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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바닥에 대하여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포스트 코로나-19의 세계 (3)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경제를 위기에 몰아 넣었다. 각국의 '봉쇄령' 속에 전 세계 상품의 생산 공급망은 일시 멈추고, 사회 경제적 약자들은 소득 단절로 생존을 위협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문명이 한순간에 덜컹거린다. 코로나-19 이후의 신인류라는 말도 사용한다. 그래 인문운동가는 바쁘다. 오늘 아침은 네가 좋아하는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이 세계 석학들과 나눈 인터뷰를 요약하여 공유한다. 첫 회로 영국에 있는 장하준 교수의 이야기를 듣는다.

다시 시작하고 싶은 아침이다. 어제 10가지의 화두를 뽑고 두 번, 세 번 읽었다. 코로나-19 이후의 신인류에게 세계 석학들이 말하는 뉴노멀을 계속 공유할 생각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바닥까지 걸어가야먄/다시 돌아올 수 있다." 오늘 오후는 고향 친구들이 찾아온다. 옻 순을 한보따리 싸가지고 온다. 난 수육을 준비할 생각이다. 난 이미 바닥으로 떨어져 보았기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의 세상이 무섭지 않다. 혼자 또는 작은 동네에서 이웃들과 노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동네 이웃들과 각자 봄 나물들을 가지고 와 파티를 했던 것이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바닥에 대하여/정호승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장하준 교수의 이야기 10

1. 왜 바이러스로 세계가 경제위기를 겪는가? 경제시스템이 안전이나 유연성보다는 효율성, 특히 단기적인 효율성으로 구조화됐기 때문이다. 그 약점이 노출된 것이다. 그렇다고 단번에 세계화는 끝나고 국가주의로 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잘 진단해 보아야 한다. 이번 사태로 신자유주의의 치명적인 약점이 노출되었다. 그 약점은 효율성을 높이려고 모든 위험부담을 약자에게 지우는 것이었다. 그 약자들은 아파도 일하도록 전염병에 취약하게 내몰렸고, 그 속에서 병이 확산되도록 방치됐던 것이다. 복지가 안된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밖에 나가 돈을 .벌어야 산다. 일하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 나같은 자영업자도 마찬가지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대부분이 서비스 업종이다. 손님들이 못 오니 문을 닫으면 망하고, 열어도 불안하고, 딜레마이다.

2. 정부 지원책들이 많다. 그러나 유럽식과 미국식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해고를 안 하도록 하면서 나눠주는 방식과 해고를 방치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돈을 주겠다는 정책은 큰 차이가 있다. 고용안정과 노동권이 더 중요하다. 장하준 교수는 돈만 쥐여주는 것보다 고용을 유지하고, 월급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실업은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왜냐하면 실업기간이 길어지면 갖고 있던 기술마저 낡게 되어 채취업하기도 힘들고, 기업에서는 새 사람 데려 다 훈련하려면 그 비용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지금처럼 실업자가 늘고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좌절해서 약 먹고, 술 마시고 아프거나 죽는 사람이 더 생길 것이라는 점이다.

3. 자살 이야기도 한다. 안희경 저널리스트에 의하면, 자살은 사회적 가치가 급변하여 자신의 가치가 추락했을 때 선택하는 경향성이 있다고 했다. 집단해고와 같이 존재감이 무너지는 일과 연결 지어진다는 것이다. 장하성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살률 세계 1위는 다음과 같은 사회적 현상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1) 1997년 이후 IMF체제하에서 고용안정성이 줄고, 고용불안이 일어났고, (2) 점점 개인주의화 되는 사회구조 속에서 복지제도는 그에 발맞춰 발전시키지 못했고, (3) 대가족제도에서 돌봄이 이뤄져오던 방식도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우리가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자만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를 꼼꼼하게 다시 보고 따뜻한 사회로 나아가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가 되었으면 한다.

4. 이번 코로나-19로 기본이 되는 필수 노동자들의 '대우'가 달라져야 한다는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들을 미국에서는 에센셜 임플로이(essential-employees), 영국에서는 키-워커(key-worker)라 부른다. 그들은 우리 모두가 생존하는 데 기본이 되는 필수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의료진, 음식을 파는 가게 직원, 배달 노동자, 양로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저임금으로 일해왔다.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이다. 이 위기가 끝나고 이들 분야에서 저임금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져야 한다. 돌봄 노동도 여기에 해당한다. 돌봄 직종을 국유화하든지, 규제를 강화해 노동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아원에서 교사당 돌볼 수 있는 아이들 수를 줄인다 든지, 양로원에서 돌봐 줄 어르신 수를 줄이는 규제를 도입하면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 사회안전망으로 기본 생활을 보장해 줘야, 이런 위기에 고통을 덜 받고 더 안전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가게를 열고 길에 나서지 않으면 밥 먹기 힘든 사람들이 록다운을 풀자고 시위하는 것이다.

5. 기업에 국민 세금을 지원하되, 기업에게 국민들이 잘 살게 하는 방향으로 조건을 강력하게 제시해야 한다. 장교수는 이런 예들을 제시한다. (1) 세금을 더 내서 복지국가를 만드는 데 협력하라. (2) 노동권을 강화하자. (3) 비정규직을 최대한 줄여 안전하게 일하도록 해라. (4) 병가 받도록 해서 전염병 걸려도 일해야 하는 환경을 없애라. (4) 녹색 기술에 더 투자해라. 이런 식으로 붙일 수 있는 조건들은 매우 많다. 사회가 너무 자본의 이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오다 보니까 생각이 자본 중심적으로 굳어졌다.

6. 마이너스 성장을 겁낼 것 없다. 제도를 잘 바꾸고 복지를 잘하면 삶의 질은 향상된다. 마이너스 성장인데, 재난 지원금 등으로 돈을 주는 것이 잘못 되었다고 말하면, 틀린 경제 논리이다. 빚을 내더라도 나중에 소득이 더 늘어나면 빚을 내는 게 더 잘하는 일이다. 정부가 돈을 빌려 단기적으로 재난보조금을 주고, 실업보험액을 올려 수요를 유지하면, 기업들도 그 속에서 돈을 벌 수 있다. 만약 수요가 완전히 붕괴되면 기업들은 더 망한다. 정부가 돈을 빌려 경제 전체 생산성을 높이는 곳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더 커진다. 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잘못되어 있다. 우리는 흔히 돈 있는 사람들 한테 거둬서 가난한 사람들 한테 주는 걸로 생각한다. 북유럽식 복지는 사회보험을 공동 구매하는 것이다. 공동구매를 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월마트 논리이다. 불평등하면 잔인한 사회가 된다. 지금 돈 쓰면 나중에 자식들이 고생한다는 것은 아주 저열한 논리이다.

7. 앞으로는 저성장 시대가 될 것이다. 고성장은 후진국의 경우 중요하지만, 선진국들은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다. 기후변화 때문에 라도 성장을 안 하는 게 좋다. 문제는 성장의 질이다. 그건 성장을 얼마나 공평하게 나누냐 에 있다. 온 국민이 편안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 경제의 목표라면 성장은 수단이다. 성장을 하면 덩치가 늘어나 나누기도 쉽고, 목표를 이루기가 수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아 온 것처럼, 문제는 신자유주의체제 하에서는 성장을 해도 그 과실이 상류층에게만 집중되는 데 있다.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것은 단지 평균적인 생활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마이너스 성장 자체가 문제 라기 보다는 어떻게 마이너스 성장이 나왔느냐가 중요하다. 이번에 코로나-19로 록다운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전보다 음식을 안 버렸다. 그건 식품을 덜 생산해도 똑같이 잘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성장을 안 해도 제도를 잘 바꾸고, 복지를 잘 하면 국민 생활의 질은 올라갈 수 있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소득이 많아지면, 그만큼 지출도 많아진다. 적게 벌고, 가치 있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이 바람직하다.

8. 안희경 재미 저널리스트가 말하는 간디의 가르침이 인상적이었다. 'The last is the first(가장 마지막에 놓여 있는 사람이 최우선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마지막에 있는 자가 안전할 때 그 위에 있는 모두가 혜택을 누린다는 가치이다. 장교수에 의하면, 이건 미국의 정치 철학자 존 롤스의 '정의론'이기도 하다고 했다. 가장 안 좋은 사람에게 제일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체제가 가장 정의로운 체제라는 것이다. 종 이상적이고 사람들이 오해를 하니, 장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이 기본권을 누리고, 굶지 않고, 아플 때 돈 걱정 안하고 병원에 갈 수 있고, 어느 수준까지 모두 교육 받을 수 있는 정책과 육아가 됐건 고등교육이 됐건, 노후가 됐건, 우리가 흔히 보험을 사야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분야에서 사회가 공동 구매해 누구나 사도록 해주고, 자기가 태어난 계급이나 성별 지역에 관계 없이 능력과 노력으로 올라가는 부분을 최대한으로 키우는 방식이어야 한다.

9. 코로나-19 방역을 잘 해 자랑스럽지만 자살률 1위, 저출산 등 창피한 부분이 많다. 코로나-19로 사람 죽는 건 안 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 죽는 건 괜찮은 것이 아니다. 잘한 것으로 못한 것을 덮을 수는 없다. 출산율은 거의 세계 최저이고, OECD에서 남녀 임금 격차는 최고이고,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이민 가고 싶어한다는 나라이다. 이제 시작이다. 잘해낸 경험을 계기로 자신감을 갖고, 힘을 모으면 큰일들을 해낼 수 있다. 장교수는 세 가지를 지적한다. (1) 복지 제도를 제대로 도입하고, (2) 교육제도도 최대한 공정하게 개선하고, (3) 세제도 최대한 공평하게 사람들의 노력을 인정하면서 연대도 조성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10. 안희경의 마지막 멘트가 다음 회에서 보게 될 제러미 리프킨과 나눈 대화를 더 궁금하게 만든다. 새로운 질서, 새로운 표준(뉴노멀)은 저절로 오지 않을 것이다. 어제까지 축적된 문제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오늘을 파괴하듯이, 풀지 못한 오늘의 고통이 내일을 파괴할 수 있다. 혹여 잔혹하게 다가올 수 있는 새로운 질서를 피하고자 우리는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역할이 바빠진 인문운동가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래 좀 긴 글이지만, 읽고 또 읽으며, 정신의 근육을 키우고, 실제 일상에 적용하고, 함께 더 따뜻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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