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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바닥/문태준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좋은 소식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젝트60>-60인의 거장을 만나다-에서 문태준 시인을 만난다고 한다. 그래 그의 시를 오늘 공유한다. 이 가을은 마음을 비운 첫 해라 다른 해의 가을과 다르다. 인생을 살면서 다가오는 위기들은 결국 자신이 고민하고, 자신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다음과 같은 3개의 '통'을 가지고. 공자의 '궁즉통(窮卽通)' - 힘든 일이 닥치면 한 판 붙는다. 노자의 '허즉통(虛卽通)' - 자신을 비운다. 손자의 '변즉통(變卽通)' - 시대에 맞게 변한다. 어쨌든, 삶은 지우며 살아가는 것이다. 삶도 자연처럼 싹트고, 꽃피고, 열매 맺고, 낙엽 지고, 때론 혹독한 시절을 보낸다. 자연의 순리와 같다. 늘 맑은 곳은 사막이다. 힘든 시절을 잘 견디면, 누구든 그 시간을 보내고 추억이란 이름표를 붙여 슬그머니 꺼내 보게 한다. 그리고 그런 시기가 또 온다 해도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바닥", 그거 실제로는 그리 깊지 않다.

바닥/문태준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
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
산 밑 뒤뜰에 가랑잎 지는 걸 보고 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
바람이 있고 나는 눈을 감는다
떨어지는 가랑잎이
아직 매달린 가랑잎에게
그대가 나에게
몸이 몸을 만질 때
숨결이 숨결을 스칠 때
스쳐서 비로소 생겨나는 소리
그대가 나를 받아주었듯
누군가 받아주어서 생겨나는 소리
가랑잎이 지는데
땅바닥이 받아주는 굵은 빗소리 같다
후두둑 후두둑 듣는 빗소리가
공중에 무수히 생겨난다
저 소리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러다 다 옛일이 되었다
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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