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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이상한 정상 가족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TV를 보지 않는다. TV가 나를 너무 여러 방면에서 유혹하기 때문이다. 대신 수시로 페이스 북 등 SNS를 보거나, 노트북으로 뉴스들을 본다. 너무 자주 기웃거려 문제이다. 어젯밤에는 딸이 내 방으로 달려와 속상하다고 울었다.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이 입양 10개월여 만에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 사연이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으로 방송되었나 보다. 최근 SNS에도 #정인아_미안해라는 해시태그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

딸에 의하면 그 아이가 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게 지난해 10월 13일이라 한다. 당시 전인양은 췌장이 절단되고 주요 장기가 손상돼 배가 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양쪽 팔과 쇄골 다리 등도 골절된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입양한 양부모는 집 또는 자동차 안에 혼자 두는 등 유기 방임하고 지난 해 6월부터는 상습적인 폭행을 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어린이 집교사와 진료했던 소아과 의사 등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되었다고 한다.

지난 해, 사단법인 희망의 책 대전 본부는 김희경 작가의『이상한 정상 가족』이란 책을 "우리 대전 같은 책읽기" 책으로 선택한 바 있다. 나도 그 책을 꼼꼼하게 일었었다. 지난 해 9월 14일 아침에 썼던 글을 다시 공유한다. 그리고 몇 일동안 다시 한 번 고민해 본다. 한국에서 가족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살펴 보겠다. 제2의 정인양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 사회의 아이들과 관련된 지난해의 각종 통계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 가족』에 보았다. 좀 공유하고 싶다.
* 2016년 출생아 수는 인구 통계 작성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어제 뉴스를 보면, 2020년 12월 31일 기준 출생자가 사만자보다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현상이 현실화되었다고 한다.)
* 같은 기간 동안 302명의 갓난 아기가 길바닥과 베이비박스에 버려졌다.
* 같은 기간 해외로 입양된 아이는 334명, 거의 하루 한 명 꼴로 아이를 버리고 해외로 보낸 셈이다.
* 영유아에 국한하지 않고 18세 미만의 아이들로 시야를 넓혀보면 부모에게 버림받아 시설, 위탁 가정 등으로 간 아이들은 4,503명, 하루 평균 12명 이상이었다.
* 같은 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아이는 한달 평균 세 명 꼴이었고, 아동학대 판정을 받은 경우는 하루 평균 51건이었다.
* 아동 학대의 80% 이상은 집에서 일어났다.
* 같은 기간 사교육비 지출은 역대 최고를 찍었다.
* 한국 남성이 집에서 자녀와 함께 보낸 시간은 하루 평균 6분에 불과 했다.
* 육아휴직을 한 여성 중 43%는 복직 1년 안에 사표를 냈다.

통계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우리 사회는 참 이상하다. 왜 그럴까? 한 마디로 그 이유를 말하기 힘들다. 우선 생각 드는 것은 부모들이 자녀를 소유물로 대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녀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증명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이들은 문자 그대로 '작은 아이'이다. 그저 작을 뿐 성인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 세상에 초대받아 성인과 종류만 다를 뿐인 불안을 견뎌내야 하는 어린 생명체이다.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강력히' 요구된다. 모든 아이들은 자율적 인간, 공감하는 시민으로 자라나기를 우리는 바란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제도의 개선 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위계적 질서를 걷어내고, 사람의 개별성을 존중하며 타인과 공감하는 태도의 변화, 일상의 민주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 책을 공유하다, 언젠가 멈추었다. 처음 부터 다시 정리를 해, 다시 공유할 생각이다. 우리 사회의 '이상한' 가족주의 민 낯을 인문운동가의 입장에 필링(peeling)하고 싶다. 언젠가 적어 두었던 시가 생각난다. 김기택 시인의 다음 시이다. 이 시를 소개한 채상우 시인의 덧붙임도 공유한다. "이 시에 등장하는 '엄마'는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나 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행을 읽고 나면 참 안타깝고 애틋하다. 그런데 정말 희한한 일이 하나 있다. 살다가 힘들고 외로울 때 '엄마 아' 하고 불러 보면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가 아니라 젊고 상냥한 엄마가 저쪽에서 다정하게 웃고 있는 것이다. 나만 그런 지는 모르겠다. 그야 모르겠는데, 하루 종일 이 일 저 일에 시달리다 터덜터덜 축 늘어진 발걸음으로 집에 오다 보면, (…) 엄마가 대문 앞에 서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그래서 '엄마 아' 하고 입속으로 가만히 부르면 이런 말들이 도란도란 들리는 듯도 하다. '아이구우, 우리 강아지, 오늘은 누구랑 놀았어? 술래만 했어? 무릎 까졌네. 호오 하자. 얼른 씻고 밥 먹자. 그만 울고오'. (채상우 시인)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런 게 가족인데, 우리 사회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아침 사진 오리 가족들이다. 아침부터 왜가리 손님이 찾아왔다.

모녀 2/김기택

이윽고 그녀는 제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아졌다.
엄마가 나이 먹는 일을 그친 후에도
쉬지 않고 성실하게 나이를 먹어 온 탓이다.
엄마보다 훨씬 늙었는데도
그녀는 자신보다 젊은 여자를 엄마라고 부른다.
엄마를 부를 때마다
그녀는 어린 나이로 돌아가서
옛 얼굴 젊은 나이에서 나오지 않는 엄마를 본다.
불러도 목소리가 닿을 자리가 없어서
만질 손과 얼굴이 없어서
엄마는 늘 목소리 속에만 머물러 있다.
자꾸자꾸 불러서 목청 안에만 가득하다.
엄마 부르는 소리가 허공을 헤매도
엄마는 도저히 슬퍼지지 않는 표정이 되어
늘 엄마의 자리에 있다.
그녀의 주름과 흰머리가 나날이 늘어나도
엄마는 딸과 늙지 않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불쑥불쑥 엄마를 불러서
엄마와 딸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아서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만 몰라보게 늙어 가고 있다.

김희경 작가는 4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우리 사회의 이상한 정상가족을 살핀다.
첫 번째는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살핀다. '내 것인 너'를 위한 친밀한 폭력이라며 행해지는 체벌 문제, 과보호 아니면 방임으로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문제,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이상한 용어 문제, 친권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는 지적 등의 문제를 말한다. 나는 내 머리에 작은 전구가 켜졌다.

두 번째는 가족 바깥, 우리 사회에서 '비정상' 가족으로 산다는 것의 문제를 다룬다. 미혼모는 있는데, 왜 미혼부는 없는가? 왜 해외 입양을 하는가? 한국에서 피부색이 다른 가족이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정말 중요한 질문들을 한다.

세 번째는 누가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을 규정하나를 질문한다. 왜 우리 사회는 '믿을 건 가족 뿐'이라는 신념이 지배할까? 묻는다.

네 번째는 대안을 말한다. 가족이 그렇게 문제라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고민한다.

이어지는 김희경 작가의『이상한 정상 가족』 이야기는 나의 블로그로 옮긴다.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거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시급하다. 그래 시간되시는 분은 같이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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