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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두한족열(頭寒足熱)’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올해는 좀 더 많이 걷고, 자연과 더 친하게 지낼 생각이다. 내가 아는 한 철학 선생님은 집에서 학교까지 매일 걸어 다닌다고 한다. 나도 집에서 내 일터까지 걸어서 겨우 10분도 안 걸리지만 차를 가지고 나간다. 그러나 기회가 되는 대로, 나는 차 없는 생활을 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 일터 근처로 이사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다.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 시간에 쏟는 시간이 없으니, 그 동안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쓴 페이지가 엄청나다. 그리고 음주 후에, 운전을 안 해도 되는 환경이니, 늘 평화롭다.

미국 하버드대 세포생물학 교수인 루이스 캔틀리(Lewis Cantley)의 글을 읽고, 무릎을 탁 쳤다. 내 생각과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껏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자동차 없이도 살 수 있는 곳에 있다는 것이다. (…) 더 탁월해졌고 더 행복해졌고 더 의미가 깊어 졌다. 이유는 단 하나! 자동차가 없기 때문이다. 날씨나 교통 체증에 관계 없이 나는 일터까지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다. 지붕위에 쌓인 눈을 퍼낼 필요도, 유리창에 붙은 얼음을 긁어낼 필요도, 주차 공간을 찾아 몇 십분 씩 빙빙 돌 필요도 없다.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온갖 삶의 디테일한 축복을 만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매일 똑같은 길을 걸어도, 매일 새로운 것들이 발견된다. 어제 보지 못한 것을 오늘 볼 수 있다는 건 매일을 기대감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는 의미다."

아! 얼마나 멋지고 경이로운 일인가! 걸으면,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된다. 우리가 걷는 것은 건강 때문만 아니다. 걸으면, 그토록 원했던 활력과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이 생긴다. 잘 늙어가려면, 균형 잡힌 삶을 살아야 한다. 그냥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하며 살 것인가? 다 옳은 말이기 때문에 균형이 필요하다. 예컨대, 나이 먹어가며 몸이 자연스럽게 망가지는 것의 속도를 낮추고, 균형 있게 늙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균형 잡힌 식사라고 본다. 그리고 식탁에서 먹는 즐거움과 기쁨이 중요하다. 즐겁지 않게 먹으면 오히려 더 살이 찐다.

그리고 구부정한 자세로 책상에 앉아만 있는 우리에게 허리를 곧추세운 직립 자세로 걷는 것도 균형 있는 삶의 지혜이다. 걸으면 우리 몸에서 피가 순환되면서 머리는 차고 손발은 따뜻해 지는 ‘두한족열(頭寒足熱)’로 몸이 살아나는 신호를 보낸다. 게다가 이 신호와 함께 온갖 번뇌가 가라앉으며 맑아진 머리는 그동안 실타래처럼 엉킨 보이지 않았던 삶의 방향이 보인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고, 그동안 마음속에 뭉쳐 있었던 증오도 발바닥으로 내려가 자연 속으로 스며들고, 가슴에 넉넉한 자연의 바람이 스며든다. 걷는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균형 잡힌 삶을 위한 치유의 방법이고 명상이다.

그러면서 올해는,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어처럼, "새로운 몸짓의 새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영원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었으면 하고 나는 바란다. 그러려면 먼저 허둥대거나 서둘지 말아야 한다. 나이 들수록 서둘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리고 "가장 맑은 눈동자"를 가져야 하며, 지금보다 더 "고독한 길을" 가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가슴에서 물을 긷"어, "별 사이로 흐르는 혜성으로 찬란히 뜨는 시간"에, "그 하늘 아래 아름다운 글을 쓰며 당신에게 바치는 시집을 준비하는 나날"이 되게 하여야 한다. 그 바람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자연에 좀 더 몸을 내맡기고 많이 걷고, 책과 사색을 가까이 하는 한해로 보내고 싶다. "새해의 기도"이다.

새해의 기도/이성선

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새로운 몸짓의 새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영원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게 하소서

​새해엔, 아아
가장 고독한 길을 가게 하소서
당신이 별 사이로 흐르는
혜성으로 찬란히 뜨는 시간
나는 그 하늘 아래
아름다운 글을 쓰며
당신에게 바치는 시집을 준비하는
나날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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