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작년 이 맘 때, 나는 매봉산지킴이 운동에 가, '피리 새'를 만들어, 그걸 불며 "가난한 새의 기도"를 했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난 어제 또 다시 나는 매봉산 지킴이 운동에 참여했다. 그렇게 해서 우린 우리 동네 매봉산 일원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대전 매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이 도시계획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저지했고 뜻을 이루었다.
『장자』를 펼치면, 물고기 "곤"이 변해서, "붕"이라는 새가 되는 이야기 나온다. 곤이 그냥 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긴 시간의 축적을 통해 크기를 키워야 한다. 크기가 커진 어느 날, 엄청난 에너지를 등에 업고 물고기는 상승한다. 상승하는 동력이 극점에 이르러 멈추는 순간, 존재 차원에 커다란 변화가이 일어나 새가 되는 것이다. 이는 노력, 아니 공력(功力)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이를 사자성어로 '積後之功(적후지공)'이라 한다. 이 힘은 일상을 지배하는 매일매일의 축적으로, 그리고 보통 시민들의 뭉친 에너지로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매주 금요일마다 참석하는 새통사의 어제 주제는 "왜 우리는 수소에너지를 생각하는가?"였다. 에너지가 '천하지대본야(天下之大本也-천하의 근본이다)'라는 것을 난 거기서 배웠다. 평상시 나는 과학이란 '원인에 대한 사고'로 정의한다. 다시 말하면, 원인을 파악하려는 사유 행위가 과학이라는 말이다. 라파엘로가 그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테나 학당>의 그림에 나오는 인물로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 영어권에서는 헤라클리투스)가 있다. 그는 '눈물의 철학자'로 불린다. 혼자 세상의 원인을 고민하느라 늘 '인상을 쓰며' 혼자였고, 그는 자연 법칙 네 가지를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 자연은 숨기를 좋아한다. 내 방식대로 말하면, 자연은 말이 없다. 즉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에게 자연은 discovery(발견)의 대상이다.
▪ 자연은 양면성이 있다. 오르막 내리막 모두 같은 길이다. 자연은 대립면의 꼬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역』에서 말하는 음과 양의 대립, 노자가 말하는 무와 유의 대립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자는 이것을 "유무상생(有無相生)'이라고 한다.
▪ 같은 강물에 두 번 빠질 수 없다. 잘 알려진 라틴어 문장이다. Panta chorei ouden menei. 모든 것은 변하고 그대로만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영어로 말하면 이렇다. Everything changs, and nothing remains still.
▪ 모든 것은 원리(logos)가 있다. 자연 현상은 원인에 의해 나타난다. Natura non facit saltum.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 자연은 점프하지 않는다. 자연의 작용은 연속적이다. 영어로는 이렇게 말한다. Nature makes no leap.
헤라클레이토스는 그리스 사상가로 소크라테스 이전 시기의 중요한 철학자이다. 그는 만물의 근원을 불이라고 주장했으며 대립물의 충동과 조화, 다원성과 통일성의 긴밀한 관계, 로고스에 주목했다. 이 때 불이 에너지가 아닐까? 인문운동가는 사랑에서, 비움에서 이 불, 아니 에너지가 나온다고 믿는다.
가난한 새의 기도/이해인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맑고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 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육체의 비만이 우리의 생활을 힘들게 하듯
영혼의 비만인 욕심과 집착이 우리의 영혼을 힘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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