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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국수가 먹고 싶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 딸과 늦은 밤에 귀가하는데, 집 근처의 수국 꽃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난 심심해서 딸에게 물어보았다. 수국의 반대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딸은 한참 머리를 굴렸다. 그러자 내가 바로 답을 말했다. 국수라고. 그냥 한 말이다. 딸이 피식 웃자, 난 바로 또 물었다. 성숙의 반대말이 무엇이냐고. 그러자 숙성 아니냐고 답했다. 바로 그 거다. 그러니까 수국의 반대는 국수인 것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시 중에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가 있다. 시 낭송 하시는 분들이 좋아한다. 난 특히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라는 구절을 좋아한다. 썰렁해서 아침부터 김 빠지게 해서 미안하다. 그러나 하는 김에 더 해 보자.

말을 뒤집어 보면,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문장들이 많다. 강장훈님의 포스팅를 읽고,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재미있어 옮겨본다.
- ‘성실(誠實)’하지 않으면, 일을 그르쳐 ‘실성(失性)’ 하고,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금지(禁止)’ 당할 날이 온다.
- ‘실상(實狀)’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상실(喪失)’의 아픔을 겪을 수 있다. ‘체육(體育)’으로 몸을 단련하지 않으면, ‘육체(肉體)’를 잃을 수 있으며, ‘관습(慣習)’을 타파하지 않으면, 나쁜 ‘습관(習慣)’에 얽매여 살게 된다.
- ‘작가(作家)’로서의 기질을 보여주지 않으면, ‘가작(佳作)’도 탄생시킬 수 없으며, ‘일생(一生)’을 목숨 걸고 살지 않으면, ‘생일(生日)’조차 변변히 맞이할 수 없다.
- ‘세상(世上)’을 똑바로 살지 않으면, ‘상세(詳細)’하게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사상(思想)’을 똑바로 세우지 않으면, ‘상사(上司)’가 되어서도 무시 당한다.
- ‘사고(思考)’하지 않으면, ‘고사(枯死)’당하고, 세상의 소음과 '단절(斷絶)'하지 않으면, 인생이 ‘절단(絶斷)’날 수 있으며, ‘성품(性品)’을 곱게 가꾸지 않으면, ‘품성(品性)’마저 망가진다.
- ‘문인(文人)’들의 세계를 파고들지 않으면, ‘인문(人文)’의 세계로 진입할 수 없으며, ‘성숙(成熟)’의 시간을 마련하지 않으면, 절대로 사람이 ‘숙성(熟成)’되지 않는다.
- ‘수고’ 하지 않으면, ‘고수(高手)’가 될 수 없으며, ‘변주(變奏)’하는 즐거움을 맛보지 못하면, ‘주변(周邊)’에서 영원히 서성거릴 수 있다.
-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되고, '역경'을 거꾸로 읽으면 '경력'이 되며, '인연'을 거꾸로 읽으면 '연인'이 돤다.
- '내 힘들다'를 거꾸로 읽으면, '다들 힘 내'가 된다.

모든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영어로 good과 bad의 공통분모는 d이다. 이 d를 어떤 사람은 죽은 death로 해석한다. 죽음 앞에 서면 뭐가 좋은지, 나쁜지 아무도 모른다.

일부 정치인들의 아무 말 잔치에, 가슴이 답답하다. 또 그걸 신나서 여과 없이 전달하는 '기레기'와 언론 때문에 더 답답하다. 언제까지 철 지난 색깔론, 거짓말, 막말로 얼룩진 거리의 파티를 즐길 것인가? 저급한 정치를 멈추고, 조용히 아픈 국민들과 국수나 한 그릇 하면 좋겠다.

안오성 박사의 포스팅을 옮겨 본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고급정치와 저질정치는 이렇게 다르다. 정치는 인간의 자유와 공동체의 다양한 이해관계 충돌에 관한 윤리적 질문에 기초해야 하고, 고급 정치는 다양성의 가치, 소수자의 보호, 딜레마의 식별, 분권과 통합의 기저요인 등에 투자하며 민주주의이 역량을 진화시키는 것이다. 암적존재들의 정치는 바로 이런 요소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한다. 먹고사니즘으로 위협, 부동산으로 다수의 이기주의 자극, 남북대치 상황 속에서 통일을 준비해 가야 할 딜레마적 상황에 대한 아무런 철학없이 매도한다." 짜증나는 정치 이야기 하자는 것이 아니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국수가 먹고 싶다/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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