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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수뢰 둔괘: "이귀하천(以貴下賤)"

2779.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7월 13일)

오늘은 제3괘인 <<수뢰 둔괘>를 읽는다. 이 괘를 읽으면서 내가 얻은 가장 큰 메시지는 '겸손한 처신이 민심 얻는다'이다. 초구 <대상전>에 나오는 말이다. "象曰(상왈) 雖磐桓(수반환)하나 志行正也(지행정야)며 以貴下賤(이귀하천)하니 大得民也(대득민야)로다"이다. 이 말을 자구대로 해석하면, '<상전>에서 말하였다. “비록 머뭇거리나 뜻이 바름을 행하며, 귀함으로써 천한 데에 아래 하니, 크게 백성을 얻도다'가 된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단어는 "이귀하천(以貴下賤)"이다. 

노자는 <<도덕경>> 제66장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를 잘 낮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계곡의 왕이 되는 것이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以其善下之(이기선하지) 故能爲百谷王(고능위백곡왕)". 이 장의 메시지는 "앞서고자 하면 반드시 그 몸을 뒤에 두어야 한다"는 '겸양지덕'과 단순히 "부쟁(不爭, 싸우지 않음)"을 넘어서는 다양한 리더의 철학이다. 리더가 성공을 잘 마무리하는 방법을 말한다. "부쟁"은 성공한 자의 신의 한 수라는 거다.

이 "부쟁"은 노자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단순히 싸우지(爭) 않는다(不)'는 뜻을 넘어서 다양한 지도자의 철학을 말하는 거다. 우선 "백성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는 거다. 보통 권력을 잡으면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 그 욕망을 버리고 겸손하게 백성을 대하면 오히려 더욱 백성들의 지지를 얻고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다음은 자신의 덕을 과시하거나 타인과 경쟁하지 않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권력자는 늘 백성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 그래서 자신의 공을 과시하거나 자랑하려고 한다. 타인과 비교하여 자신의 능력을 돋보이려 하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부쟁"의 핵심 철학은 겸손이다. 늘 말이라도 자신을 낮추고, 몸으로는 늘 타인의 뒤에 서는 거다. 그러나 그 결과는 놀랍다. 낮추었는데(下) 더욱 존경받고, 뒤(後)에 섰는데 앞(先)으로 추대된다. 이게 "부쟁"의 놀라운 기적이다. '부쟁'을 하려면, "선하(善下)", 즉 자신을 낮추기를 잘 하는 거다. 

그리고 제6장에 나오는 '계곡의 신은 죽지 않는다'는 "곡신불사(谷神不死)"라는 말도 좋아한다. 이 말은 시적이고 풍부한 메타포(은유)이다. 계곡은 양 옆의 봉우리 때문에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 봉우리는 참(만, 滿)이고, 계곡은 빔(허, 虛)이다. 도올은 봉우리를 남성 성기의 상징으로, 골짜기는 여성 성기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봉우리는 우뚝 서서 남 보라 뽐내지만, 골짜기는 감추어져 있으며 은밀하다. 봉우리는 자기를 높이고, 골짜기는 자기를 낮춘다. 골짜기는 자기를 낮추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것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끝으로 "방하착(放下着)"이라는 불교 용어도 소환한다. 이 말은 '내려놓아라, 내버려라'라는 말로 마음 속의 집착을 내려놓으라는 명령어이다. 마음속에 한 생각도 지니지 말고 텅 빈 허공처럼 유지하라는 뜻이다. "착(着)"은 동사 뒤에 붙어서 명령이나 부탁을 강조하는 어조사이기 때문이다.

<수뢰 둔괘> 이야기로 되돌아 온다. 다음의 <괘상>이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상괘 또는 외괘가 감수(坎水, ☵)이다. 그리고 하괘 또는 내괘가 진뢰(震雷, ☳)로 이루어진 괘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 괘명은 ‘ 수뢰 둔(屯)’이라 한다. ‘屯’은 ‘준’과 ‘둔’의 음이 있으나 ‘둔’으로 발음한다. 천지가 창조되어 '중천 건' 하늘과 '중지 곤' 땅의 기운이 교감하여 만물이 생하는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

앞으로 이어지는 62괘의 현실과정의 우두머리가 되는 괘니 그 중요성을 무시하면 안된다. 하늘의 양기운과 땅의 음기운이 '중지 곤괘' 상육효에서 교감하면서(龍戰于野) 만물이 나오게 되는데, 인간을 포함한 만물이 처음 생하는 데에는 탄생의 고통과 더불어 험난한 세상을 경륜(經綸)해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사업을 처음 구상하고 시작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내괘 '진(震, ☳)은 천기와 지기가 교감하여 땅 아래에 양기가 포태되어 태동하는 기운을 상징하며, 외괘 '감(坎, ☵)은 앞으로의 험난함을 상징한다.

괘의는 "창세경륜(創世經綸)"이다. 이 괘를 만나면, '우리는 천지가 열리니 만물을 창조하고 세상을 일으켜 천하를 다스리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참고로 '중천 건괘'의 괘의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이다. 이 말은 '천지의 운행이 쉬지 않는 것과 같이 끊임없이 노력하라'라는 뜻이다. 그리고 '중지 곤괘'의 괘의는 "후덕재물(厚德載物)"이다. 이는 '대지가 모든 만물을 싣고 있듯이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포용하라'는 말이다. 일상을 영위하며, 그때 그때 자신을 돌아보며, 하늘의 마음이 부족한가, 아니면 땅의 마음을 잃고 있는가, 이 괘의들을 갖고 나 자신에 질문해 볼 생각이다.

다음은 '둔 괘'의 <서괘전(序卦傳)>를 살펴본다. <서괘전>은 현존하는 <<역경>> 체계의 순서와 괘명을 있는 그대로 긍정한 위에서 그 괘명의 의미를 연결시켜 순서의 정당성을 밝히고 있는 거다. <서괘전>은 '중천 건괘'와 '중지 곤괘' 다음에 '수뢰 둔괘'가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有天地然後(유천지연후)에 萬物(만물)이 生焉(생언)하니, 盈天地之間者(영천지지간자) 唯萬物(유만물)이라, 故(고)로 受之以屯(수지이둔)하니 屯者(둔자)는 盈也(영야)니 屯者(둔자)는 物之始生也(물지시생야)라." 이 문장을 해석하면, '천지가 있고 난 뒤에 만물이 생하니, 천지 사이에 가득 찬 것이 오직 만물이다. 그러므로 둔으로 받으니, 둔은 가득 참이니 둔은 물건이 처음으로 생기는 것이다'이다. 하늘과 땅이 생긴 연후에 천지 기운의 교감으로 만물이 나오게 된다. 천지 사이에 가득 찬 것은 만물이다. 또한 천기는 아래로 내려오고(天氣下降) 지기는 위로 올라가(地氣上昇) 교감하여 만물을 생화하는 기틀을 이루게 되니, 이 천지기운의 엉김으로 만물이 나오게 된다. 남자와 여자의 교감으로 남정(男精)과 여혈(女血)이 그 기운을 얽으니,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것과 같다.

<<역경>>의 최초의 중요한 요소는 역시 괘상과 괘상 전체의 의의를 노한 괘사(卦辭)일 것이다. 그런데 이 괘사는 매우 간결하고 포괄적인 문장으로 되어 있어 해설을 요구한다. 괘사 뒤에 <단전(彖傳)과 <상전(象傳)>이 나온다. <단전>은 괘사를 전체적으로 부연 설명한 것이다. <상전>은 <대상전(大象傳)>과 <소상전(小象傳)> 두 개가 있다. "대사"은 괘사처럼 괘상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극히 절도 있는 하나의 양식의 문장이며 그것은 64개가 있다. "소상"은 효사를 부연 설명하는 문장이며 당연히 384개가 있다. 흔히 "상전"이라 하면 '대상'만을 '상전'이라 한다. '소상'은 대신 "효사전"이라 한다.

<수뢰 둔괘>의 괘사 다음과 같다. "屯(둔)은 元亨(원형)코 利貞(이정)하니 勿用有攸往(물용유유왕)이오 利建侯(이건후)하니라"이다. 이 뜻은 '둔은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가는 바를 두지 말고 제후를 세움이 이롭다'이다.  하늘과 땅의 덕, 즉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사덕(四德)을 그대로 부여 받아 정기(精氣)가 쌓이니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롭다. 그러나 천지 기운이 엉겨 만물이 처음 나오는 때이므로, 스스로 갈 수는 없고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제후(諸侯)를 세워야 한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이렇게 풀이를 한다. "그대는 62괘의 처음 괘인 준[둔]괘를 만났다. 준괘는 창조의 간난을 말하지만 또 동시에 새로운 경륜의 보람을 내포하고 있다. 준괘는 건괘와 동일하게 원형리정 사덕의 덕성을 지니고 있다. 밑에서 우레가 친다. 이것은 움직임의 형상이다. 그러나 그대는 함부로 움직일 생각을 하지 말고 차분하게 일을 수행해나가라(勿用有攸往, 물용유유왕). 모든 것이 시생(始生)의 단계에 있다. 그리고 그대를 참으로 보좌해줄 수 있는 친구를 곁에 두는 것이 이롭다." 김교수님은 강의에서 "후(侯)"를 'helper(도움을 주는 이)'로 읽어도 된다고 했다.

괘사를 풀이한 <단전(彖傳)>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彖曰(단왈) 屯(둔)은 剛柔(강유) 始交而難生(시교이난생)하며 動乎險中(동호협중)하니, 大亨貞(대형정)은 雷雨之動(뇌우지동)이 滿盈(만영)일새라. 天造草昧(천조초매)에는 宜建侯(의건후)오 而不寧(이불녕)이니라"이다.  그 뜻은 '단전에 말하였다. 둔은 강과 유가 처음 사귀어 어렵게 나오며 험한 가운데 움직이니, 크게 형통하고 바른 것은 우레와 비의 움직임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늘이 초매를 짓는 데는 마땅히 제후를 세워야 하고, 편안하지 못하다.” 하늘의 강한 양 기운과 땅의 부드러운 음 기운이 처음 사귀니, 만물이 어렵게 나오고 험한 가운데 움직이게 되지만, 만물을 생화하기 위한 천지기운이 우레와 비의 움직임으로 가득하기에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해야 이롭다. 그러니 천지가 창조되어 만물이 생화하고 인류의 역사가 비롯되는 이 때에 세상을 이끌어 가고 경륜해 나갈 수 있는 제후를 세워야 한다. 그러나 만들어 가야 할 앞으로의 역사가 아득하니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어떠한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상전>에서는 <수레 둔괘>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象曰(상왈) 雲雷(운뢰) 屯(둔)이니 君子(군자) 以(이)하야 經綸(경륜)하나니라"이다. 그 뜻은 '상전에 말하였다. 구름과 우레가 둔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경륜해 나간다'로 해석된다. 내괘가 <우뢰 진,☳)이니 우레의 기운이며, 외호괘가 <산 간, ☶>이고 외괘가 <수 감, ☵>으로 산 위에 걸쳐 있는 물 기운은 구름이니, 구름과 우레의 기운이 가득한 상으이 ‘둔’이다. 군자는 이러한 기운의 상을 보고, 앞으로의 역사를 경륜해 나간다. 내괘 <우레 진, ☳>괘는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어 경륜해 나가야 하는 상황을 의미하고, 외괘 <수 감, ☵>는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좀 쉽게 풀이하면, 구름이 위에 있고 그 밑에서 우레가 치고 있는 것이 <둔괘>의 형상이다. 상괘(외괘)는 감(坎)으로 물(水)의 상징이다. 물이라면, 비라도 돼야 할 텐데 구름(雲)이다. 구름은 비가 되기 이전의 상태이며 구름이 있어도 비가 안 내릴 수 있다. 더구나 우레가 구름 속에나 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름 아래에서 치고 있으니,  이 우레는 구름과 교섭이 없는 '마른 번개'이고, '헛천둥'이라는 거다. 이것은 만물의 시생(시생)의 어려움을 말해주는 것이다.  상, 하괘가 바뀐(우레가 위, 구름이 아래인) 괘는 제40번의 <해(解) 괘>가 된다. 이때 구름은 비로 변하고, 만물은 간난으로부터 풀려나는 축복을 누리게 된다고 본다.

그러나 간난, 고난의 시작이라고 하는 것은 험난한 형국이지만, 기회의 카이로스이고, 모든 새로운 질서를 포착하기에 돟은 때이다. 그래서 군자는 "구름 위, 우레 아래'인 <둔괘>의 덕성을 본받아 "경륜을 편다"라고 <대상전>은 말하고 있는 거다. "경륜(徑輪)"에서 "경(經)"은 '베틀에서 세로줄'이다. 우리 말로 '날실(새로 줄)'이다. 그런데 "륜(輪)"은 '옆으로 나오는 '씨실(가로 줄)'들을 점매고 아름답게 마무리짓는 정리작업을 의미한다. "경륜"이란 세상의 틀을 새로 짜는 것을 의미한다. 군자가 경륜을 펼칠 시기는 바로 이 시생(始生)의 둔(屯) 시기인 것이다. 도올 김용옥 교수에 의하면, "대체로 새로운 벤처를 시도하는 사람, 새로운 체계를 만들려는 사람, 국가를 만들려고 혁명을 꿈꾸는 사람은 이 괘를 만나면 대길하다"고 했다.

무슨 일이고 초창기(草創期)에는 어려운 것이다. <<주역>>은 하늘과 땅을 설명한 다음에 '어려울 둔'자 둔(屯)괘를 놓았다. 천지가 창조된 뒤에 만물이 처음 나오느라 어렵다는 것이다. 어머니 뱃속에서 아기가 나오느라 어렵고, 땅에서 초목이 촉이 터 나오느라 어렵다. 그래서 <둔괘>는 어려울 난자, 날 생자 난생(難生)이라고 했다. 사람은 무슨 일을 처음 당했을 때 '난생 처음'이라고 한다. 즉 어렵게 이 세상에 나온 뒤로 처음 당하는 일이라는 말이다. <둔괘>는 모든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어려운 것으로 보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나라를 세우는 창업주에 비유하면서, 대번에 큰 정치를 하려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포부와 경륜(經綸)을 가지고 민의를 수렴하면서 점차 키워 나아가라고 했다. 

이러한 <둔괘>에 있어 초효에서 상효까지 각각의 때와 위치에 따라 해야 할 바는 다르다. 네일 읽을 초육(초육)의 <소상전>에 "바르게 처신하고(志行正·지행정) 몸을 낮추며(以貴下賤·이귀하천) 크게 민심을 얻으라고 했다. 그 이야기는 내일로 넘기고 이어간다. 오늘 화두와 맞게 이정하 시인의 <낮은 곳으로>를 공유하고 멈춘다.


낮은 곳으로/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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