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단법인 <새날 새 몸짓>(이사장 최진석)은 "책 읽고 건너가기" 8월의 책으로 프랑스 작가인 쎙떽쥐뻬리의 『어린왕자』를 정했다. 이 책의 제목을 프랑스어로 하면, 『Le Petit Prince』 이다. 여기서 'petit'라는 말을 왜 '어린'이라 번역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원래 뜻은 '작은'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형용사이다. '키가 작다'는 말을 하려면, 형용사가 뒤에서 꾸며주어야 한다. 그러나 명사 앞에 형용사가 놓여 있으니 그냥 '어린'이라고 번역하는 것이다.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 이런 시 한 귀절이 소개된 적 있었다. 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에 발췌한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아직 내 속에 있을까/아니면 사라졌을까?"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어린'하면 어린아이가 생각난다. 그리고 이어 니체가 떠오른다. "어떻게 하여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는 사자가 되며, 사자는 마침내 아이가 되는가?"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 문장을 사람들은 '인간 정신 발달의 3 단계'라고 말한다.
1단계: 낙타의 정신-낙타는 인내와 순종의 대명사로, 낙타의 정신이란 사회적 가치와 규범을 절대적인 진리로 알면서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정신을 말한다. 무엇이 진정한 삶인지에 대한 고뇌도 하지 않은 채 기존의 사회가 정해준 삶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이런 삶을 "세상 사람의 삶(자기를 상실하고 세간의 가치를 추구하는데 빠져 있는 삶)"이라고 하며, 니체는 "말세인의 삶(밑바닥까지 전락한 인간의 삶)"이라고 했다.
2단계: 사자의 정신-기존의 가치를 파괴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는 못한다.
3단계: 아이의 정신-놀이에 빠진 어린아이처럼 산다. 삶을 유희(놀이) 처럼 사는 것이다. 그것도 재미있는 놀이이어야 한다. 그저 삶이라는 놀이에 빠져서 그것을 즐길 뿐이다. 아이의 정신으로 산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 매 순간 충만한 기쁨을 느끼면서 경쾌하게 산다. 삶을 무겁게 생각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다는 말이다.
- 매일매일 다가오는 일상의 무게를 느끼지 말고, 경쾌하게 처리한다.
- 매 순간 자체가 충만한 의미를 갖고 있기에 그 순간의 충일함(가득차서 넘침)을 즐기며 산다.
나는 이런 마음을 회복하자고, 최진석 교수는 『어린왕자』를 8월의 책으로 정하였다고 본다. 나도 다시 또 한 번 새롭게 읽을 예정이다. 오늘 공유하는 파블로 네루다의 처럼 질문하면서. 오늘 아침으로 <인문학으로 마을에서 소통하기> 마지막 강의를 마치었다. 그래 글 공유를 이제야 한다. 밖은 비가 계속 내린다. 그래도 어린 아이처럼 한 주를 보낼 생각이다.
질문의 책/파블로 네루다(정현종 역)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알까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내 어린 시절이 죽었을 때
왜 우리는 둘 다 죽지않았을까?
만일 내 영혼이 떨어져 나간다면
왜 내 해골은 나를 쫓는 거지?
나에게 『어린 왕자』의 주인공 어린 왕자는 다음과 세 가지를 가르친다.
(1) 『어린 왕자』의 화자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고 코키리를 삼킨 보아뱀이라고 알아본 어린왕자에게 말을 한다. “그러나 이 그림을 보면 누구나 '모자로군'하고 대답했다. 그러면 나는 보아뱀 이야기도, 원시림 이야기도, 별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상대의 수준에 맞춰 아무 이야기나 했다. 그러면 그 어른은 아주 분별있는 사람을 만났다고 아주 흐뭇해 했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 실용적인 생각만 좋아한다. 반면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을 보고 창조성을 발휘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지난 주 새통사에서 만난 분들도 아마 그 그림을 보여주면 "모자로군"했을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려고 하지 말고, 거꾸로 본다거나, 비틀어 보며 다르게 보는 창의성을 유지하면, 오히려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게다가 예술같은 창조 행위를 하면 감정의 지평도 확대되어, 세계를 더 심층적으로 보게 한다.
(2) 어떤 행성에서 어린 왕자는 가로등을 켜는 사람을 만난다. 그 행성은 하루가 1분이다. 그래서 가로등 켜는 사람은 1분마다 가로등을 켰다 껐다 한다. 그는 쉬거나 잘 시간이 없다. 『어린왕자』는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제도 말했지만 시간은 '나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냈다가, 힘들게 비웠던 그 시간이 가득 채워졌던 경험은 행복하다.
(3) "지리학자는 책상 앞을 떠나지 않지"라고 말하는 지리학자를 어린 왕자는 만난다. 집에만 있으면 안전하다. 그러나 『어린왕자』는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해봐야 자유로운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인간에게는 초월의 욕구가 있다. 초월은 지금의 나를 넘어서는 것, 지금의 나보다 더 나아지는 것, 더 확장되는 것, 더 높아지는 것 등을 한꺼번에 가리키는 말이다. 가장 높고 크게 확장 되어 있는 존재로 인간은 일단 신(神)을 모셔 놓고, 부단히 그곳을 향해 나가려 한다. 그게 초월적 욕구이다.
초월의 욕구는 자신을 점점 높고 넓게 확장하므로 시대 정신을 포착하게 한다. 초월의 욕구가 있는 살아있는 사람, 즉 뜻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으려 애쓰기 보다는 시대의 병을 함께 아파할 수밖에 없다. 시대 정신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대 정신은 나를 보편의 단계로 확장시키는 방아쇠이기 때문이다. 이 방아쇠를 당기는 일을 우리는 '도전'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어린왕자』의 다음과 좋은 문장들을 기억하고 있다. 다시 사단법인 <새 말 새 몸짓>과 함께 다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래의 문장들을 찾아 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좋은 소설은 나이들어 다시 읽으면 또 새롭다.
§ "여기에 보이는 건 껍데기에 지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보다'에는 4 가지 층위가 있다. 1) 그냥 보다 2) 자세히 보다 3) 관찰하다 4) 관조하다.
§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만남의 축적이 중요하다. '길들인다'는 말을 '정들다'라 볼 수 있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고 말할 때의 그 정을 말한다. 그리고 결과도 중요하지만 함께 한 과정도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노력과 그 시간들이 그 추억이 되어 빛나기 때문이다.
§ "어떤 별에 사는 꽃을 좋아한다면 밤에 하늘을 쳐다보는 게 즐거울 거야. 어느 별이나 다 꽃이 필 테니까." 마음 속에 꿈과 희망을 간직하면,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 그 꿈과 희망을 저 멀리 묻어두었더니 모든 것들이 반짝반짝 아름다워 보인다. 8월은 그 별들을 만나는 달이었으면 한다.
§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열어주지 않는 문을 당신에게만 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당신의 진정한 친구이다."
§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어딘 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미래를 잘 모른다고 불안해 하기 보다는, 보이지 않지만 세상 속에는 아름다운 오아시스가 담겨 있다고 믿으니 더 세상이 밝아 보인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들의 삶 속 어딘 가엔 사막의 우물과 같은 보물이 숨겨져 있다. 그것을 느낄 줄 아는 사람만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야." 이건 정말 기적이다. 내가 먼저 좋아하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준다면 이것보다 큰 기적은 없다.
§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 란다." 정말이다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어렵다.
§ "누가 수천, 수백만 개의 별들 중에서 하나밖에 없는 어떤 꽃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야." 행복하게 살려면, 나에게 유일한 어떤 것을 사랑해야 한다.
§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만큼 나는 더 행복해질 거야." 누군가를 기다리고 누군가를 기대하는 시간은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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