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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봄은 스프링(spring)


1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창문을 두드리는 이가 있어, 일찍 잠이 깼다. 비였다. 어쩌면 봄을 예고하는 것이겠지. 비는 그 철을 돕거나 재촉하는 촉매제 같은 것이다. 여름 비에 열매들이 튼실해지고, 가을 비에 나뭇잎 보내고, 훤하게 벗은 나무에 결을 주는 겨울 비 내리듯이, 봄 비가 내리면, 만물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전염병으로 위축된 우리는 크게 기지개를 켜게 될 것이다. 반갑다. 봄 비야.

지난 주말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시간이 넉넉하여, 몇 주전부터 하던 일을 어제 거의 끝마쳤다. 2018년부터 2019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쓰고 공유했던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를 2018년 5-1월, 2019년 1-6월 그리고 2019년 7-12월로 나누어 정리를 했다. 전부 다 인쇄하여, 종이 위의 활자로 다시 읽고, 오자와 비문을 고치었다. 그러면서 틈틈이 그동안 읽다 만 책들을 다시 꺼내 끝까지 다 읽고 있다.

어젯밤은 문태준 시인의 산문집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를 통독했다. 이 책의 제목은 김용택 시인의 인터뷰 내용에서 얻었다고 한다. 그 내용이 찹찹한 최근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좋은 삶의 지혜로 삼을 만한 것이다. 나무는 비가 오면 그냥 받아들인다. 맨몸으로 비에 젖는 나무가 된다. 눈이 오면 그냥 받아들여 눈이 쌓인 나무가 된다. 그리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된다. 새가 않으면 새가 앉은 나무가 되는 거다. 새를 받아들여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거다. 뭐 이런 내용이다. 그러니 우리도, 나무처럼, 코로나19, 신**, 전** 같은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람은 만남을 통해 자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폐북으로만 배철현 선생의 묵상을 읽다가, 이젠 본격적으로 그의 책을 다시 읽기 시작 했다. 우선 『심연』, 『수련』그리고 『정적』을 다시 읽고, 또한 단테의 『신곡』 3권, 즉 <지옥편>, <연옥편> 그리고 <천국편>을 이번 기회에 다시 읽을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인문학 팩토리>의 4월의 책, 나이 먹어서 다시 읽은 『어린 왕자』도 한국어판으로 다시 읽을 생각이다. 이렇게 조용히 앉아 생각을 정리하니 할 일이 많다. 그래 나는 일상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삶은 나만의 임무를 알고 하루 하루, 순간 순간 실천해 나가는 여정이다. 내가 가야 할 길은 내면 깊은 곳에 숨어 있다. 그 심연 속에서 반짝이는 별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내가 추구해야 할 무언가를 찾아 내는 일이다. 그래 시선을 외부에 두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살피며, 배철현 선생의 말처럼, 매일 아침에 기꺼이 글을 쓰고, 그 글에 맞는 사진과 시를 골라 공유하며 매일 매일 "인생의 초보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좀 더 깨달은 자가 되는 것이다.

오늘 아침은 세계적인 종교 지도자 랍비 조너던 색스 경을 공유한다. 그를 알게 된 것은 지난 달에 읽은 팀 페리스의 책에서 이다. 그는 과거의 습관이나 편견의 잠에서 깨어나 스스로 "깨달은 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깨달음은 어떤 특정한 시기에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 강해지기 위해 우리는 매일 깨달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직접 인용한다. "깨달음이란 더 강해질 수 있는 삶의 입구이자 더 강해진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몸만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도 소독을 매일 하는 것이다. 그럼 무엇을 깨달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는 이렇게 말한다. "뭔가 어렵고 심오한 것을 깨닫고자 노력할 이유는 없다. 그런 건 나처럼 종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나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매일 아침 눈을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나는 지금 살아 있는가?' '나는 지금 나누고 있는가?' '나는 지금 용서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충분하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 셋을 꼽으라면 '살자, 나누자, 용서하자'다. 이 세단어를 충분히 생각하고 깨달으면 삶에서 잡아야 할 기회와 저항해야 할 유혹을 구별하는 지혜를 얻게 된다."

좀 더 이야기를 끌어간다.
(1) '지금 살아 있다'는 깨달음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러주는 단서가 되어준다. 더 쉽게 말하면,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살아 있는가?'라고 질문을 하고 매일 아침에 답을 짧게 라도 적어보라고 한다. 살아도 죽은 사람처럼 사는 사람에게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질문이다.
(2) '나는 지금 나누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내게 힘을 주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나는 언제나 나를 지지하고 믿어주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나면, 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다.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더 중요한 것은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와 연결된 사람들과 삶을 나누어야 한다. 슬픔과 가쁨을 나누고, 성과 목표를 나눠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의미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혼자 있는 기간을 갖는 것과 외톨이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3) '나는 지금 용서하고 있는가"는 나의 반대자나 적응 향한 물음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 사이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용서하라는 것이다. 내 삶의 평화와 행복을 반대하는 세력은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이지 용서할 대상은 아니다.

이 비 그치면, 마음을 추수리고, '살자, 나누자 그리고 용서하자. 산수유는 아랑곳 없이, 자신의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산 쓰고 아침에 나가 만난 사진이다. 차분히 내리는 봄비와 함께 깨닫고, 다시 튀어 오르는 것이다. 봄은 스프링(spring)이니까.

봄비/송옥임

앙상한 가지가지 나무위에
눈을 트게 하리라.
얼어붙은 대지를
촉촉이 녹여 주리라.
나는 봄비가 되어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봄을 안겨 주리라.
나는 봄비가 되어
얼어붙은 땅속에 숨어있는
새싹을 돋게 하리라.
이제 내가 비를 뿌리면
먼 산엔 머지않아
연분홍 진달래도 다시 피겠지?

#인문운동가_박한표 #유성마을대학_마이크로_칼리지 #사진하나_시하나 #송옥임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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