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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지족지족(知足之足), 족함을 아는 것이 가장 큰 족함이다.'

2153. 인문 일기의 인문 일지
(2022년 10월 23일)

노자 <<도덕경>> 제46장은 '만족하며 사는 행복한 삶' 이야기이다. '지족지족(知足之足), 족함을 아는 것이 가장 큰 족함이다'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만족을 깨달은 자가 진짜 부자이다.

天下有道(천하유도) 却走馬以糞(각주마이분): 천하에 도가 있으면, 전쟁터에서 달리던 말도 되돌려 똥 구루마를 끌게 한다. 또는 그 똥으로 농사를 짓는다. 또는 그냥 농사에 쓰인다고 하면 된다.
天下無道(천하무도) 戎馬生於郊(융마생어교): 천하에 도가 없으면, 아기 밴 암말조차 전쟁터에 끌려가 들판에서 해산을 한다. 군사용 말이 전쟁터에서 새끼를 낳는다. 

"각주마이분(却走馬以糞)"에서 "각(却)"은 '돌아 가다'는 의미로 쓰였고, "분(糞)"은 '거름을 주다', '농사를 짓다'는 의미로 쓰였다. 전쟁터를 누비던 말이 고향으로 돌아가 그 똥으로 거름을 주고 농사를 짓는 데 쓰이니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평화는 곧 도다. 그래서 천하에 도가 있으면 말의 똥이 거름으로 쓰인다고 했다. 다르게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전쟁터에서 달리는 말도 되돌려 농업에 쓰인다는 뜻으로 태평한 세월을 상징한다.

"융마생어교(戎馬生於郊)"에서 "융마(戎馬)"는 군사용 말을 뜻하며, "교(郊)"는 '성의 외곽'이라는 의미지만 여기서는 전쟁터를 뜻한다. '군사용 말이 전쟁터에서 새끼를 낳는다'는 것은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전쟁은 비도(非道)다. 그래서 천하에 도가 없으면 말이 교외에서 새끼를 낳는다고 했다. 도올 김용옥은 "융마"를 전쟁터에 끌려가서는 아니 될 "새끼 밴 암말(牝馬)"까지 끌려가 못 돌아오는 상황, 그리고 성밖 들판에서 융마를 해산하는 처참한 상황이라는 거다. 제30장의 "師之所處(사지소처) 荊棘生焉(형극생언) 大軍之後(대군지후) 必有凶年(필유흉년), 군사가 주둔하던 곳엔 가시 엉겅퀴가 자라나고, 전쟁 뒤에는 반드시 흉년이 뒤따르게 된다"를 연상케 한다.

노자의 반전(反戰) 철학과 탐욕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는 글이다. 전쟁이 발어지는 이유는 대개 지도자의 탐욕과 욕망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에 이겨서 얻는 이익보다, 전쟁을 일으켜 발생하는 근심과 재앙이 더욱 커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禍莫大於不知足(화막대어부지족) 咎莫大於欲得(구막대어욕득) 故知足之足常足矣(고지족지족상족의): 화는 족함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고, 허물은 갖고자 하는 욕심보다 더 큰 것이 없다. 그러므로 족한 줄 아는 것이 가장 큰 족함이다. 더 깔끔한 번역은 세상의 리더가 족함을 모르는 것처럼 사람에게 더 큰 화는 없다. 얻기를 계속 욕망하는 것처럼 사람에게 더 큰 과실은 없다. 그러므로 족함을 아는  족함이야말로 늘 족한 것이다.

여기서 "부지족(不知足), "욕득(欲得)"의 주체가 제후나 왕들이다. 전쟁이 발생하는 원인은 그들의 욕심 때문이다. 영토를 넓히려는 욕심, 재물을 약탈하려는 욕심이 사회적 혼란과 무자비한 살상과 같은 화를 불러오고 민생을 도탄으로 몰아넣는 허물을 남긴다. 그래서 화는 족함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고, 허물은 갖고자 하는 욕심보다 더 큰 것이 없다고 했다. 자신이 가진 영토와 재물에 만족하면서 평화롭게 살면 화를 당할 일도 없고 허물을 남길 일도 없다. 그래서 족함을 아는 것이 가장 큰 족함(常足)이라고 했다.  

지족(知足)은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깨달음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더 많은 것을 추구한다. 물질의 소유는 끝이 없다. 만족을 모르면 결국 끝없는 물질의 노예가 되어 힘들게 살아간다. 인간의 불행(禍)과 허물(咎)은 모두 만족을 모르고 탐욕에 빠졌을 때 찾아온다. 만족은 소극적인 행위가 아니라, 적극적인 인생의 전략이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정확히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적의 답을 찾아내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의 인생 전략이다.

그런 차원에서 내가 일상에서 '만트라'처럼 외우는 문장이 "지족상락(知足常樂), 수분자안(守分自安)"이다. 지인에게서 배운 거다. '만트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만'은 '마음'을 의미하고, '트라'는 '도구'이다. 만트라를 말 그대로 하면, '마음 도구'이다. 특정한 음절이나 단어, 문장을 반복하면 강력한 파동이 생겨 마음이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만트라는 나를 정신차리게 만드는 경종이다.

'지족상락'은 '족함을 알면 늘 즐겁다'는 뜻이다. 족함은 아는 것은 현재에 체념하거나 안주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재를 긍정하면서 밝은 내일을 위해 즐겁게 노력한다는 밝은 마음이다. 흔히 "지족상락(知足常樂), 능인자안(能認自安)"이라 한다. '능인자안'은 참고 견디면 편안히 지낸다'는 말이다. 나는 이보다 "수분자안(守分自安)'이 더 낫다고 본다. 이건 '자신의 분수를 지키면, 편안히 지낸다'는 말이다.

노자는 제33장에서 이미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다른 사람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고 스스로를 아는 사람은 밝은 사람이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 있는 사람이고 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많은 물질을 가진 사람은 부유하지만, 자신이 충분하게  갖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도(道)와 하나가 된 사람이다.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는  자기의 분수를 아는 사람은 그 지위를 오래 지속하고,  죽어도 잊혀지지 않는 사람은 영원하도록 사는 것이다."

노자의 철학은 '부쟁(不爭)'으로 간단히 말할 수 있다. '부쟁'에는 노자 사상의 핵심인 무위자연과 평화, 공정이 응축되어 있다. 자연은 무위하고 다투지 않는다. 가을은 겨울을 이기려고 다투지 않고 겨울도 봄을 이기기 위해 다투지 않는다. 가을은 때가 되면 묵묵히 자신을 비우고 겨울에게 때를 넘겨주고 겨울 또한 때가 되면 따뜻한 봄을 위해 자신을 버린다. 다투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가을이 있고, 또 다른 겨울이 있게 된다. 각자의 분수와 영역을 지키면서 서로 다투지 않기에 세상은 평화로워진다. 재물에 대한 욕심을 가지면 '분쟁(分爭)'이 발생하지만 욕심을 비우면 '부쟁(不爭)'하게 되고 세상은 공정해 진다. 이장을 한 편의 시(詩)처럼 읽어본다.

도가 있는 세상은
전투용 말이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에 쓰이고

도가 없는 세상은
아기 밴 암 말이 전쟁터에서 해산한다.

불행은 만족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고
허물은 더 가지려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다.

그러므로 만족을 알고 만족하면
언제나 만족할 것이다.

요즈음 우리 대부분이 스스로 가난하다고 느끼는 것은 끼니를 걱정하는 절대 가난 때문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으로 무엇이나 남처럼 가지려 하는 마음 때문에 생겨난다. 흔히 말하듯 '필요'보다 '욕심'에서 생기는 가난이다. 이럴 때 분수를 알고 자족할 줄 알면 빈곤감이 없어지고 자기에게 있는 것만으로도 부자처럼 느끼며 살 수 있다. 

정신 면에서도,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빈곤의 심리'이다. 이런 마음가짐은 '이 세상 좋은 것은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남이 가져가면 그만큼 내 몫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심리'이다. 그 반대가 '풍요의 심리'이다. '세상에 좋은 것은 많고, 풍요로워서 남이 성공하고 인정받아도 내 몫은 남아 있다'고 보는 심리이다. 이런 빈곤의 심리는 배타주의를 낳고, 풍요의 심리는 포용을 할 줄 알게 된다. 

어제 오후는 동네의 <안녕축제> 현장에 있었다. 오늘 아침 사진은 거기서 평화롭게 놀고 있는 두 어린이의 모습을 찍은 거다. 그곳에 간 이유는 <우리마을대학 협동합>이름으로 플리마켓(flea market)을 참가하기 위해서 였다. 뱅쇼(글뤼바인, vin chaud)를 가지고 나갔지만, 소득은 별로였다. 그러나 가을의 좋은 빛을 실컷 즐기다 왔다. 즐거웠던 그때를 생각하며, 오늘 아침은 가을 시를 한 편을 공유한다.


가을바람/김덕성

그래 
네가 아니면 

저 뙤약볕을 
누가 잠재울 수가 있었겠니 

그래도 
네가 무더위를 쫓아내니 
너무 고맙구나 

성큼 다가온 가을 
신선한 가을바람 불어오고 

햇살로 탄 고운 살결 
어루만져 주니 
그 감촉 
한결 기분이 상쾌하구나 

이에 더 
큰 행복이 
또 어디 있겠니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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