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이동순.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이맘 때, 비가 오면, 난 친구 김래호 작가의 이 말이 생각난다.
봄은 ‘보기’ 때문에 봄이고, 여름은 ‘열매’의 고어이고, 가을은 갈무리하는 ‘갈’이고, 겨울은 ‘결’이 되는데, 나무나 돌, 사람 모두 세월의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켜 같은 ‘결’이 온당하다.
‘볼열갈결’(사계절)의 비는 그 철을 돕거나 재촉하는 촉매제 같은 것이다. 봄비에 만물이 잘 보이고, 열비에 튼실한 열매 열리고, 갈비에 나뭇잎 보내고, 졸가리 훤한 나목에 '결비' 내린다.
'결비'에 나무는 나이테를 '뚜렷이' 긋고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나무의 일에 손 뗄 준비를 한다.
별이 새벽잠을 털고 일어나 지켜본다.
별/이동순 (1950~ )
새벽녘
마당에 오줌 누러 나갔더니
개가 흙바닥에 엎드려 꼬리만 흔듭니다
비라도 한 줄기 지나갔는지
개밥그릇엔 물이 조금 고여 있습니다
그 고인 물 위에
초롱초롱한 별 하나가 비칩니다
하늘을 보니
나처럼 새벽잠 깬 별 하나가
빈 개밥그릇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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