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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래빗 점프(RABBIT JUMP)’과 ‘평균 실종’

2230.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3년 1월 8일)

2023년을 미리 읽는다. (1)

세계화의 종말, 갈등과 분열, 그리고 전쟁.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평화와 공존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엄청난 위기감 속에서 사람들은 2023년을 두렵게 맞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 해가 저물어 갈 무렵이면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을 통해 10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그는 2023년을 표현하는 단어로 ‘(래빗 점프(RABBIT JUMP)’를 선정했고, 아울러 2023년을 전체적으로 아우를 키워드로 ‘평균 실종’을 꼽았다. 이틀에 걸쳐 그 이야기를 공유한다.

우선 2023년을 표현하는 단어로 ‘RABBIT JUMP’를 택한 이유를 김교수에게 직접 들어 본다. “교토삼굴. 교활한 토끼는 굴을 3개 파 놓아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약자인 토끼는 항상 포식자의 습격에 대비해야 하는 숙명이다. 2023년 같은 위기 상황에서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교토삼굴의 지혜가 필요하다.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교토삼굴’의 지혜로 기회를 잡아 토끼처럼 뛰어올라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거다.

그리고 2023년 우리 사회를 전체적으로 아우를 키워드로 ‘평균 실종’을 꼽았다. 그에 의하면,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하나의 ‘전형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한가운데 존재하는 ‘평균’ 주변에 수가 제일 많고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빈도가 줄어드는 완만한 종 모양의 이른바 ‘정규 분포’를 전제로 집단을 이해해왔다. 그래서 이 평균에 잘 맞추면 가장 다수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정규분포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 자주 거론되는 양극화가 대표적인 예다. 불경기에 사람들은 초 절약 상품을 찾지만 이와 더불어 초고가 명품 시장도 함께 크는 경향이 있다. 위축되는 것은 ‘평균적인 대중’ 시장이다. ‘평균 상실'의 시대에는 말 그대로 평균적인 무난함으로 버텨내기 힘들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평균 실종은 평균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어 평균을 내는 게 의미가 없어진 현상을 뜻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모든 사람에게 외면 받는 상품과 서비스가 될 확률이 커졌다는 거다. 그래서 그는 올해의 첫 키워드로 ‘평균 실종’을 내세웠다. 소득의 양극화와 사회 갈등과 분열이 세계적인 현상이 되면서 중간이 사라지는 시대, 평균을 뛰어넘는 대체 불가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해가 갈수록 평균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며 “2022년 키워드인 나노 사회, 2021년의 ‘멀티 페르소나’의 흐름과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양극화, N극화, 단극화가 심화되며 평균은 사회에서 큰 의미가 없게 됐다”며, “평균의 실종은 우리가 하는 일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함의를 갖고 있다. 그동안 다수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개발하고 다수가 선호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제는 시장을 더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2023년을 어둡게 보고 있다. '첩첩산중'이라는 거다. 지난 3년 내내 우리의 삶을 집요하게 뒤흔들고 있는 팬데믹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경기마저 나빠지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회복→성장→둔화→침체의 4단계 주기를 반복한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러 경기선행지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완연한 둔화나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문제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다. CPI(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980년대 이후 30년 만의 최고 수준을 보이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인 3.5%다.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실질가계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신용카드 미상환액은 늘고 있다. 거시, 미시, 생산, 소비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지표가 부정적이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소는 2023년 1·2분기에 미국 경제가 침체의 바닥을 찍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경세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미국 경기에 1·2분기 정도 후행 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우리 경기는 2023년 상반기 둔화 국면을 계속하다가 3·4분기에 바닥에 이를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2023년 내내 경제가 좋아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심지어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 정서도 심상치 않다. 개전 초기 곧 해결된 것으로 보였던 우크라이나 전쟁은 2023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의 측면에서 보면. 이 전쟁의 핵심은 ’언제 끝날까‘ 혹은 ’누가 이길 까'보다는 대(對)러시아 제재가 얼마나 어떻게 계속될 것인가의 문제다.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와 러시아의 유럽 가스 수출금지가 계속되어 유럽이 지속적으로 경제적 충격이 가해진다면 세계 경제에도 그 여파가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대만, 미국을 둘러싼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중국이 대만을 직접 침공할 가능성은 낫겠지만, 3국 간의 크고 작은 도발과 국지적인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딜레마를 풀어나가야 하는 2023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어쨌든 계묘년을 맞아 원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희망을 바라보는 눈길은 같을 것이다. 아무리 권력과 자본의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도, 유쾌하게 그 흐름을 비껴가면서 자신의 운명과 삶을 개척해 나가는 토끼의 지혜를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역사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기록했지만, 그것을 바꾸어 가는 것은 지혜로운 백성들이었다는 점을 기억하고 싶다.

나는 늘 "희망으로 가득한 가능성"을 꿈꾸며 산다. "가장 마지막에 죽는 것이 희망이다"라는 독일어 문장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주'님을 모실 때마다, 이런 건배사를 한다. 내가 '스페로(spero)!'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스페라(spera)!'라 외치게 한 후 마신다. 그 뜻은 '나는 희망한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희망하라!'이다. 이 말은 '나는 숨쉬는 동안 희망한다'는 라틴어 'Dum spiro, spero에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라틴어 한 구절에 'Dum vita est, spes est'가 있다. 이 말은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이다. 요즈음처럼 어울리는 다른 문장은 없다. 살아 남아야 한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기 때문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불행이다. 행복은 불행과 멀리 동떨어진 것 같지만 실은 짝패처럼 붙어 찾아올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한 불행을 피하기 위해 골몰한다. 술과 담배를 피하고 운동을 하며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행복학의 대가 조지 베일런트 박사에 의하면 행복해지는 조건 중 으뜸은 ‘고난에 대처하는 자세’다. 시인 잭 길버트는 이 지혜를 자신의 시에서 ‘고집스러운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회화는 ‘창작의 예술’이고, 사진은 ‘발견의 예술’에 가깝다. 흰 캔버스에 새로운 무언가를 채워 넣는 창작이 회화 작업이라면, 사진은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를 발견해 프레임에 담는 것이다. 행복은 사진 작업과 닮아 있다. 진정한 행복은 이미 우리 주위에 있는 행복을 발견해 내 프레임에 담아 나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시부터 행복해질 거야”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기다리는 한 시간이 불행이 될지 행복이 될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백영옥)


새해를 향하여/임영조

다시 받는다
서설처럼 차고 빛부신
희망의 백지 한 장
 누구나 공평하게 새로 받는다
이 순백의 반듯한 여백 위에 
무엇이든 시작하며 잘될 것 같아
가슴 설레는 시험지 한 장
절대로 여벌은 없다
나는 또 무엇부터 적을까?
소학교 운동회날 억지로
스타트 라인에 선 아이처럼
도무지 난감하고 두렵다
이번만은 기필코……
인생에 대하여
행복에 대하여
건강에 대하여
몇 번씩 고쳐 쓰는 답안지
그러나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재수인가? 삼수인가?
아니면 영원한 미지수(未知修)인가?
문득 내 나이가 무겁다
창문 밖 늙은 감나무 위엔
새 조끼를 입고 온 까치 한 쌍
까작까작 안부를 묻는다, 내내
소식 없던 친구의 연하장처럼
근하 신년! 해피 뉴 이어!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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