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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가 사용하는 미래는 두 가지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도 일요일마다 만나는 짧지만 긴 여운의 글들을 공유한다. 이런 글들은 책을 한 권 읽은 것과 갖다고 본다. 이런 글들은 나태하게 반복되는 깊은 잠에서 우리들을 깨어나도록 자극을 준다. 그리고 내 영혼에 물을 주며, 근육을 키워준다. 한 주간 모은 것들 중 매주 일요일 아침에 몇 가지 공유한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어제는 거의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정되었던 농장 일을 여럿이 함께 하였다. 번듯한 텐트도 치고, 큰 통에 물을 가득 채웠다. 혼자 하면, 힘든 일이지만, 여럿이 같이 하면 즐겁고 쉽다. 오늘 아침 사진은 물을 받으러 오고 가다가, 봄비에 젖고 있는 이팝 나무를 찍은 것이다. 고봉에 그득하던 밥이 물에 흐르는 것 같아 슬펐다. 오후에는 고향 친구들과 탁구 운동을 하고, 정기적인 행사인 옻 순 먹기를 했다. 고향 친구들은 짧게 말해도 말귀를 알아들어 좋다. 오늘 시는 봄비가 내리는 어제의 모습을 잘 그려준다.

봄/황인숙

온종일 비는 쟁여논 말씀을 풀고
나무들의 귀는 물이 오른다
나무들은 전신이 귀가 되어
채 발음되지 않은
자음의 잔뿌리도 놓치지 않는다
발가락 사이에서 졸졸거리며 작은 개울은
이파리 끝에서 떨어질 이응을 기다리고
각질들은 세례수를 부풀어
기쁘게 흘러 넘친다
그리고 나무로부터 한 발 물러나
고막이 터질 듯한 고요함 속에서
작은 거품들이 눈을 트는 것을 본다

첫 뻐꾸기 젖은 몸을 털고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생각 5가지

1.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칸트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으로 이렇게 말했다. 할 일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희망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지금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누리고 감사하기 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탐내기 때문이다. 정말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부터 아끼고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누군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나 스스로 행복을 느끼고 행복을 만들어 가며 그 결과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이다, 행복에 있어서 만큼은 '셀프' 정신을 가는 것이다. 말 그대로 남에게 미루지 않는 것이다. 행복은 향수와 같다. 자신에게 먼저 뿌리지 않고 서는 남에게 발 할 수 없다.

2. MONEY MAN이 말하는 반드시 알아야 할 세상의 두 가지 법칙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나는 세상에 카르마(業)가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죄 지으면 그 벌을 받는 게 순리라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운이 좋아 이번 생에 죄값을 안 받았다면 후손이나 다음 생에 벌을 받는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니 제 1법칙은 업보 안 쌓고 남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싫어하는 대상이 생기면 그냥 무시하면 된다. 왜냐하면 내가 벌하지 않아도 상대가 계속 죄를 쌓고 있다면 언젠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거다. 굳이 나서서 싸울 필요 없다. 그러나 갑자기 삶이 단순 해진다. 두번째 법칙은 세상의 모든 거래는 트래이드오프(trade off, 어떤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하여야 하는 경제 관계)라는 것이다. 뭔가를 얻으려면 그만한 비용을 내야 한다. 내 스타일로 말하면, 세상에 가짜는 있어도 공짜는 없다. 공짜로 얻는 건 없고 어쩌다 운이 좋아 뭔가를 쉽게 얻었 어도 신은 때가 되면 그 값을 받아 가기 마련이다. 이 두 법칙에 따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각자 자신만의 원칙들을 몇 가지 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착하게는 못 살아도 나쁜 짓은 하고 싶지 않다. 항상 정당한 비용을 내려고 노력한다. 친해지고 싶지 않은 상대에겐 사소한 부탁도 안 한다. 모든 은혜는 어떤 식으로든지 갚아야 하기에 마음의 빚을 함부로 쌓지 않는다.

3. 스스로 생각하고, 성찰하려는 인문학적 또는 철학적 소양이 부족하면, 우리는 이단 종교에 쉽게 빠진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지적 부조화를 깨닫지 못하고, 확증 편향 현상(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을 보이며, 아니면 맹목적 신앙에 의존하여 살아간다. 이제까지 인문학의 쇠퇴가 이런 현상을 일으켰다. 특히 한국의 종교가 타락한 이유가 인문학의 부재이다. 예수는 교회가 춥고 가난한 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많은 교회가 십일조에 눈이 멀어 보수화의 길을 가는 것도 그만큼 교회가 성찰 능력을 상실하여 타락의 길을 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종교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단지 인간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 주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4.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의 핵심은 받는 것(take)이 아니라, 주는 것(give)이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것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일이다. 이게 사랑의 기술이다. 누군가가 고민이 있다면 고민을 들어 주고, 슬픔이 있다면 통곡의 벽이 되어 주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재미 있는 삶이고, 너를 사랑하는 것은 의미 있는 삶이다. 주철환 PD의 이야기이다.

5. 우리가 사용하는 미래는 두 가지이다. 단순미래와 의지미래. 그냥 늙는 것은 단순미래의 결과이지만, '귀엽게 늙는 것은 의지미래의 산물이다. 주철환 PD의 말이다. 귀여움의 요체는 동안(童顔)이 아니라 동심(童心)이다. 동심은 유치하면서 순수하다. 동안은 영원할 수 없지만, 동심은 무덤까지 가져갈 수 있다. 늙다는 동사이고, 젊다는 형용사이다. 늙는 건 동사 중 진행형이므로, 외모의 늙음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젊음은 도망가지 못하도록 마음의 철사 줄로 꽁꽁 묶어 둘 수 있다. 나도 동의 한다. 젊을 구현하려면, 우리에게 '3심(心)', 즉 다음의 세 가지 마음을 줄여야 한다. (1) 의심 (2) 근심 (3) 욕심. 의심은 마음의 고름이고, 근심은 마음의 주름이고, 욕심은 마음의 기름이기 때문이다. 의심을 호기심으로, 근심을 관심으로, 욕심을 동심으로 바꾸자. 마음에 낀 고름, 주름 그리고 기름을 짝 빼고 5월 푸르름 처럼 힘차게 나아가자. 삶이 달라질 것이다. 천천히 읽어야 언어의 재미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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