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6.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2월 21일)
오늘 아침은 <쾌괘>를 가지고, 주역점 이야기를 공유한다. 이상수의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다음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택천 쾌괘>는 연못이 하늘 위로 올라간 상이다. 흔히 '연못이 하늘 위에 있다'라고 말하는 대신, '연못이 하늘 위로 올라갔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연못이 그렇게 높이 올라가면 곧 터져 쏟아질 것 같은 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쾌괘>는 무엇인가 곧 터질 것만 같은 상황이며, 중차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관한 이야기이다.
<쾌괘>의 괘명과 괘상은 다음과 같다. 외괘가 태택(兌澤)☱, 내괘가 건천(乾天)☰으로 이루어진 괘를 ‘쾌(夬)’라고 한다. 결단한다는 뜻이다. 음양승강(陰陽昇降)의 이치로 보면, 순음(純陰)으로 있던 중지곤(重地坤)괘에서 일양(一陽)이 생하여 자라나니 지뢰복(地雷復), 지택림(地澤臨), 지천태(地天泰), 뇌천대장(雷天大壯)을 거쳐 택천쾌(澤天夬)괘에 이르러 마지막 남은 上六의 음(陰)을 결단하는 것이다. 12월괘로는 음력 3월에 해당한다. 다음 그림을 보면 이해가 된다.
위의 그림을 '열두 벽괘(辟卦)'라 한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쾌괘>도 열두 벽괘 중의 하나이다.
오늘날의 음력 11월이 한 해의 첫달로, '자월(子月)'이라 한다. 그리고 <복괘>이다. 여섯 효 가운데 맨 밑에 양효가 하나 생겼다. 둘째 달에는 양효가 두 개 생겼고, 셋째 날에는 세 개가 되었다. 그러다가 애섯 번째인 <건괘>가 되면 여섯 효가 모두 양효이다. 그 다음에는 양효들 밑에서 음효가 하나씩 자라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곤괘>에 오면 여섯 효가 모두 음효가 된다. 이 열두 벽괘는 변화에 대한 <<주역>>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한 겨울에도 따뜻한 양의 기운 하나가 자라나(<복괘>), 결국은 봄을 만들어 내고 무성한 여름(<건괘>)를 만들어 낸다. 한여름에도 서늘한 음의 기운 하나가 자라나(<구괘>), 결국은 가을의 추풍낙엽을 휘몰아치게 만들고 엄동설한의 겨울(<곤괘>)이 닥치게 만든다.
우리가 오늘 아침 살펴보는 <쾌괘>는 음력 3월 초여름의 괘이다. 여름의 절정을 코앞에 두고 마지막 하나 남은 음의 세력이 최후의 저항을 하고 있다. <쾌괘>는 이 음의 세력을 결정적으로 제거해야 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괘이다. 이미 양효가 5개나 자라났고, 음효는 맨 위에 하나밖에 없다. 5개의 양효가 하나 남은 음효를 ㅈ[거하는 일은 쉬워 보이지만, 만만하지는 않다. <<주역>>은 쉬워 보이는 일에 대해서도 신중과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니까 <쾌괘>는 결론을 내리고 행동에 옮기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관한 괘이기도 하다.
<쾌괘>의 괘사는 다음과 같다.
夬는 揚于王庭이니 孚號有厲니라. 告自邑이오 不利卽戎이며 利有攸往하니라.
쾌 양우왕정 부호유려 고자읍 불리즉융 이유유왕
쾌(夬)는 왕의 뜰에서 드날리니, 미덥게 부르짖어 위태롭게 한다. 읍으로부터 고함이요, 군사에 나아감은 이롭지 않으며,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 현대어로 해석하면, 결단함은 왕의 뜰에서 드날리는 것이니, 미더움으로 부르짖더라도 위태로움이 있을 것이다. 자기 마을에서부터 고할 것이요. 무기를 드는 것은 이롭지 않을 것이다. 행동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다."
夬:터놓을 쾌·결단할 쾌·깎지 결 揚:오를 양·날릴 양 號:부르짖을 호 厲:위태할 려 卽:나아갈 즉 戎:군사 융
저자 이상수의 해석을 공유한다.
- "왕의 뜰에서 드날린다"는 것은 맨 위에 남은 음효 하나를 결단해 제거하기가 매우 쉽지 않음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 음효는 높은 지위에 있어서 쉽게 제거할 수가 없다. 왕의 면전에서, 왕의 신뢰를 얻어서 높은 자리에 있는 대신을 단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 "미더움으로 부르짖더라도 위태로울 것'이라는 말은 진실을 다 말한다고 해서 통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 받아들여지고 이해되는 과정에서 매우 험난한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 자기 마을에서부터 고할 것이고, 무기를 드는 것은 이롭지 않을 것"이라 한 것은 마지막 남은 음효 하나를 제거하는 일이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쉽지 않은 일이므로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부터 신뢰를 얻어 일을 진행 해야지, 우격다짐이나 무력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읽힌다. <<역경>>을 풀이한 <단전>을 보면, <쾌괘>의 상황에서는 "결단을 내리되 조화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행동하는 것이 이로울 것"이라 한 것은 지금의 상황에 머물지 말고 변화를 꾀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아무리 결단이 어렵다고 해서,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거나 묻어둘 수는 없다. 어떤 형식이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쾌괘>의 괘사를 종합하면, "결단을 내리되 조화를 깨뜨리지 않도록 하라"는 것으로 보인다는 거다.
이젠 <쾌괘>의 괘사에 이어 효사도 보아야 한다. 효사에는 결단에 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려 8 가지가 나온다.
① 初九는 "발을 앞으로 내디디는 데 힘을 쓰는" '돌격형'이다. <<역경>>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初九는 壯于前趾니 往하야 不勝이면 爲咎리라.
초구 장우전지 왕 불승 위구
초구는 앞발에 씩씩하니, 가서 이기지 못하면 허물이 될 것이다.
② 九三에 나오는 "광대뼈에 힘을 쓰는" '발끈형'이다. 자신의 문제를 두고 좌충우돌하며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경우이다.
九三은 壯于頄하야 有凶코 獨行遇雨니 君子는 夬夬라 若濡有慍이면 无咎리라.
구삼 장우구 유흉 독행우우 군자 쾌쾌 약유유온 무구
구삼은 광대뼈에 씩씩해서 흉함이 있고, 홀로 가서 비를 만나니, 군자는 결단할 것은 결단한다. 젖는 듯해서 성냄이 있으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③ 과 ④ 九四에 나오는 "볼기에 살갗이 없어 가는 것이 어려운" '역량 결핍형'이다. 볼기에 살갗이 없으면 근력이 부족해 걸음을 걷기 어렵다. 자기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할 의지나 신념이 부족한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말을 들어도 믿지 않는" '옹고집형'이 더 나온다. 역량이 부족하거나 논리와 신념이 부족하면 이를 보강해야 함에도 다른 사람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이다.
九四는 臀无膚며 其行次且니 牽羊하면 悔亡하련마는 聞言하야도 不信하리로다.
구사 둔무부 기행자저 견양 회 망 문언 불신
구사는 볼기에 살이 없으며 그 행함이 머뭇거리니, 양을 끌면 뉘우침이 없으련마는 말을 듣더라도 믿지 않을 것이다.
⑤ 상육에 나오는 "부르짖어도 쓸모가 없는" '시기 상실형'이다. 모종의 결단을 내렸 어야 했으나 이미 적절한 시기를 놓친 경우이다.
上六은 无號니 終有凶하니라.
상륙 무호 종유흉
상육은 호소할 데가 없으니, 마침내 흉함이 있다.
결단을 임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인 모습을 정리해 보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면 반드시 내려야 하지만 너무 서두르거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돌 돌격 본능과 핏대 세우기 등 일시적 감정에 휩쓸리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역량과 신념과 논리가 부족하면 다른 사람에게 배워서라도 자기 확신을 세워야 한다.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긍정적인 방식과 태도로 결단을 내리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3 가지이다.
① 九二에 나오는 "경계하며 부르짖으니, 저문 밤에 군사 행동이 있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 하는 '신중 민첩 준비형'이다. 그는 적의 공격에 대비해 발 빠르게 경계하고 사방에 미리 호소해 동지를 규합하여 방비를 단단히 해두었기 때문에 어둠을 틈탄 적의 기습 공격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닥치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적절히 대처해낼 수 있다. 일이 아직 벌어지지 않았을 때 마치 일이 벌어진 것처럼 단단히 대비를 한다. 그러면 정작 일이 벌어졌을 때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
九二는 惕號니 莫夜애 有戎이라도 勿恤이로다.
구이 척호 모야 유융 물휼
구이는 두려워서 부르짖으니, 저문 밤에 군사가 있더라도 근심하지 말라.
② 九三에 나오는 "군자가 결단해야 할 일을 결단하여 홀로 행하다 비를 만나 젖은 듯하고, 그로 인해 화를 내는 이도 있을 것이나, 허물이 없을 것"이라는 '외유내강형'이다. 함께 등장하는 "광대뼈에 힘을 쓰는" 부정적인 모습인 '발끈형'을 극복한 형이다. 겉으로는 소인배들과 섞여 살아가느라 동지들로부터 오해를 산다. 그러나 결단해야 할 것을 결단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허물이 없을 수 있다. 이 경우는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을 경우 다른 사람에게 본색을 드러내지 않고 섞여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③ 구오에 나오는 "비름나물을 뜯듯이 결단할 바를 쉽게 결단하되 중용의 길을 행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비름나물은 부드러워서 손으로 매우 쉽게 뜯을 수 있는 풀이다. 구오의 양(陽)은 결단을 해야 하는 대상인 맨 위 음(陰)과 가장 가깝다. 글서 제대로 결단을 하지 않으면 음과 가까이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과격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중용을 잃는 태도이다.
<쾌괘>는 우리가 운명을 앞에 두고 내려야 하는 결단 가운데 어떤 것이 어리석고, 어떤 것이 지혜로운지를 보여준다. 이 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먼저 미더움을 얻어야 한다는 권고와 결단을 내린다고 해서 저돌 돌격, 발끈 핏대 세우기, 무장 행동 등과 같이 자기만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아집에 빠질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이다. 결단 이후에도 우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살아가며, 사람들의 이해를 구하고, 그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단을 내리되 조화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결단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결단을 내리든 자신의 운명에 끌려 다니기 보다는 자기 운명을 스스로 끌고 다니는 사람이 되는 거다. 언젠가 적어둔 자작시이다. 오늘 사진은 문의에 있는 <리호미>라는 공방에서 찍은 거다. 내 앞에 있는 포크는 포크이고 동시에 나가 될 수 있다. 서로 타자이다. 그런데 이 포크에 손잡이가 생기면, 관계가 시작된다. 잡으라는 손잡이 때문이다. 손을 내미는 거다. 그러면 손잡이는 포크의 것일까? 나의 것일까? 서로의 것이다. 그러니 손잡이 달린 인간으로 사느냐? 아니면 손잡이 없는 인간으로 사느냐? 이건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이런 생각을 했다.
공짜 점심 없지/박수소리
기적은
노력하지 않는 이에겐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오.
통찰은
관찰하지 않는 이에겐
절대 주어지지 않는다오.
결단은
생각하지 않는 이에겐
절대로 생겨나지 않는다오.
기적은 노력에서,
통찰은 관찰에서,
결단은 생각에서 나온다오.
말은 쉽지.
막상 할려면 쉽지 않지.
근데
노력없이 기적 바라고
관찰않고 통찰 얻기 바라고
생각 적은 결단은
꽁짜 점심 먹겠다는 거지.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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