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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화살나무/손택수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하루 종일 바빴다. 화살나무의 화살처럼 날라 다니며, 주어진 하루의 일들을 해결하였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죄는 목표 상실이다. 지향하는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가치와 목표를 정한 적이 없고, 설령 그 목표를 정했다 할지라도, 매일매일 그 길에 들어서는 연습을 소홀히 하는 자가 죄인이다. 배철현 교수가 자주 하는 말이다. 인생의 슬픔은 목적지 상실이다. 과녁을 정하지 않은 사람은 감정의 노예가 되기 쉽다. 항상 무엇인가를 바라고, 그것을 획득하지 못하면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자제, 절제하는 힘이 없어 늘 불안하다.

노예였다가 철학자가 된 에픽테토스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가장 먼저, 당신이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 지 스스로에게 말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하루 동안 행동으로 옮겼다고 한다. 마치 올림픽 경기에 참여하려는 운동선수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자신이 원하는 운동종목을 먼저 정하는 일처럼, 그리고 그 운동에 몰입하는 것처럼 말이다. 과녁 없는 궁술은 무의미하다. 궁수가 쏜 화살이 과녁에 들어가는 이유는 과녁을 잘 정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도 과녁을 신중하게 정하고 그 과녁에 화살을 명중시키는 연습시간이다. 그 하루가 채워져 내 인생이 되는 것이다. 그런 목표 선정과 연습이 없다면, 그것은 '죄'라고 말하는 배철현 교수의 말에 나는 동의한다.

오늘 공유하는 시어처럼, "자신의 몸 속에 과녁을 갖고" 살고 싶다. 오늘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충성한 사람들을 기리는 날인 현충일(顯忠日)이다. 난 한문으로 '忠'자를 좋아한다. 中+心. 한 마음을 먹는 일이기 때문이다. 충은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마음'이다. 반면, 한문의 환(患)자처럼 생각이 둘로 갈라진 마음은 걱정이다.

화살나무/손택수

언뜻 내민 촉들은 바깥을 향해
기세 좋게 뻗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제 살을 관통하여, 자신을 명중시키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모여들고 있는 가지들

자신의 몸 속에 과녁을 갖고 산다
살아갈수록 중심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가는 동심원, 나이테를 품고 산다
가장 먼 목표물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으니

어디로도 날아가지 못하는, 시윗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산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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