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걱정이 2022년에는 좀 나아지게 할 대통령이 되었으면 했는데, 엉뚱한 길로 들었다.
인문운동가의 시대정신
2019년은 유례 없는 정치적 대혼란의 한 해가 될 것 같다. 그 이유는 자유한국당이 역사상 가장 천박한 수구의 길을 치닫고, 민주당은 정체불명의 미로에 갇혔다.
지금 여당은 숫자의 힘보다 스스로 자신이 세상의 어디 쯤에 존재하는 지를 성찰해야 한다. 내부자들끼리 더욱 폐쇄적으로 뭉치면 기회조차 날라간다. 내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질문 워크숍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원팀을 위한 철학과 슬로건, 메시지와 소통을 재정립해야 하는 시점이다.
1.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장밋빛 환상은 늘 찾아올 때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정책 중심 축을 잃고 우왕좌왕한 결과이고, 박근혜 정부와의 상대평가 시간이 끝나고 절대평가 시간이 도래한 것도 주요 원인이다.
2. 경제정책의 실패는 보수언론의 프레임이다. 경제 정책의 세밀함과 철학적 일관성이 부족했다. 정책집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철학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을 이해관계로 접근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함께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 공동체의 숙명이라는 공화주의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했다. 프레임은 이랬다. 보수층은 좌편향으로 봤고, 중도층은 무능으로 읽었으며, 진보층은 배신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불평등의 시대를 대하는 철학의 부재가 낳은 결과이다.
3. 50대는 문재인 정부가 공정한 경제 구조라는 큰 틀에서 뭔가를 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재벌개혁은 손 놓은 채 자영업자를 핍박하는 프레임에 걸릴 만한 경제정책을 펼쳤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지나치게 개념적이어서 삶의 최전선에 있는 50대의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경제정책에 대한 다른 언어가 절실하다.
4. 20대에게 희망을 주는 담대한 구상이 필요하다. 청년세대는 기득권에 대한 박탈감이 분노에 가깝게 형성된 세대이다. 정부의 폐쇄적인 코드 인사도 박탈감을 키웠고, 실패한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설명 책임도 부족했다.
5. 관료들은 정권은 5년이고 재벌은 영원하다고 생각한다. 진보층은 큰 물고기만 빠져나가는 비현실적인 법률의 그물망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법과 민주주의가 자본에 의해 박탈당했다는 인식이 강하다. 전체적으로 정부가 진보적 아젠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6. 2019년에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 인사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2019년에는 새로운 정체성을 정립해야 한다. 정부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지지율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정부를 무능하게 인식하는 어떤 순간이다. 하루키의 표현을 빌리면, "추락하는 비행기에 앉아 있다면, 아무리 안전띠를 매도 소용 없다." 평형과 새로운 전진을 위한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
7. 지금 정부의 문제는 이벤트성 기획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철학과 기조의 문제이다. 기득권과 싸우라고 만든 정부인데, 스스로 이전 정권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스스로 기득권이 되어버린다면 지지를 받기 어렵다.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물어야 한다. 좋은 것 여러 개를 마구 나열하는 정부가 아니라 하나의 가장 어려운 포인트를 돌파하는 정부여야 한다. 권력의 기득권자가 환영 받으려면 잘못된 세상에 도전 하는 길 밖에 없다. 남북 문제는 하나의 돌파구일 수 있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8. 정치는 불가능의 예술이다. 불가능을 꿈꾸지 않으면 가능한 것조차 이룰 수 없다. 나아가 가능한 것만 꿈꾸는 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기득권 이익 카르텔을 강화하는 정치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질문을 해야 한다. 입보다 훨씬 더 많이 귀를 열어야 한다. 인사도 보다 개방적이어야 한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단기적 효과에 대한 중독, 마약같은 현실론에 대한 굴종을 넘어야 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최저임금은 보장되어야 하고 비정규직의 생명은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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