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은 M. CHAPOUTIER(엠 샤뿌티에) 와인 회사 이야기를 하려 한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점자가 있다. 이 점자라벨은 1990년 후반 프랑스 맹인협회와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앞을 못 보는 이들도 와인을 구입할 때, 원산지, 와인 이름, 색깔, 생산자, 빈티지 등을 알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이 와인 회사는 매년 '사랑의 포도수확(Vendange de Coeur)'이라는 행사로 전 세계 자원 봉사자들의 참여를 통해 기금을 마련하여 백혈병 환자들을 위한 골수 기증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프랑스 최대의 유기농 회사이기도 하다. 1991년부터 유기 농법을 도입하여, 현재 20 여종의 유기농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유기 농법(bio-dynamic)에 대한 철학으로 프랑스 와인의 'AOC(원산지 통제 명칭)' 시스템에 부합하는 농법과 포도 재배에 제초제, 살충제,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살아 있는 토양을 만들고 그 토양의 특성을 자장 잘 살린 최고 품질의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1808년에 창립된 명품 와인 회사로, 꼬뜨 뒤 론에서 프로방스, 랑그독 루씨옹에 이르는 12개 와인너리로부터 60 여종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주에서도 와인을 생산한다. 현재 사주는 7대 손 미셸 샤뿌티에이다. 그는 토양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낸 와인으로 음식과 조화를 중요시하며, 인 속에서 피니쉬 길고 구조가 탄탄한 와인의 생산을 중요시 한다.
꼬뜨 뒤 론에는 3대 와인 회사가 있다. 이 기갈(E. Guigal), 뽈 자블레 에네(Paul Janoulet Ainé) 그리고 엠 샤뿌티에(M. Chapoutier)이다. 오늘 소개하는 와인을 읽어 본다.
(1) 병목에 M. CHAPOUTIER(엠 샤뿌티에): 와인
(2) 2018: 2018년에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를 2018년 빈티지라 한다.
(3) 라벨의 이미지는 양조장 사진이다. 프랑스 와인은 이 양조장 이미지가 좋으면 와인도 좋다.
(4) Côtes du Rhône: 와인 이름이기도 하고, 포도의 원산지이기도 하다.
(5) APPELLATION D'ORIGINE PROTEGEE: 1등급 와인이란 말이다. 예전에는 '통제된'이란 뜻의 'controlée' 대신에 '보호받는' 뜻인 'protegée'를 사용한다.
(6) M, Chapoutier에서 병입하였다는 말이다.
오늘 아침, 스마트 폰에서 홍인혜 시인의 좋은 글을 만났다. 나도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우리는 놀 줄은 알면서 쉴 줄은 모른다. 우리는 실제 일상에서 내려놓는 방식을 잘 모른다. 주로 '일을 해 나가는' 기술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지만, 자신을 '내려놓는' 방식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않는다. 긴장을 푸는 방법이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하다. 나는 최근에 잘 사는 방법은 긴장의 양과 이완의 양이 균형을 이루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삶은 그러니까 '균형 맞추기'이다. 비슷한 양과 질로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와인을 알고 즐기는 것은 어쩌면 가장 값 싸게 이완하는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려면 와인을 알아야 한다.
이완이란 긴장을 푸는 일이다. 이는 진짜 '쉬는' 것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외부 자극 없는 시간 보내기'이다.산책이 좋다. 아니면 명상도 괜찮다. 쉰다는 것은 삶을 건사하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다. 불안과 우울, 압박감 같은 감정들을 다른 자극으로 눙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을 직시하고 다독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쉬지 못한다. 늘 비우려기 보다는 성취를 고민한다. 쉴 틈이 생기면 쉬는 게 아니다. 삶을 지탱하느라 들쑤셔진 마음을 다독거릴 재주가 없어 또 다른 자극을 주입한다.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대신, 정신이 쏙 빠지게 단 콜라 따위를 물려준다. 질리고 움츠러든 마음은 달콤한 흥분으로 덧씌워졌지만 그게 진정한 이완은 아니다.
이런 식이다. 각성상태가 나를 피로하게 하지만 제대로 이완하는 법을 모르기에 마취를 택한다. 삶을 지탱하느라 이어지는 흥분과 불안에 겨워 말잔치가 이어지는 예능을 틀어 두거나 아예 생각의 여지를 주지 않는 먹방 따위를 본다. 혹은 SNS에 접속해서 무한대로 펼쳐지는 타인들의 삶을 지문이 닳도록 문지른다. 그리고 알고리즘의 신에게 들려 무더기 같은 영혼으로 헤매다 동틀 무렵 어느 벌판에 쓰러져 잠들곤 한다. 홍인혜 시인의 솔직한 고백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어제 저심을 먹고 집에 오던 길에 만난 비둘기이다. 신축년으로 흰 소의 해라 말에 흰 비둘기가 눈에 들어 왔다. 우연히 찍은 것인데, '건너 가는' 비둘기이다. 다시 받은 백지 한 장, 올해는 균형을 찾는 일들로 가득 채울 생각이다. 그래 이 시를 공유한다.
새해를 향하여/임영조
다시 받는다
서설처럼 차고 빛 부신
희망의 백지 한 장
누구나 공평하게 새로 받는다
이 순백의 반듯한 여백 위에
무엇이든 시작하며 잘될 것 같아
가슴 설레는 시험지 한 장
절대로 여벌은 없다
나는 또 무엇부터 적을까?
소학교 운동회날 억지로
스타트 라인에 선 아이처럼
도무지 난감하고 두렵다
이번만은 기필코……
인생에 대하여
행복에 대하여
건강에 대하여
몇 번씩 고쳐 쓰는 답안지
그러나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재수인가? 삼수인가?
아니면 영원한 미지수(未知修)인가?
문득 내 나이가 무겁다
창문 밖 늙은 감나무 위엔
새 조끼를 입고 온 까치 한 쌍
까작까작 안부를 묻는다, 내내
소식 없던 친구의 연하장처럼
근하 신년! 해피 뉴 이어!
이어지는 프랑스 와인 이야기는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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