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몸이든 마음이든 상처 없는 사람이 있을까? 류시화 시인은 "축복을 셀 때 상처를 빼고 세지 말라"고 한다. 우리가 상처를 받았을 때, 예컨대 자신이라고 여겨온 정체성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을 한다.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게 된다. 그러면서 거짓으로 위로 받는 것보다 진실 때문에 상처받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달게 되고, 동시에 우리의 영혼이 되살아난다. 영혼이 살아나면 잃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 아침마다, 글을 쓴 이유가, 융이 말한 '운디드 힐러(Wounded Healer,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고 싶어서이다. 나도 아프지만, "괜찮아요?(프랑스어로 Ca Va? 싸 봐?)"라고 묻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이 글쓰기가 나에게 위안을 준다. 파도는 쓰러뜨리기도 하지만, 다시 쳐서 일어나게 하는 이치와 같다.
심리학의 역사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너 자신’이라는 명제에서 출발했다. 드러난 심리적 문제가 명확하지 않을 때는 무의식까지 들춰내며, ‘네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라며 협박해왔다. 온갖 종류의 심리학적 상담, 심리치료는 바로 이 인간의 ‘결함모형’에 기초하고 있었다. ‘콤플렉스’, ‘우울’, ‘불안’ 등과 같은 심리학적 개념의 철학적 전제는 ‘부정적 인간관’에서 나왔다.
최근 ‘결함모형’에 기초한 심리학에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다. 이제까지 인간의 약점과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연구해왔던 심리학의 접근방식에 대한 반성이다. 인간의 약점을 고치기보다는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자꾸 키워 나가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누구에게나 약점 또는 상처가 있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장점이 있다. 이 장점을 끌어올리면 약점은 저절로 개선된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 세상에 도대체 누가 날 귀하게 생각할 것인가"라며, 나는 나 자신의 성격과 약점 그리고 상처를 고칠 마음이 전혀 없다.
그러나 교만, 조급함, 공격적인 태도의 사나움 대신 세속과 하나가 되기도 하고(노자가 말하는 "화광동진 和光同塵", 자신의 광채를 누그러뜨리고 이 풍진 세상의 눈높이와 함께 한다.), 움직이지 않기가 태산처럼 원칙을 지키며(조급함을 버린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부동여산(不動如山)"의 여유), 부드러운 감성을 지닌 사람이(노자가 말하는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 부드러움과 유약함이 결국 강하고 센 것을 이긴다.)이 되고 싶다.
"화광동진"하며, "부동여산"의 여유와 "유약승강강"의 지혜를 아는 사람은 교만을 버리고 겸손하며, 조급함을 버리고 여유를 갖으며, 공격적인 사나움 대신 부드러운 감성으로 결국 자신의 삶을 이기는 자이다.
그래 나는 내가 내 호를 목계(木鷄, 나무로 만든 닭)라 졌다. 목계처럼 완전한 마음의 평화와 균형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완전한 평정심을 이룬 모습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어깨의 힘을 빼는 것이다. 최고의 싸움 닭은 뽐내지 않는다. I am who I am이다. 나는 나일 뿐이다. 평상심으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숲 속에서 만난 오늘 사진의 풀꽃처럼.
그래 오늘 아침은 나희덕 시인의 <서시>를 공유한다.
서시/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도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인문운동가박한표 #파리10대학문학박사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나희덕 #와인비스트로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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