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1월은 달력의 크로노스적 시간을 통해서 의미의 시간인 카이로스적 시간을 생각하게 하는 야누스적 시기이다.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신축, '흰 소의 해가' 왔다. 수 많은 새해 인사들이 내 스마트 폰을 도배했다. 가장 인상적인 인사는 "코로나-19로 힘들었 쥐! 2020년 잘 가요. Aideu(아듀) 2020! 코로나-19 이겨내소! 어서 와 2021년! Bienvenue(Welcome, 환영) 2021!"

프랑스어 '아듀(Adieu)'는 영원히 다시 보지 않을 때 헤어지면서 하는 인사이다. 참고로 Dieu가 우리말로 '신"이다. 그냥 헤어질 때는 '오흐 부아르(Au revoir)'로, 우리 말의 '또 봐'이다. 인문학은 언어로 하는 학문이다.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자는 것이 인문정신이다. 왜냐하면 언어가 존재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2021년은 신축(辛丑)년으로 '흰 소의 해'라 한다. 올해 태어나는 사람들을 우리는 소띠라고 부른다. 미래 세대들을 위해 아침에 일어나 다음과 같이 그림을 직접 그려 보았다. 왜 올해가 소띠인가? 그리고 왜 하얀색 소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작년 2020년이 왜 '경자년'이고, '흰 쥐'의 해인지 그림에서 찾아보았으면 한다. 그러면 올해가 신축이고, 흰 소'의 해인 줄 알 수 있다. 매년 그 해를 상징하는 동물은 12지(支)의 순서에 따른다. 그리고 동물의 앞에 언급되는 색은 10간(干)에 의해 결정된다. 띠와 색을 상징하는 12지와 10간을 결합하면 60개의 간지가 만들어진다. 이를 우리는 '육십간지'라 한다. 이건, 두 번째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음양오행설과 결합하여 나오는 것이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이런 순서에서 소가 두 번째 동물이 된 이유는 쥐 때문이다. 신들이 12간지를 정할 때, 소는 자신이 느리기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출발하여 1등으로 결승점에 도착하였음에도 소뿔이 매달려 타고 온 꾀 많은 주기가 갑자기 뛰어내려 결국 쥐가 십이지 간의 첫 번째가 되고, 소가 2등으로 밀려났는 이야기가 있다.

소는 우직하면서 근면 성실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소는 걸음이 느리지만 한 걸음 씩 쉬지 않고 걸어간다.

인문운동가는 들판의 목동과 같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노동자이다. 자식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자신의 삶을 살도록 안내하는 사람이다. 그 예가 목동들이다. 목동들은 하루하루 연명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을 인도해 초원으로 가서 풀을 뜯어 먹게 하거나 시냇가로 인도해 물을 먹이는 노동자다. 목동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고유한 임무를 묵묵히 완수하는 자다. 그는 양떼를 자신의 자식처럼 여기며, 양을 치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는 자다. 나는 일상의 생계를 위해 묵묵하게 일하는 보통 사람이고 싶다. 지금의 상황을 불평하지 않는다. 그냥 내 일이 있어 좋다. 그러나 가끔씩 그 일을 잊고 주변 사람들과 활동을 한다. 사는 것은 관계와 활동이다. 관계를 해야 활동을 하고, 활동을 해야 관계가 생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어쨌든 소의 꾼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꾸준함이 이긴다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우리 동네에서는 이걸 '엉덩이의 힘'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소는 인내가 많음을 상징하지만, 다소 고집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동물이기도 하다. 소는 생활 속에 널리 활용된다. 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릴 것이 없다. 그래서 이런 속담이 있다.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것이 없다." 그리고 소의 특성을 빗댄 속담으로 '소는 말이 없어도 열 두 가지 덕이 있다." 소는 성질이 급하지 않아 웬만한 일에 쉽게 놀라거나 흔들리지 않는, 내가 좋아하는 유유자적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느린 소도 성낼 적이 있다"는 속담도 있다. 순둥이 같은 눈망울을 지닌 소이지만, 자신에게 적의를 품거나 해를 끼친다고 느끼면 채도를 돌변해 뿔과 발로 상대방을 무섭게 공격한다. 그리고 이런 속담도 있다. "소 죽은 귀신 같다." 이 말은 소가 고집이 세고 힘줄이 질긴 소에 빗대어 고집이 센 사람의 성격을 비유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느릿느릿 황소 걸음'이란 말이 있다. 속도는 느릴지라도 오히려 꾸준함으로 그만큼 알차고 믿음직스럽다는 것이다. 이 말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소 귀에 경 읽기', '소같이 벌어서 쥐같이 먹어라." 어리석은 사람에게 아무리 얘기해도 알아 듣지 못한다는 말이고, 소처럼 열심히 일함으로써 많이 벌고, 쥐처럼 조금씩 먹으며 검소하게 생활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이 말은 장마나 홍수로 급류가 생긴 물에서는 헤엄을 잘 치는 말은 물살을 거스르려 다가 죽고, 물살에 편승한 소는 목숨을 건진다는 말이다. 즉 말은 수영을 잘하니 거센 물살에 떠밀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계속 치는데, 결과적으로 힘들 게 제자리에서 맴돌다가 지쳐서 익사하고 만다. 반면에 소는 수영을 못하지 애써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 하지 않고, 바보스럽게도 물살에 몸을 맡긴 채 떠내려간다. 한참을 떠내려가지만 조금씩 강가에 접근하게 되니, 얕은 곳에 닿게 됐을 때 빠져나와 목숨을 건진다. 그러니까 단순함이 복잡함을 이기는 것이다.

올 2021년 소처럼 단순하게, 꾸준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살고 싶다. 오늘 아침 시는 오세영 시인의 <1월>을 택했다. "1월은/침묵으로 맞이하는/눈부신 함성'이다. 크로노스적 시간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는 것이지만, 카이로스적 시간은 나 자신의 철저한 의지, 개입 그리고 열정에 의해서만 가능한 시간이다. 크로노스적 시간의 흐름에 반전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달력을 만들고 첫 달을 모든 것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의미로 '정월(正月)'이라 부른다. 서양에서는 1월을 '제뉴어리(January)라고 한다. 이 말은 과거와 미래, 전쟁과 평화, 끝과 시작 등 현실 세계의 다양한 두 축을 상징하는 의미의 두 얼굴을 담고 있는 야누스(Janus)라는 신의 이름을 담고 있다. 1월은 달력의 크로노스적 시간을 통해서 의미의 시간인 카이로스적 시간을 생각하게 하는 야누스적 시기이다. 사진은 오늘 아침 새롭게 맞이한 해이다. 산책길에 찍은 것이다.

1월/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神)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이어지는 글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디지털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오세영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