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3월 20일)
얼른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싶다. 마음이 흔들리니 작은 유혹에도 금방 넘어간다. 어제는 주말 농장에 가 일은 안 하고, 낮부터 와인을 마셨다. 봄비에 온 대지가 젖는데, 나는 와인으로 내 마음을 젖게 했다. 그 일은 이 교수님 댁까지 가면서 이어졌고, 거기서 커다란 위로를 받고 왔다. 문제는 저녁에 제자가 찾아 와 너무 비싼 와인을 대접해, 그만 혀만 젖게 할 일인데, 몸이 다 젖었다. 그런 날 아침은 머리가 아프다. 늘 말하지만, 외로움을 주고 괴로움을 받는 정직한 거래가 와인 마시기이다. 그러니까 내가 와인을 마시는 이유는 외로움을 견디는 것보다 괴로움을 견디는 게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와인을 많이 마시면 몸이 괴롭다. 그러나 괴로움보다 외로움이 더 힘들어 와인을 마신다.
봄은 반전(反轉)이다. 봄은 어떻게 오는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가 웃으니 햇볕이 따뜻한 봄이 온다고 한다. 모든 것들이 지구의 중력에 지배를 받지만, 사랑이 동반된 봄의 새싹들은 중력을 거스르고 위로 쏫아오른다. 신비스럽고 장엄하다. 오늘 아침 사진처럼 말이다. 그것은 다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시집간 딸이 친정에 오자 친정 어머니의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다.
뜨거운 여름이 폭죽처럼 터지다, 가을로 무르익어 가더니만, 온 땅을 초토화 시키는 겨울이 온다. 앙상한 가지만이 해골처럼 남았던 겨울, 푸름이 허물어져 잿빛으로 나뒹구는 땅, 강철같이 단단한 바람에 모든 것이 얼어붙었던 계절. 누가 이토록 절망하였기에 겨울이 왔던 것일까? 그러다가 갑옷같이 단단한 나뭇가지의 살갗을 터뜨리며 어린 새순이 솟아나는 봄이 온다. 누가 절망에서 깨어나 새로운 희망을 키워냈을까? 죽은 듯이 황폐했던 땅을 뚫고 풋풋한 새싹이 싱싱한 발톱처럼 돋아난다. 오늘 아침은 이 신비스러운 계절의 변화를 고대 그리스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야기 해본다.
신화는 이렇게 설명한다. '많은 것을 키워내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는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외동딸 페르세포네를 얻는다. 데메테르는 땅에 자라는 식물을 주관하는 일을 한다. 그녀가 활기차게 움직일 때, 땅은 아름다운 꽃과 풍요로운 곡식과 과일을 만들어 준다. 그녀에겐 “우윳빛 팔을 가진” 아름답고 사랑스런 페르세포네라는 외동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죽은 자들의 혼백이 살고 있는 저승세계의 왕 하데스가 그 예쁜 딸을 납치해간다. 그러니까 살아 있는 것이라면 모두가 가길 두려워하는 지하의 세계로 데려간 것이다.
그러자 어머니는 정신없이 딸을 찾아 헤매다가, 자신의 딸을 남편인 제우스의 묵인 속에 하데스가 자신의 조카이기도 한 자신의 딸을 납치해 지하세계로 데려간 사실을 알아챈다. "남편이 자신의 딸을 오빠에게 넘기다니!" 배신감에 치를 떨던 데메테르는 앙심을 품고 자신이 맡은 일을 거부하고 요즈음 식으로 파업을 한다. 딸을 잃은 그녀가 땅에서 손을 떼자, 땅은 점점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나무들은 잎을 떨어뜨렸고, 앙상하게 뼈를 드러냈다. 꽃이 색과 향을 잃고 시들어갔다. 곡식과 과일이 더는 열리지 않아, 먹을 것이 없어진 인간 세계는 흉흉하게 메말라갔다. 그리고 사람들은 굶주려 죽어갔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제우스는 '비서실장' 역할을 하던 헤르메스를 통해 하데스와 협상한다. 협상은 페르세포네가 일 년의 3/1은 하데스와 함께 있되, 나머지 3/2는 자신과 함께 밝은 세상에서 지낼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봄이 찾아 오는 계절은 이렇게 해서 변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리스인들은 이해했다. 페르세포네가 땅 위로 나와 자신의 친정집에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보내게 될 때, 데메테르는 행복해 웃으며 기뻐하니 새싹은 돋아나고 곡식이 익어간다는 것이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 하지만 가을이 깊어 가면 페르세포네는 다시 땅을 떠나 죽은 자들의 혼백이 머무는 지하의 세계, 남편인 하데스의 곁으로 가야만 한다. 홀로 남은 데메테르는 곧 외로움의 고통에 시름시름 앓으며, 일을 하지 않는다 것이다. 그리스인들에게 계절이 변하여 찬바람이 부는 것은 페르세포네와 데메테르의 이별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데메테르의 우울에서 겨울의 혹독함은 비롯되는 것으로 본다.
로마 시대(오비디우스)로 오면,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가 케레스와 프로세르피나로 이름이 바뀐다. 그리고 딸 프로세르피나가 일 년 열두 달 가운데 반은 어머니와 보내고, 반은 남편과 보내는 식으로 이야기 바뀐다. 겨울이 더 길어지는 것이다. 그리스의 계절 변화와 로마의 계절 변화가 차이가 나는 것이다. 페르세포네가 죽음의 세상을 나와 밝은 땅위에서 데메테르를 만나는 까닭에 대지의 여신이 행복해하며, 사랑의 힘으로 싹이 돋고 꽃망울이 터지며 새들이 노래하고 세상이 깨어난다고 보는 것이다. 그녀가 웃으니 햇볕이 따뜻하다는 것이다.
오늘은 시 대신, 친구가 카톡으로 보낸 메시지를 공유한다.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를' 뿐이다. 그래서 사람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라는 말이 깊은 통찰을 준다. 이어지는 노자 <<도덕경>> 이야기는 블로그로 넘긴다.
반전의 사고(反轉의 思考)
마음이 편하면 초가집도 아늑하고,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롭다
지혜를 짜내려 애쓰기 보다는 먼저 성실하자. 우리의 지혜가 부족해서 일에 실패하는 일은 적다.
사람에게 늘 부족한 것은 성실이다. 성실하면 지혜가 생기지만 성실치 못하면 있는 지혜도 흐려지고 실패하는 법이다.
관심(關心)을 없애면 다툼이 없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다툼이 없으니 남남이 되고 말았다.
간섭을 없애면 편하게 살 줄 알았다. 그러나 외로움이 뒤쫓아 왔다.
바라는 게 없으면 자족할 줄 알았다. 그러나 삶에 활력을 주는 열정도 사라지고 말았다.
불행을 없애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무엇이 행복인지도 깨닫지 못하고 말았다.
나를 불편하게 하던 것들이 실은 내게 필요한 것들이다.
얼마나 오래 살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보람 있게 살지는 선택할 수 있다.
결국 행복도 선택이고, 불행도 나의 선택이다.
사람들에게 " + " 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면,
수학자는 '덧셈' 이라 하고,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 이라고 하고,
목사는 '십자가' 라고 하고,
교통경찰은 '사거리' 라고 하고,
간호사는 '적십자' 라고 하고,
약사는 '녹십자' 라고 대답합니다.
모두가 다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입니다.
'틀림' 이 아니고 '다름' 의 관점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날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젠 글을 두 가지 버전으로 쓰다. 길게 사유한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면 된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 #데메테르 #반전의_사고
'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육문법을 바꾸어야 한다. (1) (0) | 2023.03.31 |
---|---|
봄은 꽃이다. (0) | 2023.03.22 |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0) | 2023.03.10 |
프랑스 루아르 지방의 와인 (0) | 2023.03.06 |
고통이 없고 기쁨만 있다면 인간의 내면은 절대 여물 수 없다. (0) | 2023.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