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글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보통 식당의 물컵은 순수한 강철이 아니다. 니켈과 크롬이 포함된 합금이다. 우린 그걸 '스댕' 컵이라고 한다. 나는 그것을 싫어한다. 이 컵을 쓰는 식당은 주인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손님이 나중이다.
'스댕' 컵처럼, 나의 감정은 언제나 합금이었다. 이 물 컵처럼. 순수한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 나는 살아야 했고, 어떤 감정이 엄습하면 그것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전혀 다른 감정을 쥐어짜낸 뒤 엄습하는 감정을 방어하곤 했다. 그런 과정에서 감정들은 뒤엉켜 하나가 되어, 전혀 다른 무엇인가가 되었다. 이렇게 합급처럼 태어난 감정들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그것을 가리키는 가장 적절한 말은 '스댕'일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나는 서서히 '스댕'이 되어갔다.
그리고 '스댕'처럼 꿈을 꾸지 않으려고 애썼다. 나는 합금이었고, 꿈이 없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던 시절을 지나, 어느 순간부터 꿈을 포기하기 위해 애를 썼다. 다른 이의 눈에 나는 흔들림 없이 내 자리를 지키며 사는 것 같았지만, 난 끊임없이 흔들리면서 부동을 고수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을 그냥 열심히 살았다. 이젠 내 일상을 지배하며, '자기 혁명'을 하고 있다. 순간을 장악하며 내 삶을 예술로 승화하도록 연습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나를 좌지우지하려는 구태의연한 '과거의 나'를 끊임없이 소멸시키고 있다.
어젠 대전문화연대 정기총회에서 다시 공동대표로 연임되었다. 그리고 총회 뒤풀이에서 한 운영위원님이 고운 목소리로 시를 한 편 낭송하셨다. 오늘 공유하는 시이다. 우리는 "얼마나 길게 살 것이라고/잠시나마 눈을 흘기며 살"겠는가? "우리는 기쁘게 살아야 한다." 다시 출발이다. 많이 도와주세요. "대전을 행복한 문화도시로".
삶/이동진
우리는
이렇게 기쁘게 살아야 한다
눈빛이 마주치면
푸른 별빛이 되고
손을 맞잡으면
따뜻한 손 난로가 되고
두 팔을 힘주어 껴안으면
뜨겁게 감동하는 우리는
서로에게 기쁨이 되어 살아야 한다.
얼마나 길게 살 것이라고
잠시나마 눈을 흘기며 살 수 있나
얼마나 함께 있을 것이라고
아픈 것을 건드리며 살거나
우리는 기쁘게 살아야 한다.
나 때문에 당신이
당신 때문에 내가
사랑을 회복하며
그렇게 기쁘게 살아야 한다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이동진 #삶 #와인비스트로뱅샾62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월대보름' (1) | 2024.02.16 |
---|---|
우리는 지금 인간의 정의가 도전 받으며, 인간 다움을 상실해 가고 있다. (1) | 2024.02.15 |
바다는 다 받아주어 바다이다. (1) | 2024.02.15 |
"인생은 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것 (0) | 2024.02.15 |
오늘 고치지 않고, 내일이 있다고 하지 말라. (1) | 2024.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