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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과의 핵심은 머리를 숙여서 하는 사과가 아닌 가슴을 기울여서 하는 사과의 진정성에 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2월 27일)

정말 2021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느 해보다 늙는다는 거에 마음이 간다. 이런 말이 있으니 자기 위로를 한다. 인생은 나이로 늙는 것이 아니라, 꿈의 결핍으로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을 보태지만, 열정을 잃으면 영혼에 주름이 진다. 그래 어제는 서울 아트 페어(SEOUL ART SHOW 2021)를 다녀왔다. 갤러리 별로 수 백명의 작가가 나왔다. 두 시간을 돌고 나니, 나중에는 그 그림이 그 그림 같았다. 작가들이 너무 많고, 그림이 너무 비싸다.

그리고 저녁에는 하몽을 파는 가게에서 와인을 마시고, 겨우 대전에 내려온 후, 아침에 일어나니 '사과' 뉴스가 SNS를 가득 채웠다. '사과는 내 자존심보다 현재의 관계를 더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유난히 사과에 서툴다 사과하더라도 잘못된 방법으로 한다. 사과는 마음이 전부가 아니다. 표현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Money Man>은 사과의 방법으로 다음 4 가지를 주장한다.

(1) 전제를 붙이지 마라. '잘못한 게 있다면',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는 식의 전제를 붙이자 마라는 거다. 사과에는 사족이 없어야 한다. 그냥 무조건 미안하다고 제대로 사과부터 하는 게 사과에서는 매우 중한 첫 번째 법칙이다.

(2)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하라. 이는 상대방의 마음이 누르러질 때까지 충분히 사과해야 한다는 말이다. 전적으로 본인 잘못임을 정확한 표현으로 시인하는 게 중요하다.

(3) 중간에 핑계 대지 마라. 즉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그랬다고 사과 도중에 변명하지 마라. 사과하는 도중에 그런 말 하면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 된다. 상대의 화가 누그러지고 내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됐을 때 사정을 설명함ㄴ 해명이 되지만, 사과 도중에 변명하면 핑계가 된다.

(4) 재발 방지를 꼭 약속하라. 사과 받는 사람이 가장 원하는 것은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게 대비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약속해라.

사과의 핵심은 머리를 숙여서 하는 사과가 아닌 가슴을 기울여서 하는 사과의 진정성에 있다. 그리고 사과의 완성은 사과의 장본인이 약속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변화한 모습으로 이 약속을 지켜내는 지에 달려 있다. 미숙한 사과는 나중이라도 용서받을 수 있지만, 진정성을 연기하다 들통나는 경우는 용서받을 길이 없다. 영어에서 진정성(authenticity)이라는 단어는 자신에게 진솔함(true to oneself)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진정성 있게 보이고 싶다면,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윤정구 교수의 페북 담벼락에서 만난 거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1) 잘못에 대한 복기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행동은 잘못을 깨달은 가해자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자신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담지 않는 사과는 나중에 책임 소재의 문제나 법적 분쟁에서 벗어나려는 것을 염두에 둔 진정성 연기를 위한 꼼수로 해석된다. 지근 당장 쏟아지는 여론의 뭇매를 벗어나려는 연기일 개연성이 높다. 자신의 발언으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우려해서 그렇다.

(2) 앞서 이야기 했던 거처럼, 사과에 방어적인 조건을 다는 사과는 변명으로 받아들여져 진정성을 상실한다. '만약에', '그럼에도'와 같은 단어로 조건을 내걸면서 사과를 하는 것이 그 나쁜 예이다. 직접적으로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유감이다' 등의 용어를 과도하게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사과할 마음이 없는데 사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속마음일 것이다.

(3) 말로 그치는 게 아닐,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사과를 하는 사람이 책임을 통감하고 지금까지의 손해에 대해 배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필요한 자세는 미래는 이런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는 것을 넘어서 자심들이 변화된 모습으로 사과를 증거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의 종결판이다. 이런 변화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사과는 잘못된 사과의 전형인 사과가 다시 사과를 낳는 모습으로 종결된다.

(4) 사과를 받는 대상에게 용서를 과도하게 요청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용서를 강요하는 것은 빨리 모면해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최선을 다해 사과를 하는 것으로 끝내야 한다. 용서의 여부는 피해자의 몫으로 남기는 것이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지금은 초연결 시대이다. 정보가 비대칭적으록 공유되던 시대에는 진정성도 연기가 가능한 영역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CCTV와 블록체인 기술, 통신의 발달로 인해, 모든 것이 촬영되고 공유된다. 이런 시대에 진정성 벗는 사과는 독이 든 사과일 뿐이다. 오히려 대중의 분노와 좌절만 키울 뿐이다. 이 상황에 맞는 좋은 시가 있어 오늘 공유한다.

실패의 힘/최병근

잘 나가다 실패한 형님을 만났다
자네 풍선을 터뜨려본 경험이 있는가
삶도 불다가 터진 풍선 같지
어느 정도 불면 잘 가지고 놀아야 해

모처럼 서울 아트 페어 가 좋은 그림 많이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와인을 마시고 온 다음 날 아침, 내 SNS를 가득 채운 김**의 사과가 인문 운동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잘못을 복기하지 않고, 감성에 호소하는 사과였다는 거다. 법률적인 자문을 얻은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전략이 지금의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전략이라면 이번 사과는 사과가 사과를 낳는 사과로 끝날 것이다. 독이 든 사과인 셈이다.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사과는 머리를 기울여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기울여서 하는 것이다.

임기응변 적인 코스프레나 잘 짜여진 각본에 따른 연기로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하는 저의가 발각되는 순간 더 큰 역풍을 맞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 답게 산 다는 것이 말처럼 생각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늘 생각하고 조심하고 또 삼가야 한다. 사과와 용서, 이해와 배려는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사람들 사이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사실 인정을 전제로 한 사과, 시점에 맞는 사과, 책임지는 사과, 행동을 동반하는 사과가 진정한 사과이다. 이런 사과가 있을 때 국민들은 용서의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도 여기서 시작된다. 사과 없는 용서는 용서가 아니고, 사과 없는 이해는 이해가 아니다. 사과할 일이 없는 것이 좋다. 그러나 세상 일이 그렇지만은 않다. 불가피하게 사과할 일이 생길 수 도 있다 이럴 때는 조건 없이, 즉시, 최대한으로 사과하고, 자기 행동에 책임지는 진솔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조건을 달거나, 감추거나, 최소화하거나,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사과 하지 않는 것만 못하게 된다. 오늘 사진처럼, 돌을 치워야 한다.  이 사진을 서울 아트 페어에서 찍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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