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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람이 하늘처럼/법정 스님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9월 2일)

이젠 습관이 된 아침 맨발 걷기에 나가면 늘 하늘이 가장 먼저 반겨준다. 내가 걷는 곳은 우리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이다. 그 곳이 우리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에 하늘이 잘 보인다. 하늘 하면, 노자의 다음 말이 떠오른다.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이를 도식화 하면, "인-지-천-도-자연"이다.

<<도덕경>> 25편에 나온다. 여기서 우리는 흔히 법을 '본받다'로 해석한다. 그래 "인간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로 해석한다. 노자는, 공자처럼, 어떤 정해진 법칙들, 즉 인의예지신과 같은 가치를 유형의 가치로 결정하고, 그것을 수용하지 않는다. 무위(無爲)를 덕으로 여기는 노자가 생각하는 '법'의 의미는 다르다고 본다.

법(法) 자를 파지하면, 물(水)이 자연스런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면서, 만물을 이롭게 한다. 물은, 상선약수(上善若水, 지극하 착한 것은 물과 같다)라는 말처럼,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도 타인과 다투지도 않는다. 또한 물은 겸허(謙虛)가 몸에 배어 있어 언제나 낮은 곳으로 스스로 저절로 아무 소리도내지 않고 흘러 들어간다. 그러니까 법은 물과 같은 몸가짐이며 활동이다.

그런 측면에서 위의 문장을 다시 번역하면, "인간은 발을 땅에 디디고 살면서, 다른 인간들과 잘 어울려 살 뿐만 아니라, 지구의 동거존재인 다른 동물들과 식물들과 잘 어울려 산다. 땅에 있는 동물과 식물들은, 하늘이 가져오는 물, 공기, 햇빛을 흠뻑 받으면서, 주어진 짧은 수명을 살면서, 하늘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산다. 저 하늘에 있는 해, 달 그리고 모든 행성들은 지난 수 억년 동안 그랬듯이, 앞으로도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하염없이 갈 것이다. 그 길을 이탈하면 우주가 혼돈에 빠지기 때문이다. 우주가 운영하는 법칙인 도는 자연스럽다. 물과 같이 고요하게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저 낮은 곳으로 조용하게 흘러간다."

배철현 교수가 말하는 창조는 무엇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삼라만상이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적절하게 배치하는 행위이다. 이 '창조'가 그는 '법'의 의미와 유사한 단어라고 본다.  그러니까 법이나, 창조는 '우주의 원칙에 따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두다'란 의미이다. 신이 다음 네 가지를 창조했다. (1) 우리가 발로 밟고 있는 이 땅(地) (2) 우리가 보고 있는 저 하늘(天) (3) 그리고 그 가운데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인간(人) (4) 그리고 행복(道法自然)이다.

'도(道)'를 따르는 것이 행복이다. 행복해 본 사람은 안다. 행복이 아닌 것을 행복이 아니라고 부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행복이 아니라면 거기서 뚜벅뚜벅 걸어 나와야 한다. 행복은 창의롭고 용감한 사람들의 몫이다. 그런 용기를 가지고, 오늘은 나에게 좋은 마음을 주는 사람들에게 더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네고 싶다. 먼저 장점을 찾아 기분 좋은 말을 건넬 생각이다.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법정 스님이 쓴 <사람이 하늘처럼>이라는 시에 나오는 사람처럼 말이다. 있을 곳에 있으면서, 물처럼 만물을 이롭게 하고도 자신을 드러내지도 타인과 다투지 않으며, 겸손한 태도로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르며 살고 싶다.

사람이 하늘처럼/법정 스님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텃밭에서 이슬이 내려 앉은
애호박을 보았을 때
친구한테 먼저 따서 보내주고
싶은 생각이 들고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다가 청초하게 피어 있는
들꽃과 마주쳤을 때
그 아름다움의 설렘을
친구에게 먼저 전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메아리가 오고 가는
친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혼의 그림자처럼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벗이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장점을 세워주고 쓴 소리로
나를 키워 주는 친구는
큰 재산이라 할 수 있다.
인생에서 좋은
친구가 가장 큰 보배이다.

물이 맑으면 달이 와서 쉬고
나무를 심으면
새가 날아와 둥지를 튼다.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은 그런 친구를
만날 것이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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