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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난 '5유'를 자주 생각한다. '여유(餘裕)', "자유(自由)', '사유(思惟)' 그리고 YOU(당신).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2021년은 이렇게 살기로 다짐한다.
1. '99의 노예'라는 말을 기억하자. 그것은 가진 것이 아무리 많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부족한 1을 채워 100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해 일에 매달리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는 모두 부족한 1의 욕심 때문에 가지고 있는 99의 기쁨과 행복을 잊고 산다. 너무 욕심 내지 말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하루에 한 가지 일만 하며, 좀 단순하게 살자.
2. 좀 더 침묵하자. 눈을 가리면 귀가 열리는데, 침묵을 하면 눈이 열리는 데 말이다. 침묵하면, 밖의 작은 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침묵하고, 상대방을 보니 안보이는 표정도 보인다. 말 많은 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더 말을 아끼자. Too much talk를 조심한다. 즉 말을 좀 아낀다.
3. 너무 생존에 힘들어 하면서, 시간을 쏟지 말자. 그러면 우리는 자기 취향을 모르고 살기에 급급하다. 그래봐야, 사는 형편이 나아지는 게 아니다. 삶이 힘들어 일상에 지치더라도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취향이 생긴다. '나는 무슨 색깔의 옷을 좋아하는가?" 그 색깔의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표현하여야 한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야 한다. 그런 질문을 하며 생각을 해야 여유가 생기고, 자신의 일상을 지배할 수 있다. 좀 여유를 갖고, 감각이 살아있도록 하고, 생의 에너지를 키운다.
4. 세상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투덜거리지 않는다. 그러려면, 피해의식을 버려야 한다. 그 피해의식은 차별 받는다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다름이 피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다름이 다양성으로 존재하여 그 조직을 더 생기 있게 한다고 믿어야 한다. 다양성은 서로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만들어 더 경쟁력 있게 만든다.
5.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하소연 하지 말자. 하소연이란 나의 억울한 일이나 잘못된 일, 딱한 사정 따위를 말하는 것이다. 다른 이들 한테 하소연 하는 것은 만나는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투덜대는 말도 하지 말자. 차리리 침묵하자. 일보다 투덜대거나 하소연 들어주는 데, 에너지를 사용하면 그만큼 일하는 데 에너지를 덜 쓰게 된다. 사람 사는 일에서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잘 배분하는 일이다. 쓸데 없는 곳에 자기 에너지를 쓰는 것이 괜찮지만, 내 하소연이나 투덜거림으로 상대의 에너지를 빼앗는 것은 잘못이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상 만사는 다 양면성이 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그러니 그걸로 인해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 또 무언가를 얻었을 때는 '이걸로 인해 잃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질문해 보는 것도 좋다. 그럼 시선이 높아지고, 거기서 시선이 높아지고, 시야를 다양하게 바꾸어 볼 수 있다.

2021년에는 세상을 밝은 눈으로 보며, 마음 비우고, 웃으며 살기로 다짐하는 반성문이다. 딱딱하고 굳은 것은 죽음의 길이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것이 삶의 길임을 깨닫고, 몸과 마음이 유연(柔然)하게 갖는다. 세상 일에 다 원인과 이유가 있음을 알아서 그저 남의 탓만 하지말고 먼저 나를 돌아보고 나로 말미암아 시작하는 2021 신축년을 살고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 자를 좋아한다. 특히 난 '5유'를 자주 생각한다. '여유(餘裕)', "자유(自由)', '사유(思惟)' 그리고 YOU(당신). 2020년을 마치면서 한 가지 '유'가 더 생겼다. 향유(享有).

이런 내 마음을 잘 표현해 주는 것이 노자 <도덕경> 제45장의 5가지 도(道)의 모습이다. 2021년에 '건너 가야' 할  5 가지의 '고졸(古拙)의 멋'의 세계, 즉 결(缺), 충(沖), 굴(屈), 졸(拙), 눌(訥)의 세계를 늘 기억할 생각이다.
1. 대성(大成)의 세계에서 결(缺)의 세계로 건너가기: 대성약결(大成若缺) - 'Big ME'에서 'Little ME'로
2. 대영(大盈)의 세계에서 충(沖)의 세계로 건너가기: 대영약충(大盈若沖) = 가득함에서 비움으로
3. 대직(大直)의 세계에서 굴(窟)의 세계로 건너가기: 대직약굴(大直若窟) - 직진, 바른 길에서 곡선, 구부러진 길로
4. 대교(大巧)의 세계에서 졸(拙)의 세게로 건너가기: 대교약졸(大巧若拙) - 화려와 정교함에서 질박과 서투름으로
5. 대변(大辯)의 세계에서 눌(訥)의 세계로 건너가기: 대변약눌(大辯若訥) - 웅변에서 눌변으로

<도덕경> 제45장을 내 나름대로 번역하면 이렇다. "다 완성된 것도 빈틈이 있어야 그걸 쓰는 데 불편함이 없고, 가득 채웠더라도 빈 곳이 있어야 언제라도 쓸 수 있다. 구불구불한 길이 바른 길이며, 질박하고 서툴러 보인 것이 화려하고 정교한 것이며, 어눌한 눌변이 곤 완벽한 말 솜씨인 것이다. 고요함은 시끄러움을 극복하고, 냉정함은 날뜀을 극복한다. 맑고 고요함()이 세상의 표준(천하의 정도)이다."

큰 그릇은 흙이 많이 들어간 그릇이 아니라 빈 공간이 많은 그릇을 의미한다. 나는 이것을 '그릇 론'이라 부른다.  자신을 큰 그릇으로 만들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모자란 듯이 보이는 것이 크게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하고, 빈 듯이 보이는 것이 오히려 가득 찬 것으로 생각하고, 구부러진 것이 오히려 크게 곧은 것으로 생각하고, 서툰 것이 오히려 크게 솜씨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더듬더듬 거리는 말이 크게 말 잘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산을 떨면 추위를 이겨내지만, 이렇게 더워진 것은 고요함(靜)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맑고 고요함(淸靜)이 '하늘 아래 바름(모든 힘의 근원, The still point)'라는 것이다.

코로나-19가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뭔가를 이룩해 보겠다고 쓸데없이 만용이나 허세를 부리며 설치지 말고, 맑고 고요함(淸靜)을 지키며 의연하게 살라는 말이다.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의 말처럼, "지금은 고요의 시간을 되찾아야 할 때다. 바쁜 와중에 짬을 내 동네 숲에 들어가 고요의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 인터넷을 끄고 몰려드는 정보 자극을 차단하는 저녁을 맞는 것만으로도, 새벽에 일어나 눈을 감고 의식을 가라앉히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히 대하는 수행만으로도 생명의 에너지는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다. ‘살아남’을 자각하는 존재가 프랙털의 무늬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날 때 세상의 기운이 바뀌고 새로운 축의 시대가 열린다. 그간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면서 살아온 나 자신을 위해 수행을 시작하려 한다." 나도 하나의 수행처럼, 내년에도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글쓰기를 계속 할 것이다.

한 해의 마지막인 이때를 표현하는 말로 '연말' 외에 '세밑' '세모'를 많이 쓴다. '세밑'은 해를 뜻하는 한자어 '세(歲)'와 순 우리말 '밑'이 결합한 형태다. '세모(歲暮)'는 해(歲)가 저문다(暮)는 뜻의 한자어다. 세모에 2020년을 되돌아 보니, 올해는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저물고 말았다. 만남이 정지된 일상에는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았고, 디지털 전환은 생활의 한 축이 돼 ‘뉴노멀’ 시대를 열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교차로에서 새로운 기회를 열어갈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와 같은 건설적인 의제보다 진영 간의 소모적 대립이 두드러진 점은 몹시 안타까웠다. 하지만 늘 희망은 살아 있다.

세모에 다짐한다. 이렇게 계속 해서 5이다. 2021년에 새겨야 할 5유(有)와 5무(無)이다.
1. 자족/탐욕(99의 노예)
2. 침묵/TMT(too much talk)
3. 여유/초조, 조급(생존)
4. 다양성/투덜거림, 푸념
5. 양면성/하소연

올해의 나의 화두는 위에서 말한 5무(무)에서 5유(유)로 '건너 가기'이다. 그래 아침 사진 건너가는 디딤돌을 택했다.

세모/엄원태

한 해가 저문다
파도 같은 날들이 철석이며 지나갔다.
지금 또 누가 남은 하루마저 밀어내고 있다.
가고픈 곳 가지 못하고
보고픈 사람 끝내 만나지 못했다
생활이란 게 그렇다
다만, 밥물처럼 끓어 넘치는 그리움이 있다
막 돋아난 초저녁 별에 묻는다
왜 평화가 상처와 고통을 거쳐서야
이윽고 오는지를…
지금은 세상 바람이 별에 가 닿는 시간
초승달 먼저 눈 떠, 그걸 가만히 지켜본다

이어지는 글은 나의 블로그 넘겨 인사를 드린다.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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