는 연료로 쓰라. 이를 위해 구글은 불가능한 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고용한다. 구글은 '20% 프로젝트'를 통해 이러한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엔지니어는 1주일에 하루를 자신이 원하는 일에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 자신의 직관이 맞는다는 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를 잘 이용하는 거다.
- 플랫폼이 되라. 백지장도 맛들면 낫다는 것은 개방성의 장점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 어스는 구글의 기본 지도 위에 개발자들이 '레이어'를 만들게 하고 전 세계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 실패하기를 실패하지 마라. 실수를 하더라도 실수로부터 배우고 그것을 빨리 고칠 수 있다면 실패하는 것은 상관 없다.

참고로 수잔의 어머니 에스더는 성공하는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신뢰(trust), 존경(respect), 자립심(independence), 협동(collaboration) 그리고 친절(kindness)가 중요하다고 자신의 책에서 강조했다. 이 다섯 가지 앞 글자를 따서 'TRICK'이라 한다.

오늘 길게 수잔 보이치키 이야기를 한 것은 노자 <<도덕경>> 제 36장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 다음 문장 때문이다. "魚不可脫於淵(어불가탈어연)듯이 國之利器(국지리기)는 不可以示人(불가이시인)하여야 한다: 물에 사는 물고기는 연못을 튀어나와서는 아니 되나니, 나라를 다스리는데 핵심적인 원칙을 담은 그릇은 사람에게 함부로 보여서는 아니 되나이다." 여러 해석이 엇갈리지만, 나는 칼은 감추고 있을 때 무서운 법이다'라는 것에 주목을 했다. 다이아몬드를 남들 보라고 치렁치렁 매달고 다니는 사람, 통장에 있는 돈을 자랑삼아 흔들어 보이는 사람도 도의 입장에서 볼 때 매력 없는 짓이다. 매력이란 감추고 있을 때 더 매력적인 법이다. 그걸 잘 보여준 사람이 수잔 보이치키라고 보았기 때문에 제36장을 정밀 독해하기 전에 길게 이야기 한 것이다.

제36장의 원문과 번역은 다음과 같다.
將欲歙之(장욕흡지)하려면 必固張之(필고장지)하여야 한다: 장차 접으려 하면 반드시 먼저 펴주어라. 그러니까 오므리려면, 먼저 펴야 한다.  
將欲弱之(장욕약지)하려면 必固强之(필고강지)하여야 한다: 장차 역하게 하려 하면 반드시 먼저 강하게 해주라. 그러니까 약하게 하려면, 먼저 강하게 해주어야 한다
將欲廢之(장욕폐지)하려면 必固興之(필고흥지)하여야 한다: 장차 폐하려 하면 반드시 먼저 흥하게 해주어라. 그러니까 없애 버리려면, 먼저 흥하게 해야 한다
將欲奪之(장욕탈지)하려면 必固與之(필고여지)하여야 한다: 장차 빼앗으려 하면 먼저 주어야 한다.
是謂微明(시위미명)이다 : 이것을 일러 미명(어둠과 밝음의 이치)라고 한다.
柔弱勝剛强(유약승강강)한다 : 부드럽고 약한 것이 딱딱하고 강한 것을 이기게 마련이다.
魚不可脫於淵(어불가탈어연)듯이 國之利器(국지리기)는 不可以示人(불가이시인)하여야 한다: 물에 사는 물고기는 연못을 튀어나와서는 아니 되나니, 나라를 다스리는데 핵심적인 원칙을 담은 그릇은 사람에게 함부로 보여서는 아니 되나이다.

운동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힘을 빼라'는 거다. 야구공을 맞히거나 정지해 있는 골프공을 가격하려는 순간 힘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힘을 빼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힘을 잔뜩 주고 있는 상태에서는 타격하는 순간의 운동에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없다. 공을 찰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몸에 긴장감을 풀고 다리를 유연하게 한 상태에서 공을 차야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전달할 수 있다. 정확하게 물체를 맞히는 순간, 힘이 최대로 전달되는 순간, 그 때에 스포츠의 도(道)가 완성된다.

이런 원리는 비단 스포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반에 두루 적용된다. 약하게 하려면 먼저 강하게 하고, 빼앗으려면 먼저 줘야 한다. 부드러운 모래를 뭉쳐서 단단한 바위를 만들 수는 있지만 단단한 돌멩이로는 바위를 만들 수 없다. 그러려면 돌멩이를 먼저 부드러운 가루로 만들어야 한다. 마찬 가지로 가진 것이 없는 사람에게서는 아무 것도 빼앗을 수가 없다.  빼앗으려면 먼저 줘야 한다. 이런 과정에 존재하는 것이 도(道)이다. 도는 매우 미세해서 사람의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부단한 명상을 통해 정신의 통찰력을 키울 때 비로소 깨우칠 수 있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스포츠의 도에 이를 수 있듯이 말이다.

이 장은 노자가 세계의 존재 형식이나 우주의 운행 원리를 참고적 자료로 하여 삶의 방식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유/무, 장/단 등과 같은 두 계열 사이의 관계와 반대편을 향한 운동 경향으로 이 세계가 이루어졌다는 기본 인식에서 출발한 노자는 그것을 삶의 영역에서 적용하려 하고 있다. 제36장의 정밀 독해는 내일 공유한다. 아침에 일어나 노자를 읽는 것은, 오늘 아침 시처럼, "물 긷는 사람"이다.

물 긷는 사람/이기철

새벽에 물 긷는 사람은
오늘 하루 빛나는 삶을 예비하는 사람이다

내를 건너는 바람소리 포플러 잎에 시릴 때
이마까지 내려온 머리카락 손으로 걷어 올리며
새벽에 물 긷는 사람은
땅에 더운 피를 길어 제 삶의 정수리에
퍼 붙는 사람이다

풀잎들의 귀가 아직 우레를 예감하지 못할 때
산의 더운 혈맥에서 솟아나는
새벽의 물 긷는 사람은
햇살이 눈 부신 아침 쟁반에 제 하루를 담아
저녁의 편안을 마련하는 사람이다

나무들도 아직 이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른 새벽에
옷섶이 터질 듯 부푼 가슴을 여미며
새벽에 물 긷는 사람은
목화송이 같은 아이들과 들판 같은 남편의
하루를 예비하는 사람이다

물 긷는 사람이여, 그대 영혼의 물을 길어
마른 나뭇잎처럼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나의 가슴에 부어다오
나는 소나기를 맞고 가시 끝에 꽃을 다는 아카시아처럼
그대 영혼의 물을 받고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 되련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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