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유권자가 깨어있어야 한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는 박성민의 정치 컨설터트의 주장에 눈이 번쩍 트였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실제로 정치는 아무나 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도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는 사람들이 정치는 아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게 문제이다.
정치는 우리의 삶에 대단한 영향을 끼친다. 정치는 우리들에게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해준다. 신체를 구속할 수도 있으며, 돈도 걷어가며, 군대로 데려가기도 한다. 정치는 우리들의 '정신 세계'도 지배한다. 정치에 아무리 냉소적일지라도 정치는 우리들의 삶으로부터 단 1cm도 떨어지지 않는다. 원하지 않더라도 정치는 우리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며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는 사회에 대한 철학, 의지, 전문성이 없으면 해서는 안된다. 정치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의 영역이다.
우리 정치의 불행은 정치가 갖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 아니라, 그 엄청난 힘을 아마추어들이 다룬다는 사실이다. 선거에 나가 당선되었다고 저절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너무나 위험하고 중요한 일을 다루기 때문에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아무나 정치를 해도 된다고 믿는 유권자들은 기성정치를 혐오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을 '쇼핑'한다는 점이다. 정치 경험이 전에 전혀 없는 어떤 명망가가 나라를 구해줄 것이라고 믿는 '메시아주의'는 아주 위험한 정치 포퓰리즘이다. 대니얼 부어스턴의 <이미지와 환상>에서 통찰한 대로 옛날에는 위대하면 유명해졌지만, 지금은 유명하면 위대해진다고 믿는 시대이다. 예능의 시대, 가벼움의 시대이다. 오늘날 정치인은 차고 넘치지만, 진정한 정치가는 너무나 귀하다.
현재 우리 사회의 위기 핵심은 자리에 걸맞은 능력과 책임감이 모자란 사람들이 너무나 중요한 자리를 뻔뻔하게 꿰차고 있다는 점이다. 이끌지도 못하면서 떠나지도 않는다(Lead or Leave). 사자 한 마리가 이끄는 양 떼가 양 한 마리가 이끄는 사자 떼를 이긴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양 한 마리가 양 떼를 이끄는 꼴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관선 이사가 파견 나와 있는 주인 없는 대학 꼴이다. 우리 사회를 이끄는 주류 의식을 자각하고 있는 주체가 확실하게 없다. 비전도, 전략도, 리더십도 없이 '처 삼촌 묘 벌초하듯' 시늉만 내는 비주류의식에 모두가 사로잡혀 있다. 우리는 지금 꿈도 잃고, 힘도 잃고, 길도 잃었다.
현 한국 정치의 핵심은 대통령의 권력이 약화되고 국회와 사법부의 힘은 커진 '과두'의 상황에서 누구도 결정할 힘은 갖지 못한 채, 상대 정당에 무조건 반대할 정도의 힘만 갖고 있는 '비토크라시(Vetocracy, 거부권 정치) 늪이다. 우리 정치는 머리카락을 잘린 삼손처럼 결정할 힘을 잃었다.
비전을 다시 만들고, 주류의식을 갖고 이 사회를 이끌며 결정하는 힘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정치 전문가가 다시 나와야 한다. 누구나 해도 되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정치이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이런 정치가를 꿈꾼다.
-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합목적적 유연함을 지닌 정치인이 필요하다.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정치에 맞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학자, 종교인, 법조인, 언론인, 시민운동을 하는 것이 낫다. 정치가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공산주의 소련과 '연합'도 할 수 있어야 한다.
- 정치를 '업'으로 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정치는 정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그저 무엇이 되고 싶을 뿐인 사람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직'을 쫓을 뿐 '업'을 지키지 않는 아마추어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
- 지지자들에게 욕먹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권력에 맞서는 것은 작은 용기만 있어도 되지만 지지자들에게 맞서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다.
사람들은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일했는데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본주의에서 부의 배분이란 정치가 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우리사회의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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