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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참 크고 아름다운 빗방울 하나가 되"기 위해.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극도의 위기와 지속가능한 기회가 공존한다. 역사적으로 예외적인 시기 같다. 급속한 과학 기술의 진화가 우리 사회와 지역, 국가의 기관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어야 할 예술과 문화는 소비와 즉각 만족만을 추구할 정도로 타락했다.

그래서 이젠 가치의 순위를 바꾸고 습관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 예컨대, 지금의 대학은 심각한 위기이다. 학생들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거나 이웃을 돕거나 하는 일과는 무관하게, 단지 직업을 얻기 위해 관심도 없고, 어떤 영감도 주지 못하는 과목들을 공부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교육이 직업에 필요한 자격증으로 전락했다. 슬픈 현실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쌓은 지혜와 지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교육은 세계를 이해하거나 세계 안에서 인간의 윤리적인 역할에 대한 것이어야 하는 말이다. 학생들이 서로 평생 갈 수 있는 우정을 친구끼리 다지거나, 교수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서로 소외되고 스마트폰의 가상 세계에 빠져 지내고 있다. 고등학교는 그런 대학에 입학하는 교육만 한다.

대학은 협력의 공간이 아니라 경쟁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교수도 지식공동체를 만들기보다는 서로 경쟁만 한다. 교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이다. 논문을 SSCI저널에 게재하는 것이다. SSCI(Social Science Citation Index) 저널이란 따분하다. 전문가들만 아는 용어로 가득 찬 학술지는 몇몇 학자들이 편집한다. 이러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우리 사회에 실제 어떤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식인의 의무는 일반 시민에게도 이야기를 해야 하고, 제자들과 이 시대의 위기에 관해 진지한 토론을 함께 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게 윤리적 의무이다. 기후변화, 빈부격차, 사회적 가치의 퇴락 그리고 환상이 아니라 굳건한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우리는 사고방식의 전환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우리 모두 시대의 주요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직접 무언가를 해야 한다. 더 이상 대중 매체에 의해 조작된 수동적 소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어떤 삶이 윤리적인 삶인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매일 그러한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용기 있게 창조적으로 행동하는 적극적인 시민이 되어야 한다. '위대한 개인'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래 우리 <대덕몽>은 빗속을 뚫고, 천년의 도시 경주향교(鄕校)에 다녀왔다. 그 곳은 옛날에 지방의 중등교육과 지방민의 교화를 하던 공간이었으나, 크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향교에 <경주몽>이 주관하여 시대에 맞는 "과학시민캠퍼스"를 만들고, 어젠 존경하는 이종인 이사장님의 총장 임명 행사가 있었다. 우리 <대덕몽>은 이 곳을 다녀왔다. "참 크고 아름다운 빗방울 하나가 되"기 위해, 간간히 뿌린 굵은 봄비를 뚫고 다녀왔다.

"한 방울의 빗방울이 또르륵 굴러 다른 하나의 빗방울에게 간다. 가서 업히거나 껴안는다. 경계가 헐린다. 이것이 소통의 환희다. 하나의 심장처럼 같이 뛴다. 화해하되 지배가 없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세계가 이러할진대." 문태준 시인이 오늘 아침 이 시를 읽고 붙인 말이다.

경주 <대덕몽>의 환대에 감사하고, 함께 새로운 교육문법을 만들어 보고 싶다. 선물로 받은 경주 "황남빵"에 우유를 마시며 오늘의 <사진 하나, 시하나>를 쓴다.

빗방울 셋이/강은교

빗방울 셋이 만나더니, 지나온 하늘 지나온 구름덩이들을 생각하며 분개하더니,
분개하던 빗방울 셋 서로 몸에 힘을 주더니, 스르르 깨지더니,
참 크고 아름다운 빗방울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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