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삶이란 성공 이야기가 아니라, 성장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는 것은 '한 방', '대박'이 아니다.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성장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태어나고, 자라고, 상처 입고, 그러다가 결국 자기 주변 사람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유한함을 알게 되는 성장 과정을 거친다. 그러한 성장 과정을 통해 확장된 시야는 삶이라는 이름의 흐름을 관조할 수 있게 해준다. 그 관조 속에서 상처 입은 삶조차 비로소 심미적인 향유의 대상이 된다. 이 아름다움의 향유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시야의 확대와 상처의 존재이다. 여러 번 꼼꼼하게 읽어야 이해가 되는 문장이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아침부터 머리에 쥐가 난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 다음에 좀 자세하게 사유해 보겠다. 나는 다음 문장을 좋아한다. "반드시 밀물 때는 온다. 바로 그날, 나는 바다로 나갈 것이다." 사람은 다 때가 있다. 농담이다. 반드시 밀물이 온다는 위의 글을 자신의 생활신조로 삼고 어떤 고난에도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희망을 성취한 사람이 바로 미국의 유명한 강철 왕, '앤드류 카네기'이다.
썰물이 있으면 반드시 밀물의 때가 온다.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이 있고, 밤이 있으면 낮이 있는 법이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썰물같이 황량하다 해도 낙심하지 말고 밀물 때가 올 것을 기다리면서, 오늘도 노를 젓는 사람만이 성장할 수 있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누군가를 기다리지 말고, 삶이라는 배의 노를 젖는 것이다. "가진 것 하나 없던/처음으로 돌아가", "주머니에 찌른 빈손 꺼내 희망을 붙잡으며/다시 시작하"는 것이 성장이다. 그게 오늘의 화두이다. 아침 사진은 시간 나는 대로 내가 산책하는 길이다. 여기서 사유의 힘을 기른다.
아직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에게/김재진
실패가 나를 눕게 했을 때
번민과 절망이 내 인생을
부러진 참나무처럼 쓰러지게 했을 때
날마다 걸려오던 전화
하나씩 줄어들다 다 끊기고
더 이상 내 곁에
서 있기 힘들다며
아, 사랑하는 사람이
나로부터 돌아섰을 때
마음에 칼 하나 품고
길 위에 서라.
지금까지 내가 걸어왔던 길.
이제는 어둡고 아무도
가는 사람 없는 길.
적막한 그 길에 혼자서
다시 가라.
돌아선 사람을 원망하는 어리석음
조용히 비워 버리고
가진 것 하나 없던
처음으로 돌아가라
마음의 분노 내려놓고 돌아보면
누구도 원망할 사람 없다.
원망은 스스로를 상처내는
자해일 뿐
가진 것 없던 만큼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빈 공간일수록
채울 것이 많듯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은
더 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말.
주머니에 찌른 빈손 꺼내 희망을 붙잡으며
다시 시작하라.
조금씩 웃음소리 번지고
접혔던 마음 펴지기
시작할 때
품었던 칼 던져버리며
용서할 수 없었던 사람을
용서하라.
아름다웠던 순간만을 떠올리며
한번쯤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라.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의 김영민 교수의 의하면, 우리가 태어나서 맨 처음을 성장을 느끼는 것은 "주변과 자신과의 비율의 변화"이다. 어릴 때, 가로수는 아주 커 보였다. 그러나 자라면서 그 가로수는 점점 작아 보이고 가로수 너머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확장된 시야 속에서, 한때는 커 보였던 고향 마을도 점점 작게 느껴진다. 그러다가 마침내 저 멀리 새로운 세계가 눈에 들어오고 나면, 우리는 떠나게 된다.
이렇듯 성장은, 익숙하지만 이제는 지나치게 작아져 버린 세계를 떠나는 여행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익숙한 곳을 떠났기에, 낯선 것들과 마주치게 되고, 그 모든 낯선 것들은 우리들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긴다. 그 상처들이 또 우리를 다시 성장하게 한다. 그 성장을 통해, 우리는 삶과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이제 세상 이치를 알 만하다고 느낄 무렵, 주변 사람들의 죽음 소식을 듣는다. 무관심할 수 없는 어떤 이의 부고를 듣는다. 이 부고 역시 우리의 시야를 확장 시킨다. 이제 삶 뿐만 아니라 죽음 이후의 세계까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은 알 것만 같았던 삶과 세계를 갑자기 불가사의한 것으로 만든다. 그 누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낱낱이 알겠는가. 이 세계는 결코 전체가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어떤 불가해한 흐름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는 일, 우리의 삶이란 불가해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위태로운 선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일, 이 모든 것이 성장의 일이다.
그러나 성장은 무시무시하게 확장된 시야와 더불어 심미적 거리라는 선물도 함께 준다. 미학자들이 이야기하듯이, 아름다움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거리가 필요하다. 깎아지른 벼랑도 그 바로 앞에 서 있을 때나 무섭지, 멀리서 바라보면 오히려 아름답게 보인다. 우리들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거리를 둔 관조 속에서 상처 입은 삶조차 비로소 심미적인 향유의 대상이 된다. 그러니까 아름다움의 향유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시야의 확대와 상처의 존재이라는 말을 위에서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시야의 확대가 따르지 않는 성장은 진정한 성장이 아니다. 이제 김영민 교수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본다. "확대된 시야 없이는 상처를 심미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할 수 없다. 동시에, 아무리 심미적 거리를 유지해도, 상처가 없으면 향유할 대상 자체가 없다. 상처가 없다면,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 용기가 없어 망설이다가 끝낸 인생에 불과하다. 태어난 이상, 성장할 수밖에 없고, 성장 과정에서 상처는 불가피하다. 제대로 된 성장은 보다 넓은 시야와 거리를 선물하기에, 우리는 상처를 입어도 그 상처를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카톡에서 잘 모르는 사람이 보내준 글을 읽었다. 이런 내용이다. 『다 쓰고 죽어라』라는 책의 저자 스테판 폴란은 "최고의 자산 운영이란 자기 재산에 대한 성공을 과시하기 위해서 트로피처럼 모셔 두지 않고 행복을 위하는 일에 쓸 줄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다음과 같이 4 가지를 제시하였다.
- 오늘 당장 그만 두라(quit today). 똑같은 일을 죽을 때까지 하지 마라는 말이다.
- 현금으로 지불하라(pay cash) 카드를 사용하면 과소비 하게 되기 때문이다.
- 은퇴하지 마라(Don't retire): 은퇴하면 건강도 나빠지고 정신도 녹슨다. 계속 새로운 일을 찾으라는 말이다.
- 다 쓰고 죽어라(Die broke): 후회 없이 살라는 말이다. 다 쓰고 간다는 것이 재산 만이 아니다. 몸도, 마음 그리고 정신도 다 쓰고 죽는다는 말이다. 모셔 두고 자랑하려고 가꾸고 배우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위해 건강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쓰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지금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영혼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삶에 경험이 되는 것으로 바꾸고 쓰기 위해서 모으는 것이다. 모으지 않고 다 쓴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다 쓰면서 그 만큼의 경험을 사게 될 것이다. 상처의 경험이 많아야 삶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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