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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만의 보폭을 자각할 때, 우리는 인생의 주인공으로 '나 다움'을 만들 수 있다.

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만의 보폭을 자각할 때, 우리는 인생의 주인공으로 '나 다움'을 만들 수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간다. 벌써 5월 20일이다. 어제부터 슬로 라이프(느린 생활)를 제창한 쓰지 신이치 교수가 '느림'의 미학을 말하고 있는 『슬로 이즈 뷰티풀』을 읽고 있다. 느리게 간다는 것은 원래 가던 길을 그냥 천천히 가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조절하는 속도의 굴레에서 벗어나 나만의 보폭을 자각할 때, 우리는 인생의 주인공으로 '나 다움'을 만들 수 있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우리는 '자신 다움'을 잊는다. 나는 최근에 '~다움'이라는 말에 꽂혀 있다. 'Be yourself!' '가장 나 답게 살자!'고 다짐한다. '베스트 원(best one)'이 되려고 안간 힘을 쓰기 보다는 '온리 원(only one), 즉 고유하고 유일한 존재로서 '나 다움'을 갈고 닦으려, 공부하고 글을 쓴다. 이건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거다. 물론 "없는 대로, 부족한 대로'.

그래 나는 아침마다 글을 쓴다. 그럼으로써 더 나은 나 자신, 더 깊고 지혜로운 또 다른 나와 만난다. 그러면서 내 삶의 진짜 주인공이 되려고 고군분투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이다."(마틴 스코세이지) 사적인 것, 개인적인 것이 가장 공적인 것이며 가장 보편적인 것이다.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수고하는 사람에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며, 가장 은밀한 것이 가장 대중적이며, 가장 고독한 것이 가장 공동체적이다. 나의 가장 개인적인 시간은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시간이다. 인간은 자신이 가장 은밀한 공간에서 자주 하는 짓이 그의 인격이며 성격이다. 고독한 곳에서, 사적인 공간에서 하는 은밀한 생각이 그 자신이다.

동네 곳곳에 그리고 아파트 담벼락에 장미들이 곱게 피었다. 작년에 피었던 그 곳에 올해도 "눈부신 출산"(마경덕)이 이루어졌다. 빛 좋은 아침에 나가 올해도 그곳 사진을 찍었다. 오월은 챙겨야 할 날이 많은 달이다. 노동절을 시작해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과 5·18민주화운동기념일 등이 있는 달이다. 살펴보면 모두 사람을 위하는 날들이다. 오월이 그러한 것은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에 서로 살피는 마음 잃지 말고 '인간 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서로 설피는 마음이란,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의 "비누" 처럼, 자신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 풀어질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을 허물어야 결국 남도 허물어진다. 그게 "사랑의 묘약"이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사랑의 묘약/오세영

비누는
스스로 풀어질 줄 안다.
자신을 허물어야 결국 남도
허물어짐을 아는 까닭에

오래될수록 굳는
옷의 때,
세탁이든 세수든
굳어버린 이념은
유액질의 부드러운 애무로써만
풀어진다.

섬세한 감정의 올을 하나씩 붙들고
전신으로 애무하는 비누,
그 사랑의 묘약.

비누는 결코
자신을 고집하지 않는 까닭에
이념보다 큰 사랑을 안는다.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주체적인 인간은?
- 자신이 가야만 할 목표를 선정하고, 그 곳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할 뿐이다.
- 누구에게 도와 달라고 손을 내밀지 않는다.
- 사람들이 좋다고 말한 곳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 그저 멀리 보이는 그곳을 향해 조용히 전진할 뿐이다.

배철현 선생에 의하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한 부류는 '훈련중'인 인간이며, 다른 부류는 '훈련을 하지 않는 인간'이다. 훈련중인 인간은 자신이 되고 싶은 더 나은 자신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매일매일 조금씩 전진한다. 그들은 도달해야 할 인간상을 가지고 있기에 항상 겸손하다. 훈련은 원대한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버려야할 자신의 나쁜 습관을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인생이라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마라톤을 훈련 없이 참가하는 것은 마라톤을 완주할 의지가 없거나, 자신이 완주할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을 꾸는 사람일 뿐이다.

훈련이란 생각을 행동으로 인도하고 말을 사건으로 실현시키는 과정이다. 인간은 훈련을 통해 독립적이고 존재론적인 인간에서 연관적이고 상대적인 인간으로 변한다. 인간은 훈련을 통해 자신이 지니고 있는 동물적인 본능을 승화시켜 신적인 속성을 발현시킨다.

자기 실현(自己實現), 난 언젠가부터 이 말을 좋아한다. 자기실현이란 자기완성과 같은 말이다. 쉽게 말하면, 원하는 성공(成功)이 아니라, '나 다움'이 되는 것이다. 나에게는, 아직은 완전히 발굴되지 않았지만, 나의 잠재력이 아직 남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교육이나 공부, 즉 배움은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이다. 21세기 철학들은 그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체계적인 격려와 칭찬이었다. 세상의 모든 꽃들이 모양이 달라 저마다 아름답듯이, 그 개인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잠재력을 자신의 삶을 통해 완벽하게 실현하자는 것이 21세기 인문학이었다.

나만이 완수할 수 있는 고유한 임무를 인도인들은 '다르마'라고 한다. 그게 중국으로 와서 '법(法)'으로 번역 되었다. 법이란, 강물의 물처럼,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과감히 버리며 당연하게 그리고 도도하게 나아가는 삶의 규범을 말한다.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이, 자신의 다르마를 발견하고 발휘한다면 행복하다. 나는 나의 고유한 임무라는 것을 얻지 못하고 실패했다. 그러나 나는 네가 네 것이 아닌 것을 얻기 위해 인생을 허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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