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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키 큰 남자를 보면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젠 정은혜 교수님의 역작, <대전십무>를 동춘당 사랑채 마당에서 즐겼다. 난 춤을 잘 추는 무용수를 보면, 이 시가 생각난다. 봄바람이 아니라, 가을 바람이 부는 저녁이었다. 난 그 바람타고 붕붕 날랐다. 예술은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설게'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높이 올라, 비스듬히 보는데서 시작된다.

키 큰 남자를 보면/문정희(1947~ )

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나팔꽃이 되어도 좋을까
아니,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나무에 올라가서
그의 눈썹을 만져보고 싶다
아름다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눈썹에
한 개의 잎으로 매달려
푸른 하늘을 조금씩 갉아먹고 싶다
누에처럼 긴 잠 들고 싶다
키 큰 남자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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