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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나는 '근거 없는 낙천주의자'라고 말하고 다닌다.

나는 일주일 한 번씩 백영옥 소설가의 글을 찾아 읽는 것이 즐겁다. 기다려진다. 어제도 참 따뜻한 위안이 되는 글이었다.  "깨진 잔 속의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쏟아진 물 앞에서 운다고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깨진 잔을 치우고 쏟아진 물을 닦는 것뿐이다."  지난 일들을 후회하지 말고, 오늘부터 나를 다른 자아로 변화 시키는 것이다.

엎질러진 물을 어쩌겠는가? 그 어떤 경우에도 해결책은 지난 과거라는 나의 밖에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걸 믿어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이다. (1) 그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다는 것. (2) 컵은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것. (3) 깨진 컵을 주워 담고 쏟아진 물을 닦는 지금이 없는 한, 미래는 허상일 뿐이라는 걸 아는 일이다. 난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고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선 누군가를 원망하는 일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후 내가 겨우 알게 된 건, 모든 고통에는 '의미'가 있다고 믿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를 이겨낸 사람들에겐 항체라는 훈장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근거 없는 낙천주의자'라고 말하고 다닌다. 원래 타고난 것은 아니다. 내면의 평화를 통해, 초조함과 조급함을 몰아낸 인문정신으로 사유를 높였기 때문이다. 소설가 배영옥의 주장에 나는 동의한다. "낙천성은 운 좋게 타고나는 것이지만, 낙관성은 훈련으로 키울 수 있다. 애초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낙천성이 아니라, 스트레스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낙관성, 우리가 평생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은 그것이다."

그 다음으로 일상을 충만하게 하려면, 다른 이들과 관계를 따뜻함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슬픔이 끝나는 건 슬픔이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내 눈물을 닦아줄 누군가 옆에 있을 때 뿐이다." 그래 제아무리 언택트(untact) 시대라 해도 인간의 온도가 차가워져서는 안 된다. 우리에겐 365일 36.5도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지친 나를 위로하고 싶던 차에 소설가는 좋은 지혜를 주었다. "세상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좀 더 충만한 인생을 살아낼 수 있다. 위안은 찾아오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일에 가깝다. 공기처럼 늘 내 곁에 머물러 있지만 사라진 후에 기억하는 많은 것들이 그렇다. 깊은 내 불안을 잠재워 줄 존재는 그러므로 '내 안에 존재 했던 것들'이다."  그걸 발견하고, 소설가는 "세상엔 '기쁨만 넘치는 게' 아닌 슬픔도 함께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나는 그녀보다 더 나이를 먹었는데, 나는 이제 그걸 알았다. 오늘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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