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에게 아침 시간은 큐티(QT) 시간이다. 즉 묵상이나 기도를 하는 quiet time이다. 오늘 아침은 두 분의 글을 갖고 공부를 했다. 하나는 배철현 선생의 <월요묵상>이다. 거기서 다음 문장을 만났다. "[사람들은] 정신적인 고양을 위해서 공부한다고들 하나, 사실은 자신의 재물, 명성, 그리고 조그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부하는 척하는 것이다. 공부는 자기를 없애고, 예수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의 추한 십자가를 남들 앞에서 과감하게 짊어지는 용기다. 공부는, 자기 결점의 발견이며, 자기 개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깨달음이지, 자신하고 상관없는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지식은 구태의연한 자신의 삶이 언행을 통해 조금씩 수정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유효하다."
내가 최근에 기억하려고 애쓰는 문장이 루가복음 9장 23절이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나는 "자신을 버리고"와 "십자가"에 방점을 찍는다. 그래 아침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를 쓰며 공부한다. 확실하게 정신이 고양된다. 그러면 나 자신의 일상의 언행을 조금씩 수정하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는 윤정구 교수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만난 문장이다. "흔히들 새로움이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무에서 유를 만들려고 맨땅에서 헤딩하다 결국 실패하면 눈을 돌리는 것이 벤치마킹이다. 남의 것을 빌려 오면 유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벤치마킹은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원리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새로운 것이 조직에 발 못 붙이게 만드는 원리다. 새로움을 만드는 근원적 변화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미 있는 것을 날줄로 삼고 또한 날줄로 있는 것들이 존재하는 이유인 목적을 씨줄로 삼아 새 맥락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이유인 존재이유에 대한 성찰을 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힘들다." 이 번주가 공동체 공모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는 마지막 주간이다. 머리가 복잡하였는데, 위의 글을 읽고 좀 정리가 되었다. "이미 있는 것을 날줄로 삼고 또한 날줄로 있는 것들이 존재하는 이유인 목적을 씨줄로 삼아 새 맥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이유인 존재이유"를 버리지 않는 일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어서 봄이 어서 가까이 오길 바라면서, 박노해 시인의 것을 택했다. 박노해 시인의 원래 이름은 박기평이다. 그는 노동운동가 시절 '박해 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란 문구에서 앞 글자를 따서 박노해라는 필명을 만들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나는 나의 일상을 바꾸려 한다. 빨리 날이 풀려 주말농장에 나가 오늘 시처럼 살 생각이다. 물론 내 정신과 육체의 고양을 위해 공부를 손에 놓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시 다음에 읽을 글처럼, 시에서 감성을 일으키고, 예를 통해 바로 서고, 음악으로 완성된다는 말인 "흥어시 입어례 성어락(興於詩, 入於禮, 成於樂)의 삶을 살고 싶다.-
세 가지 선물/박노해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단 세 가지
풀무로 달궈 만든 단순한 호미 하나
두 발에 꼭 맞는 단단한 신발 하나
편안하고 오래된 단아한 의자 하나
나는 그 호미로 내가 먹을 걸 일구리라
그 신발을 신고 발목이 시리도록 길을 걷고
그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저녁노을을 보고
때로 멀리서 찾아오는 벗들과 담소하며
더 많은 시간을 침묵하며 미소 지으리라
그리하여 상처 많은 내 인생에
단 한 마디를 선물하리니
이만하면 넉넉하다
지난 주부터 일주일 한 번씩,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읽으며 공부하고, 거기서 삶의 통찰을 얻는다. 오늘 아침은 동양 고전이 말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사유해 본다. 공자는 <논어>의 "태백" 편에서 "흥어시 입어례 성어락(興於詩, 入於禮, 成於樂-시에서 감성을 일으키고, 예를 통해 바로 서고, 음악으로 완성된다)"는 말을 했다. 나 자신도 3-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공부해보니 그렇다. 시와 음악은 감성을 키워주는 예술이다. 반면 예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덕목이다. 그래 이 세 가지를 묶어 공자는 개인의 수양을 위해 가장 소중한 도구라 말한 것 같다. 그러니까 사람으로서 실천해야 하는 덕목으로 '인의예지'를 위해서는 반드시 시와 음악 그리고 예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 본다.
이어지는 글은 블로그로 옮긴다. 최근에 토종 카카오톡이 만든 https://pakhanpyo.tistory.com 에 새 둥지를 틀었다. 블로그에 많이 오셔서, 댓글로 의견을 나누며, 함께 집단지성으로 사유의 영토를 확장하고 싶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디지털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박노해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을 두려워 하지 마라. (0) | 2024.02.24 |
---|---|
나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나의 생각과 행동이다. (1) | 2024.02.23 |
도(道)의 가장 큰 속성은 비움(충, 沖)이다. (0) | 2024.02.23 |
주역점 이야기 (0) | 2024.02.22 |
'위대한 개인'은 매너로 경쟁한다. (0) | 2024.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