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좋은 글을 쓰려면, 다독(多讀)·다작(多作)·다상량(多商量), 곧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은 『문학인명사전(Dictionnary of Literacy Biography)』이 선정한 '살아 있는 최고의 포스트모던 작가 100인'에 이름을 올린 닐 게이먼(Neil Gaiman)의 말을 통해, 글이 잘 안 써지거나 집중이 잘 안 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공유한다.

그는 글이 잘 안 풀리고 집중력이 흩어질 때 다음 3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고 한다.
▪ 잠을 충분히 잤는가?
▪ 배가 고픈가?
▪ 내가 지금 산책을 원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의 답을 찾아 해결을 한 다음에도 여전히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는 다시 다음과 같이 두 개의 질문을 점검한다고 한다.
▪ 비장의 카드가 있는가?
▪ 전화나 대화로 이 문제에 대해 정보나 조언을 얻을 만한 사람이 있는가?

여기까지 했는데도 슬프고 우울하고 산만한 기분이 계속 들 때는 다음 두 개의 질문을 또 점검한다고 한다.
▪ 만족할 만한 글을 쓴지 얼마나 되었는가?
▪ 지금껏 써본 방법들이 전부 효과가 없는가?

그럼 무조건 책상에 앉아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는 무조건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고 한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무조건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내 하루의 수련 도장(道場), <OneNote>을 켜고 자판기를 두드린다. 아니면 산책을 나간다. 그래도 아니면, 유튜브를 틀고 눈을 감고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잠을 충분히 잔다. 아무 때나.

나는, 오늘 아침 닐 게이먼을 통해, 무조건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꾸준함이 글을 잘 쓰는 길이라는 걸 알았다. 글쓰기는 타고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하나의 기술로, 많이 쓰면 잘 쓰게 된다고 나는 믿는다.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독(多讀)·다작(多作)·다상량(多商量), 곧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고 했다. 이 세 마디의 가르침은 10세기 중국 북송 때의 문인 구양수가 남긴 말이다.

안도현 시인은 시를 쓰려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주문한다. 첫째 술은 많이 마셔라. 곤드레만드레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매개로서 술을 말한다. 술을 마시면서 일상 너머를 꿈꾸는 일은 시인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둘째 연애를 많이 하라. 천하의 바람둥이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연애하듯 사물에 대한 감성을 예민하게 일깨우고, 상대와 자신의 관계를 통해 많은 관계의 그물망을 생각하고, 모든 관찰력과 상상력을 동원하라. 셋째 시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으라고 했다.

내년은 경자년(庚子年)으로 쥐의 해이다. "새 길을 가기 위해 모든 길을 멈추자." 한 해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진 하나, 시 하나>를 이어온 나에게 경의(敬意)를 표한다. 그리고 함께 한 많은 분들이 있어 더 용기를 냈다. 감사하다. 나의 아침 글쓰기는 나를 한 해 동안 잘 지켜주었다. 문제는 글이 점점 길어진다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글을 쓸 생각이다. "새해 복 많이 받쥐!"

새 길을 가기 위해 모든 길을 멈추자/반칠환

한해의 노을이 내리는 저녁 강가에서
발을 씻는 사람들아
그 여름의 뙤약볕과 큰물과
바람을 모두 견뎠느냐
휩쓸고 몰아친 그 길
무릎걸음으로 걸어온 이들 한두 사람뿐이랴

한해의 노을이 내리는 저녁 강가에서
이마를 훔치는 사람들아
올해도 세상의 한쪽에 빛이 드는 동안
세상의 다른 쪽에는 그늘이 드리웠더냐
여기서 벚꽃이 피는 동안, 저기 목숨 지는 소리 들었느냐
어떤 이는 사랑을 잃고 울며, 어떤 이는 사람을 잃고 울더냐

한해의 노을이 내리는 저녁 강가에서
땀을 닦는 사람들아
그 더운 땀방울로 하여
어떤 이는 열매를 얻고
어떤 이는 줄기를 얻었지만  
어떤 이는 그저 땀방울뿐이더냐

한해의 노을이 내리는 저녁 강가에서
눈시울이 붉은 사람들아
느리게 이울고 있는 태양의 어깨를 보았느냐
세상을 다 비춘 다음
제 동공에 넘치는 눈물로
저를 씻는 것을 보았느냐

한해의 노을이 내리는 강가에서
돌아보는 사람들아
올해도 잠깐의 평화와 긴 불화가 깃들었더냐
그러나 살아서 평화, 살아서 불화
저 강물들은 어떤 평화에도 오래 쉬지 않고
어떤 불화에도 저를 다 내어주지는 않나니

한해의 노을을 밟고 돌아오는 사람들아
내일은 또 새가 울고, 꽃들은 피리라
비바람 몰아치고 파도는 높으리라
그러나 살아서 꽃, 살아서 파도
우리 모두 오늘에 온 것처럼 내일에 또 닿을 것이니
사람들이여, 새 길을 가기 위해 오늘 모든 길을 멈추자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반칠환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