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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왜 사유가 필요한가?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이정록 시인의 <서시>를 오늘 아침에 공유한다. 최근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막무가내로 토해내는 말들로 세상이 어지럽다. 배우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인문학적 사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나와 많이 다른 사람과의 온갖 차이들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워준다. 인문학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임으로써 마음을 확장시킬 수 있다. 이를 우리는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한다. 인문학의 한 파트인 철학이라는 말을 한국어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철학이라는 말의 프랑스어는 '필로소피philosphie'이다 필로philo가 '사랑하다'라는 뜻이고, 소피sophie가 '지혜'이다. 그러니까 '필로소피'란 '지혜를 사랑하다'라는 말이다. 지혜는 깨달음이다. 그리고 지혜는 무지를 없애는 일이다. 우리가 살면서, 사람들이 진짜 우리를 황당하게 하는 일은 모르고 하는 짓이다. 물론 알고 하는 나쁜 짓은 수치심을 느끼는데, 모르고 하는 나쁜 짓은 정말 답이 없기 때문이다. 수치심도 창피함도 없기 때문이다.

철학은 '사랑하다 보니 알게 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혜와 자비, 깨달음과 사랑은 불교의 핵심이다. 다른 이가 곧 나라는 깨달음이 있어야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은 '사랑하다 보니 알게 되는 것'이다. 나는 "사랑의 지혜"라는 말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혜는 사랑에서 나온다는 말로 지금은 잘 이해한다. 상대방이 무엇을 사랑하는 지 알아야 그를 제대로 아는 것이기도 하다. 앞에서 말한 그들은 국민을 사랑하지도 않는 것이다. 유홍준의 말이 생각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어쨌든 우리가 공부를 한다는 것은 생각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여기서 '생각한다'는 것은 내가 있는 지금, 여기에서 새의 눈으로 그 곳을 나를 위한 천국으로 만들려는 행위이다. 이를 어려운 말로는 '사유(思惟)'라고 한다. 왜 사유가 필요한가?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사유라는 말의 한자어에서 '사思'는 마음 심위에 있는 글자가 '밭 전(田)'이 아니라 한자의 '뇌(腦)' 자의 오른쪽 아래 등장하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배철현 교수는 생각의 대상은 뇌 속에 있는 이데아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만나는 일상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나'를 '더 나은 나'로 변화시키는 현장은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이며, 집이고, 내가 만나는 사람이며 책이다. 예수는 말한다. 천국은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고. 왜 밭일까? 천국이 발견되는 장소가 우리의 '일상의 밭'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으신 것이다. 그러니까 천국은 죽은 다음에 가는 곳이 아니라, 바로 여기, 매일매일 만나는 삶의 터전이다. 다만 감추어져 있을 뿐이다. 그 안에 감춰진 보화를 발견하는 훈련이 바로 사유이다. 즉 '생각한다'는 것은 밭에서 보화를 발견하는 것이다. 여기서 인문학이 시작된다.

사유란 말에서 '유(惟)'의 오른쪽에 있는 한자는 '송골매같은 새'나 '최고'를 의미하는 '추(隹)'자이다. 그러니까 사유한다는 것은 새의 눈으로 나를 보는 연습, 가장 높은 경지에서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관조(觀照)하는 것이다. 영어의 관조 아니 묵상이라는 말인 '컨템플리이션(contemplation)도 '자신의 모습을 새의 눈으로 찍어본다'는 의미이다. 사유, 즉 생각 속에서 내가 응시해야 할 대상은 내가 처해 있는 현재 삶의 터전을 천국이라고, 지금 여기서 새의 눈으로 응시하는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이 장소와 시간이 나의 사유의 대상이며, 그것을 나를 위한 천국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행복한 천국을 먼 곳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사유, 즉 생각하는 힘을 길러 일상의 삶 속에서 건져내는 구체적인 작업을 해야 한다.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사람의 마음가짐은 달라진다.

오늘 공유하는 시인의 말처럼, 나는 "너무 성하다." 그래 내 주말 농장 <예훈>에 나가 고구마를 심고, 내 상주들과 고추, 가지, 토마토들에게 물을 줄 것이다. 사진은 농장 가는 길에 만나는 곳이다.

서시/이정록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

내 몸이 너무 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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