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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시대정신

이제는 누구도 전화번호를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대신 이젠 그 노력을 삶의 훨씬 더 중요한 일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혹시나 우리의 학술과 교육이 전화번호를 500개 외우게 하던 이전 시대의 내용을 답습하고 있는게 아닌지 항상 뒤돌아보게 된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의 박원호 교수 칼럼을 읽고 정리한 생각이다.

근대적 지식의 생산과 재생산(교육)은 사실 철저하고 끊임없는 ‘구분 짓기'에 기초한 것이었다. 자연에 대한 연구가 물리학, 화학, 생물학으로 분화한 것처럼, 사회현상에 대한 연구도 사회학, 경제학, 심리학, 정치학으로 분화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분화가 ‘분절 화’라고 할 만큼 더 세부 전공으로 나뉘어지고, 더 전문화가 진행되었으며, 높은 학문간 장벽을 세운 채 상이한 분석방법과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 댓가로 우리는, 공동체 로서의 우리는, 큰 질문을 던지고 거시적으로 유효한 대답을 구하는 통찰을 잃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각자의 바늘같이 특화된 영역을 벗어나는 순간 할 이야기가 더 이상 없어졌으며, 더 중요하게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을 이해하고 이들과 대화할 공간도 극단적으로 좁아지게 되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회의 변화 앞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던지는 난해한 문제들과 감염병의 일상화라는 심대한 도전 앞에서, 우리의 학술과 교육을 그 근본에서부터 다시 고민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스페셜리스트들이 이상 화되고 호명되어왔기 때문이다.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슬로건이 있었으며, 이들을 대학이 가장 짧은 시간에 스페셜리스트로 키우는 것, 그리고 이들을 가장 빠른 시간에 기업과 사회가 가져다 쓰는 것이 이상적 모델로 생각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겐 제너럴리스트들이 정말 필요하다.
- 깊이를 가지되 매몰되지 않고 세상을 읽고 시대를 통찰하며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줄 학술과 지식을 갖춘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하다.
- 부분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전체를 조망할 능력이 있는, 주어진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낼 창의적이고 행복한 인재를 기르는 교육, 진정으로 존재의 다양성을 체험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 공동체가 눈앞에 두고 있는 근본적 위기가 새삼 알려준 사실은 우리를 미래로 안내해 줄 유일한 희망은 결국 지식과 교육이다. 그러나 전문가는 그저 일꾼일 뿐이다. 많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제너럴리스트에게 자신의 영역에 대한 책임 있는 결과를 제공하는 일꾼일 뿐이다. 제너럴리스트는 일꾼의 일거리를 만든다. 지금 그리고 미래에 필요한 인재는 제너럴리스트이다. 일꾼은 로봇으로 충분하다. 현재 학교가 로봇을 잘 만들고 있다. 그래 우리가 추구하는 마을대학은 '보다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 안에서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꿈꾸는 제너럴리스트', 모든 일에 능숙하기 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제너럴리스트를 만드는 일이다.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에서 general이라는 단어가 '일반적인'이라는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군에서 '장군'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장군은 하나의 전문화된 특기는 없지만, 군에서 돌아가는 대부분을 알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다. 제너럴리스트는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을 두루 갖추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종합적으로 사고한다. 그 반대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소위 전문가로 한 가지 분야에 깊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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