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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깨져야 깨친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와인 파는 인문학자의 인문 일기

오늘 아침 페친 김태욱 담벼락에서 멋진 문장을 만났다. "통찰이란 내적 겸양과 스승의 언어와 미세한 알아차림에서 오는 것 같다."(김태욱) 겸양은 나를 비우고, 내가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배우려는 자세에서 나온다고 나는 늘 생각했었다. 그리고 배울 때 필요한 것이 고전을 읽으며 스승의 언어를 익히는 것이다. 그때 나 자신과 세상에 대해 우리는 조금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알아차림의 양이 늘면, 우리의 지평은 확장 되며, 신에게 로까지 초월할 수 있다. 여기서 초월은 내 담벼락을 넓혀 나아가면서, 신의 문턱까지 이르는 것이다.

그래 오늘의 <인문 일기> 겸양, 겸손 생활하기 그리고 스승이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등을 정리해 본다. 마침 배철현 교수의 지난 <월요 묵상>이 선생과 스승, 그리고 구루에 대한 글이었다. 잘 배웠다. 그래 좀 갈무리해 공유한다.

우리는, 학습을 통해 인류의 성현들이 남긴 고전과 경전을 공부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인생이 행복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 일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생의 직업을 모색한다. 이때 사회에 진출하여 의미가 있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선생'이라 부른다. 배철현 교수는 "'선생'은 축자적으로 번역하자면, '먼저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후에 태어난 사람에겐 '선생'이다. '선생'은 또한 새로운 정보를 통해 타인을 무지와 무식으로부터 탈출하게 도와주는 자다.

선생은 그 기능에 따라 '강사'와 '스승'이 있다. 강사는 학생들이 입시, 졸업, 혹은 사회진출을 위한 취업을 위해 존재한다. 강사는 학생들이 소정의 시험을 높은 점수를 취득하여,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도록 도와준다. 배교수에 의하면, '강사'를 요가훈련과 연결시킨다면, '아차르야'(acharya)에 해당한다. 산스크리트어 '아차르야'는 요가 수련생들에게 신체적인 훈련을 위해 정해진 몸동작과 호흡법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아차르야'와 요가 수련생의 관계는, 강사와 학생과의 관계처럼, 수련장 안에서 끝난다.

반면 스승은 강사와 다르다. 스승의 어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배철현 교수에게서 배웠다.
(1) 종교적인 선생을 의미하는 한자 '사'(師)의 중국식 발음에서 유래했다는 설
스승은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의 안내자다. 그는 마치 인도 대서사시 '바가바트기타'에서 영웅 아르주나를 전쟁터에서 인도하는 크리슈나이며, '신곡'에서 단테가 지옥과 연옥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로마시인 베르길리우스다. 베르길리우스가 단테를 지도하고 인도할 수 있는 이유는, 지옥을 먼저 경험하여 죽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스승은 자신의 경험에서 깨달은 바를 전달하는 자다.

(2) 인도전통에서 '구루'(guru)가 스승에 해당한다는 설.
구루는 말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 언행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구루는 언제나 자신이 흠모하는 자화상이 있으며, 그것을 자신의 몸에 체득하기 위해 조용히 정진한다. 그의 언행은 어둠 속에 찾아온 빛과 같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의 악행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구루는 정신적이며 영적인 인도자다. 그의 목표는 오랜 수련을 통해 터득한 깨달음을 언행으로 조용히 실천하는 자다. 그의 언행은 향기롭다. 사람들은 그 향기에 이끌려 그에게 모이기 마련이다.

'구루'에 대한 어원은 다음 두 가지다.
(1) 첫 번째 어원은 '무겁다'란 의미를 지닌 산스크리트어 형용사 '구루'(guru)에서 찾을 수 있다. 구루의 언행은 지혜와 지식으로 충만한 훈습(薰習)의 상태다. 훈습이란 향이 그 냄새를 옷에 배게 한다는 뜻이다. 훈습은 어떤 사람이 지닌 그 사람만의 독특한 향기다. 구루는 교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훈습으로 가르치는 자다. 반드시 어떤 인상이나 힘을 마음 속에 남긴다.

(2) 두 번째 어원은 인도경전 '우파니샤드'에 등장하는 민간 어원설에 근거한다. 민간 어원설이란, 어떤 중요한 용어에 대한 어원이 불분명할 때, 사람들이 마음대로 그 어원을 설명하다 여러 사람에게 회자된 것이다. '구루'의 '구'는 '어둠'을 의미하고 '루'는 '없애다'라는 의미다. '구루'를 설명하자면,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어둠을 걷어내는 사람'이란 뜻이다. 구루는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 매일 자신의 마음을 응시하여, 그 안에 저절로 생기는 욕심, 분노, 거짓과 같은 어둠을 걷어내는 사람이다.

나는 구루가 되고 싶다. 말로 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다. 구루는 우리 안에 겹겹이 쌓인 어둠을 걷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자비를 발굴하도록 유도하는 자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로부터, 그 자비의 정신과 영혼을 선물로 받았기 때문이다. 구루는 스스로 깨져야 한다. 그러면 깨친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깨져야 깨친다/박노해

한 구도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진리의 길로 가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선하고 의로운 벗들과 함께 가라
좋은 벗들과 함께하는 것이
진리의 길의 전부이다

어찌해야 깨달음에 이를 수 있습니까

너를 위해 깨닫겠다는 너를 깨라
자신을 깨뜨리면 깨달음이다
아니오!로 맞서 깨져야 깨친다

제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까

스승은 막대기로 줄을 하나 좌악 긋더니
지금 바로 여기에서 시작하거라
자비의 마음으로 크게 울어라

구루는 일상에서, 선행을 보이며 선행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배철현 교수는 구약성서의 <미가서>를 인용하며, 선행이란 "정의를 행하고, 자비를 추구하며, 겸손하게 네가 만난 신이 요구한대로 생활하는 것"(<미가서> 6:8)이라 했다. 이 문장이 매우 인상적이서 오늘 아침 다시 한 번 더 공유하고, 일상에서 실천하려고 한다. 구루가 되기 위해, 미가는 우리가 가장 매력적인 향기를 잔잔하게 내뿜을 수 있는, 인향(人香)의 비밀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말해주었다. 늘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동물적인 인간에게서 신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본다.
• 정의 실천하기
• 자비 희구하기
• 겸손 생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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