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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자기가 없고, 공로가 없고, 이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에 집착하거나 연연해 하지 않는 것이다.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날이 추워지면, 우린 점점 따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감기에 콧물을 흘리거나, 목이 따끔하며, 몸이 아프다 거나, 연말 끝에 마음이 아파지면 국물 생각은 더 절실해진다. 목구멍을 넘어가는 뜨끈함에 안도하면서 우리는 고향이나 부모나 친구들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그게 바로 '영혼의 음식'이다. 그런 음식은 제각기 다르지만 언제나 있고, 언제든 필요하다.

난 바쁠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은 명예, 돈, 성공의 증표가 아니다. 바쁘지 않다고 자신이 하찮은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쉴 수 있어, 감기 따위 같은 것에 강하다. 근데, 슬쩍 감기가 찾아왔다. 코에서 그냥 물이 나온다.

장자는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하고,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으면 다음의 '3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건 無功무공, 無己무기, 無名무명이다. 근데, 더 정확히 말하면, 자기가 없고, 공로가 없고, 이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에 집착하거나 연연해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아나 공로나 명예의 굴레에서 완전히 풀려난 사람이다. 그 반대가 속물근성(俗物根性)이다. 그들은 칭찬받기를 좋아하고, 비난을 싫어한다. 내가 그랬나? 시래기국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시래기국/황송문

고향 생각이 나면
시래기국집을 찾는다.
해묵은 뚝배기에
듬성듬성 떠 있는
붉은 고추 푸른 고추
보기만 해도 눈시울이 뜨겁다.
노을같이 얼근한
시래기국물 훌훌 마시면,
뚝배기에 서린 김은 한이 되어
향수 젖은 눈에 방울방울 맺힌다.
시래기국을 잘 끓여 주시던
할머니는 저승에서도
시래기국을 끓이고 계실까.
새가 되어 날아간
내 딸아이는
할머니의 시래기국 맛을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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