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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현해(懸解)"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도 '해(解)' 이야기를 한다. 마침 지난 금요일에 함께 읽던 『장자』의 제3장 "양생주"의 끝부분에 '노자의 죽음' 이야기가 나오는 데, 거기에 "현해(懸解)"라는 말을 우리는 만난다. 현해의 사전적 설명은 '거꾸로 매달린 것이 풀린다는 뜻으로 생사(生死)의 고락(苦樂)을 초월함을 일컬음"이다. 다시 말하면, '하늘의 속박으로부터 풀려남'이란 말이다. 한국과 일본 열도의 규슈 사이에 있는 대한해협을 부르는 '현해탄(玄海灘)'의 '현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말이다.

장자가 보기에, 노자의 죽음에 문상을 가서 제자들이 울고불고 하는 것은 좋지 않았던 같다. "어쩌다가 세상을 태어난 때를 만났기 때문이고, 어쩌다가 세상을 떠난 것도 순리이기 때문이네. 편안한 마음으로 때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리를 따른다면, 슬픔이니 기쁨이니 하는 것이 끼여들 틈이 없네. 옛날 사람들은 이를 일러 "현해"라 했네." 장자 이야기를 우리 말로 해석한 것이다.

오강남 교수님은 이렇게 해설에서 덧붙인다. "죽음을 놓고 울고불고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누가 죽었다고, 혹은 자기의 죽음을 앞에 놓고, 지나치게 슬퍼하는 것은 '사물의 본성을 배반하는 것'으로 양생의 도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세상을 떠나는 것도 그럴 때를 만났기 때문이라는 하늘의 순리를 깨닫고 거기에 따르는 것, 순명(順命)하는 마음이 있으면, 쓸데없이 기뻐하거나 슬퍼할 이유가 없다. 또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양생의 도를 따르는 것, 의연하고 늠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나는 여기서 '매달린 상태에서 풀린다'는 懸解(현해)라는 말에 주목했다." 특히 '현(懸)'의 '매달림'이란 무엇이고, 풀림이라는 말은 무엇인가에 집중해 보았다. 그때  실에 매달려 춤추는 인형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간이란 모두 '하늘'의 손에서 내려온 끈에 대롱대롱 매달려 그 손놀림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실존(實存)으로서의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인간 조건의 끈에 매달려 살아가는 것, 이런 숙명적인 속박에 대항해서 이를 극복하려고 안달하는 것은 순리가 아니라는 것, 안달하면 할수록 우리의 비극적 얽힘은 더욱 심해질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순응함으로써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숙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므로 거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현해(懸解)'라 말하는 것이다.

나는 오늘 아침 "꽃의 이유"도 이 '해(解)'라는 단어로 보았다. '문해력(文解力)'이라는 말에서 시작된 '해(解)'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다. 삶은 채움이 아니라, '덜어냄'이고, 그 '때'에 몰입하며 한계의 벽을 허물며 초월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꽃은 그걸 알고 있는 듯하다. 이른 아침에 주말 농장을 다녀오는 길에 만난 모든 꽃들의 이유(理由)를 나는 알았다. 때가 되면 장소와 환경에 구애 받지않고 피는 이류를 나는 알았다. 우리 동네 목욕탕집 가훈, "사람은 다 때가 있다"처럼, 정말 그 순간, 그 때를 즐기며 우리는 사는 것이다. 과거는 지났고, 오지 않는 미래에 너무 마음 쓰지 말고, '지금-여기'에 나는 집중하고 싶다.

꽃의 이유(理由)/마종기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친구가 보내 준 사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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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보내 준 사진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