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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시간 (Feat. 고상지)/김창완 작사, 작곡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에게 페이스 북은 무엇인가? 난 침대에서 페이스 북을 안보기로 다짐하곤 한다. 왜 웅크린 나쁜 자세로 포스팅을 보면서  몸뚱어리가 뒤틀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영부영 아침 좋은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은 대어를 건지는 경우도 있다. 페북 도반(道伴) 중에  "나에게 페이스북은? 세상과 사람을 알아가는 공부 장소"라고 자신의 페북 대문을 장식한 분이 있다.  우리는 생각하면서, 그 생각이 어디서 온지 잘 모르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페이스북은 우리를 관음증 환자로 만든다고 하면서, 또는 자기 과시의 장소일 뿐이라고 하면서, SNS를 부정하는 흐름이 있다.

난 페이스 북에서 내가 원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알아차림에 능숙하다. 페이스 북을 대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여러 장 포스팅하는 것은 안 본다. 그리고 자기 얼굴을 여러 장 올리는 것도 그냥 지나간다. 그러나 몇 개의 포스팅은 정리 요약하거나 저장해 둔다. 나에게도 페이스북은 사람과 세상을 만나는 공간이다. 내가 만나지 못한 언론의 인터뷰나 기사들을 만나게 되는 장소이다. 오늘 아침은 김창완을 만났다.  나는 그가 리더였던  <산울림>의 노래를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특히 난 "창문 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를 좋아한다.

김창완처럼, 나도 남은 삶을 찬란한 한순간 한순간의 합으로 만들고 싶다. 지금, 여기, 내 자신에게 지중하는 삶을 살고 싶다. 인터뷰어는 그런 삶을 '우아한 성실주의'라 표현했다. '우아한 성실주의자'는 일상을 지배하며,  단조로운 일상을 사는 사람이라 나는 정의하고 싶다. 그런 사람은 과거와 미래로 분열되지 않고 오롯이 '지금-여기'에 존재하는 주체적이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이다. 그런 사람은 늘 충만한 삶을 산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분주하지 않다. 조급해 하거나 초조해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스스로의 가능성을 무한하게 확장하면서 점점 넓어지게, 더 깊어지게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난 오늘 아침에 이렇게 살기로 다짐한다.

나는 여러 바쁜 일들을 주체적으로 소화하면서, 조급해 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떻게? 김창완이 알려준다. "지금의 내가 실존적으로 나를 만나고 있으면 바쁘지 않아요. 내가 누구이고, 누구의 누구이고 이런 식으로 나를 거쳐서 다가가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내가 나인 거예요." 어제 적어 두었던 생각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의 대답에 명사를 대면 안된다. 자기가 실천한, 실천하고 있는 동사를 나열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나는 무엇인가'가 아니다. 무엇은 주어진 역할이지 존재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 뒤에 붙는 역할에 집착하는 사람은 상대방에 대해서도 존재가 아니라 역할과 지위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역할과 지위로 타인을 평가한다. 사회가 나에게 부여한 역할과 이미지를 나의 존재로 착각할 때, 공허가 싹튼다. 이 공허감은 더 많은 외부의 것들로 채워져야 한다. 그러면 그 존재는 지푸라기로 채워진 인형과 같아진다.

자신이 동일시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은 자신을 '~이 아니라'고 정의 내리면 된다. 우리가 무엇이 아닌지를 관찰하면,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놀라운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존재는 자신이 한 가지로 규정되는 것을 부자유하게 여긴다. 우리 존재 안에는 무한히 역동적인 세계가 있다. 우리는 나무를 흔드는 바람이고, 빗방울이고, 햇빛이다. 우리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 '나'에게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면 허무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존재의 역동성에 눈뜨게 된다. 그때 지금 이 순간 속에서 열심히 놀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에 다른 놀이로 옮겨 간다. 그 때 나의 품사는 흐르는 강물처럼 순간순간 변화하는 동사이다. 나는 나의 지난 이야기(my story)가 아니라 이 순간의 '있음(I'm)'이다. 어떤 호칭을 존재의 고정된 틀로 지니고 다닌다면 그것은 죽은 명사이다. 죽음만이 유일하게 동사가 될 수 없는 고정 명사이기 때문이다.

김창완처럼, 가장 '나'다울 때가 나자신도 와인을 마실 때이다. 그러나 나 자신에게 엄격하다. 사소한 내 일상을 배반하지 않는다. 심심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잘 견딘다. 다시 말하면, 너무 일상을 번거롭게 하지 않는다. 단조로운 일상을 지배해야 와인을 즐기고, 주말 농장을 돌볼 수 있다. 그러면서, 어떤 꿈을 꾸고, 멋진 상상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게 된다. 지금은 마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오늘 아침은 시 대신 그의 노래 "시간"을 공유한다. 나는 이 노래에 나오는 똑!딱!똑!딱!  지나가는 시간 위에서 움직이는 사람이다. 일상에서만 왔다 갔다 한다. 김창완의 말이 좋다. "심심하고 단조로운 일상이야말로 오늘의 변화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캔버스"이기 때문이다.

https://youtu.be/oZbjZPeeQoQ


시간 (Feat. 고상지)/김창완 작사, 작곡

아침에 일어나 틀니를 들고 잠시
어떤 게 아래쪽인지 머뭇거리는
나이가 되면
그때 가서야 알게 될 거야
슬픈 일이지
사랑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얼마나 달콤한지
그게 얼마나 달콤한지
얼마나 달콤한지
그걸 알게 될 거야

영원히 옳은 말이 없듯이
변하지 않는 사랑도 없다
그 사람이 떠난 것은
어떤 순간이 지나간 것
바람이 이 나무를 지나
저 언덕을 넘어간 것처럼
유치한 동화책은
일찍 던져버릴수록 좋아
그걸 덮고 나서야
세상의 문이 열리니까
아직 읽고 있다면
다 읽을 필요 없어
마지막 줄은 내가 읽어줄게

왕자와 공주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그게 다야
왜 이 이야기를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시간은 동화 속처럼 뒤엉켜 있단다
시간은 화살처럼 앞으로 달려가거나
차창 밖 풍경처럼 한결같이
뒤로만 가는 게 아니야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고
멈춰 서있기도 한단다
더 늦기 전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모든 생명은 아름답다
모든 눈물이 다 기쁨이고
이별이 다 만남이지
사랑을 위해서 사랑할 필요는 없어
그저 용감하게 발걸음을 떼기만 하면 돼
네가 머뭇거리면 시간도 멈추지
후회할 때 시간은 거꾸로 가는 거야
잊지 마라
시간이 거꾸로 간다 해도
그렇게 후회해도 사랑했던 순간이
영원한 보석이라는 것을

시간은 모든 것을 태어나게 하지만
언젠간 풀려버릴 태엽이지
시간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지만
찬란한 한순간의 별빛이지

그냥 날 기억해줘
내 모습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꾸미고 싶지 않아
시간이 만든 대로 있던 모습 그대로

시간은 모든 것을 태어나게 하지만
언젠간 풀려버릴 태엽이지
언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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