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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선이란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느끼기에 좋은 것이다.

오늘 아침에 만난 내 인문정신을 고양시켰던 글을 좀 공유한다. 요즈음 아동 전문가로 알려진 오은영 정신과 전문의의 말이 눈에 띤다. 자신의 아들에게 했다는 말들이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실력을 늘리기 위함이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실력과 결과가 꼭 비례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결과에 따른 감정까지도 겪어내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좌절도 하고 마음도 아프다. 그 것까지도 끝까지 겪어보는 거다. 그럼 얻는 게 있다."  우리는 결과에 따른 감정까지도 겪어냈을 때, 비로소 실패를 인정하고, 포용하고, 성공의 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는 성적으로 살지 않아요. 꼴등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보는 것, 또 틀려도 한 번 더 풀어볼 용기로 평생 살아갈 태도를 배우는 거예요."

최선을 다해본다. 배철현 교수는 자신의 칼럼에서 '오늘'이란 시간을 후회 없이 지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를 물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최선의 삶을 위해 나에게 주어진 오늘은 일상(日常)이다. 내가 그 일상을 응시해 최선을 발견한다면, 그 일상은 특별한 일상인 비상(非常)이 된다. 만일 내가 그 일상을 방치하거나 흘려 보내면, 그 일상은 진부(陳腐)가 된다." 비상과 진부의 차이, 그거 참 크다.

비상이란 내 안에 숨겨진 천재성을 작동시키는, 나를 몰입시키는 위급이다. 인간은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는 힘을 발휘한다. 진부란 자신이 무엇을 지녔는지 모르는 상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기(肉)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고기를 소화해 에너지를 만들지 않는다. 그가 하는 일이란, 그 고깃덩이를 타인에게 진열(陳列)하고 자랑하는 일이다. 고기는 서서히 부패(腐敗)한다. 그는 서서히 진행되는 부패의 악취에 취해, 자신의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밴 줄 모르고 자신도 모르게 부패한다.

세네카는 동일한 인간이 선왕이 될 수도 있고 폭군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자신에 주어진 이상인 ‘명예로운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의 안녕을 위해 몸을 다스린다면, 그는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는 왕이 된다. 그러나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 탐욕에 눈이 먼 사람, 그리고 돈의 노예가 된 사람은 스스로를 폭군으로 만든다. 폭군은 누가 봐도 끔찍한 악취가 나 혐오스럽다. 고대 히브리어에 ‘선’이란 단어는 ‘토브’טוֹב인데 그 본래 의미는 ‘향기 나는’이란 의미다.  반면에 히브리어로 ‘악’이란 단어는 ‘라’רַע인데, 그 의미는 ‘악취가 나는’이다.

'토브'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 본다. 사람들은 자신이 번 돈의 양이 곧 자신의 인격이자 실력이라고 착각한다. 부를 관장하는 운명의 여신은 부의 편중을 싫어한다. 자신이 부를 쥐었다면, 자신보다 운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그 부가 자신에게 좀 오래 머물 뿐이다. 착각하며 정해진 순간을 사는 그리고 흙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우리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선행(善行)이다. 고전 히브리어로 '토브(tob)'는 구약성서에서 올리브 기름을 수식하는 형용사로 종종 등장한다. 그러니까 토브는 그 기름이 최상급인지 아닌지는 향기를 통해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최고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나 또는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반찬의 향기와 맛이 '토브'이다. 그리고 '토브'는 위대한 성악가의 아름다운 목소리이며, 예술가의 조각이나 회화, 대자연의 장관을 형용하는 단어이다. 그러니까 선(善)은 아름다움이고, 거짓이 아닌 진실된 것이다. 여기서 진선미(眞善美)가 다 만난다.

'토브'는 '보기에 좋고, 듣기에 좋고, 냄새가 좋고, 맛이 좋고, 촉감이 좋은' 상태를 말한다. 향기와 맛처럼,  그것을 접하는 상대방이 느끼는 '토브'의 선(善)은 내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접하는 상대방이 느끼는 어떤 것이다. 선이란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느끼기에 좋은 것이다. 그 기준이 절대적으로 상대방에 달려 있다.

오늘부터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다. 그리고 할 일들이 많아진다.  내 일상을 내가 주인이 되어 지배해야 한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이끌 때 변화한다. 주인이 된다는 것은, 현재의 자신을 응시하고, 그런 자신에서 유기해야 할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장려해야 할 장점을 찾아 일깨우는 사람이다. 그는 자기 응시를 하루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여긴다. 자신의 실존적인 위치를 정확하게 판단해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그 하나'를 끊임없이 찾아간다. 그는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희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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