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사진 하나, 시 하나
바다는 다 받아주어 바다이다.
바다는 포용이다.
내 가슴도 바다로 만들고 싶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면서도,
조금의 동요나 변화도 없이 늘 그대로인 바다처럼.
시 한편을 읽는다.
면목동/유희경
아내는 반홉 소주에 취했다 남편은 내내 토하는 아내를 업고 대문을 나서다 뒤를 돌아보았다. 일없이 얌전히 놓인 세간의 고요
아내가 왜 울었는지 남편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영영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달라지는 법은 없으니까 남편은 미끄러지는 아내를 추스리며 빈병이 되었다
아내는 몰래 깨어 제 무게를 참고 있었다 이 온도가 남편의 것인지 밤의 것인지 모르겠어 이렇게 캄탐한 밤이 또 있을까 눈을 깜박이다가 도로 잠들고
별이 떠 있었다 유월 바람이 불었다 지난 시간들, 구름이 되어 흘러갔다 가로등이 깜빡이고 누가 노래를 불렀다 그들을 뺀 나머지 것들이 조금 움직여 개가 짖었다
그때 그게 전부였다 거기에 내가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건 남편과 아내뿐이었다 마음에 피가 돌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되었다
바다처럼, 다 받아주며 덮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시처럼, '빈병'이 되는 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마음에 피가 돌기 시작했다'는 말이 좋다. 이 때 우리는 시를 쓰고 시를 읽는다.
김행숙 시인의 <포옹>에 나오는 싯구처럼, 파도가 파도를 덮는 것처럼 덮어주는 것이 사랑이다.
다른 평론가의 말에 의하면, <면목동>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랑을 나눈 그날 밤의 이야기라고 한다.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그렇게 읽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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