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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와인의 색 평가하는 방법

사진:구글에서 캡처

오늘은 개별 와인을 읽는 대신에, 와인을 평가하는 방법 중 와인의 색 평가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와인을 잘 평가하려면 관능검사 훈련을 많이 하여야 한다. 관능검사란 와인의 색깔, 향, 맛을 보다 과학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래 전부터 활용되어 왔다. 품질이 좋은 와인은 철저한 관능검사에 의해 품질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회사의 와인들이다. 와인의 경우 색깔은 색상, 광택, 투명도 등을 평가하고, 향은 휘발성 향 물질을 평가하고, 맛은 혀에 의해 각각 감지되는 것을 평가하는 것이다.

와인을 마시기 전에 제일 먼저 와인의 빛깔과 투명도, 점도 등 와인의 외관을 눈으로 살핀다. 이러한 시각적 관찰은 와인의 특성과 숙성 정도, 와인의 원산지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하게 해준다. 그러면 와인의 외관, 즉 색깔을 평가하는 훈련 방법을 나열해 본다.
① 와인의 색상 자체를 자세히 관찰한다.
② 와인의 색의 밝기, 투명도, 선명도, 강도, 부유물 및 침전물의 정도 등 여러 관점에서 평가하도록 노력한다.
③ 잔에 담긴 와인의 가장자리를 주의 깊게 살펴 색상이 변했는지 여부를 파악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잔을 약간 기울여 살펴보는 것이 좋다.
④ 평소 보석에 관심을 갖게 되면, 와인의 색깔을 잘 구별할 수 있고, 게다가 보석과 비유하여 와인의 색을 잘 표현할 수 있다.

와인의 색깔을 프랑스어로 ‘로브(robe)’라 부른다. 로브는 우리가 입는 옷, 즉 드레스란 뜻이다. 와인이 옷을 입어 색깔이 나온다고 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와인의 색깔은 포도품종, 포도의 수확시기, 산지, 기상조건, 제조방법, 숙성기간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같은 종류의 와인이라도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병 속에서도 숙성을 거치면서 미묘하게 색깔이 변한다. 물론 와인의 보관 상태에 따라서도 와인의 색은 변한다.

일반적으로 와인의 색을 평가하는 부분은 색의 투명도와 색깔로 나뉜다. 다시 색깔은 색의 선명함과 색의 농도로 세분한다. 색의 투명도는 와인을 탁하게 하는 미세한 부유물질이 없이 맑고 윤이 나는 상태를 보는 것이다. 잔을 불빛(흔히 촛불)과 눈 사이에 놓고 빛의 투과 상태를 살펴 판단한다. 색의 선명함은 색깔의 균일성과 생동감이 도는 스펙트럼을 살피는 것이다. 잔을 기울인 상태에서 백지나 흰색 냅킨 등을 대고 불빛에 비쳐 관찰한다. 끝으로 색의 농도는 색깔의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붉은 색이라도 짙고 옅은 차이가 있다.

와인은 색깔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즉 레드, 화이트, 로제 와인으로 분류된다. 레드와인은 시간이 흐르면 색깔이 엷어진다. 다시 말하면 색깔을 잃는다. 반면 화이트와인은 색깔을 얻어 진해진다.
- 레드와인의 색은 초기에 짙은 자주색을 띠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색이 엷어지며 루비 색, 붉은색, 붉은 벽돌색, 적갈색, 갈색으로 변한다. 이런 현상은 일종의 산화과정이다. 와인이 산소와의 접촉을 통해 점차 색깔이 변하는 현상이다. 사과를 잘라놓은 후 먹지 않고 내버려두면 과육의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과 같은 이치이다.
- 화이트와인의 색은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물처럼 색깔을 느낄 수 없는 투명한 것에서부터 엷은 노란색, 연초록빛을 띤 노란색, 볏짚 색, 짙은 노란색, 황금색, 호박색, 갈색 등으로 변한다. 화이트와인의 경우 색깔이 엷다는 것은 병입한 지 얼마 안 된 영(young)한 와인이다. 이런 와인은 그만큼 가볍고 상쾌한 맛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프랑스 보르도의 쏘떼른느 지역 귀부와인으로 스위트한 화이트와인과 독일의 아이스바인과 트로겐베렌아우스레제급 화이트와인, 캐나다와 호주의 아이스 와인 등은 처음부터 그 색깔이 짙은 노란색 또는 황금색을 띤다. 로제와인은 엷은 핑크색에서부터 연어살색, 분홍빛의 장미색 등을 띈다. 화이트와인이든 로제와인이든 갈색이 느껴지면 맛이 이미 절정기를 지났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와인의 색을 보고, 우리는 그 와인의 산지를 어느 정도 알아낼 수 있다. 와인의 색은 포도껍질과의 접촉에 의해 생기는데, 껍질이 두꺼울수록, 또 기후가 따뜻한 곳일수록 그 색상이 짙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탈리아나 스페인 그리고 신세계 와인(칠레, 오스트레일리아, 남아공 등)들은 무덥고 햇빛이 풍부한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들었기 때문에 와인의 색깔이 서늘한 곳에서 생산된 와인의 그것보다 진한 편이다. 화이트와인의 경우에 북반구 지역 와인들은 약간의 녹색 빛을 띤 연한 노란색이다. 화이트와인의 색이 깊고 그윽한 진한 노란빛의 색조를 보인다면 따뜻한 기후에서 생산된 것이다. 또한 오크통 숙성을 거치면 일반적으로 색깔이 짙어지며, 산도가 낮은 와인은 더 빨리 색깔이 변한다.

와인의 색을 감상할 때, 투명한 와인 글라스에 1/4 정도로 와인을 따른 후 가급적 하얀 바탕 위에 약 45도 정도 기울여서 잔을 들여다보면 와인의 색깔이 스펙트럼처럼 퍼지는 것을 우리는 관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운데가 짙은 농도를 보여주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엷어지는 이 스펙트럼이 많을수록 잘 숙성된 와인이다. 이런 와인들은 더 복합적인 향과 맛을 낸다. 와인이 스펙트럼 없이 색상이 단조롭다면 젊은(young) 와인이다.

그 다음에는 글라스를 가볍게 스월링(swirling, 와인 잔을 돌려 소용돌이치게 하는 것을 말함)시켜 글라스 내벽을 따라 흘러내리는 방울의 흔적을 관찰하는데, 이 흔적을 보통 와인의 눈물(tears) 혹은 다리(legs)의 현상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 눈물이 유연하고 느리게 흘러내리면 품질이 좋은 와인이라는 평이 있다. 이와 달리 금방 흘러내려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 눈물은 와인의 힘(power)의 정도를 의미하는데, 알코올 도수가 높거나 글리세롤, 당의 함유량에 의한 결과이다. 바로 와인의 점성(viscosity)탓이다. 와인이 지니고 있는 점성이 진할수록 느리게, 유연하게 흘러내린다. 물론 이 점성이 반드시 와인의 품질과 직결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기호 면에서 이 현상을 즐기고 선호하는 와인 매니아가 많다는 점에서 좋은 와인의 한 유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당도를 높이기 위해 늦게 수확된 와인이거나 이런 성분들이 풍부한 와인은 그렇지 않은 와인보다 더 두드러진 눈물을 형성하고 잔에 떨어지는 속도가 더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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