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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전략적 묵상은 매일 아침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것이고, 운동, 산책, 독서와 같은 나만의 오락은 마음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즐기는 것.

다음은 배철현의 지난 <월요묵상>을 읽고 갈무리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의기소침해 있던 나에게 큰 위로를 준 글이었다. 세네카는 인생 말년에 폭군 네로 황제 밑에서 10년 동안 고문으로 일한 후, 은퇴하여 인생을 회고하는 편지를 쓴다. 그게 시실리 지방장관인 루킬리우스에게 보낸 124통의 편지이다. 그는 이 편지에서 인생의 역경을 맞이하여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우리가 살다 보면, 고통과 역경은 불가피하다. 인생이 고해이기 때문이다. 병 들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배신당하고, 가족이 화목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파산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고,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과 마주하는 상황들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들은 인생에서 예외가 아니라 다반사다. 불가피한 역경에 대한 불평이나 낙담은 상황을 더 악화시켜 우리를 소용돌이 속으로 삼켜버리기도 한다.

이 역경을 이겨 내기 위한 첫 번째 마음가짐으로 배철현 교수는 우리에게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을 할애하여, 그날 일어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을 깊이 묵상해보라고 권유한다. 그것은 마치 왕이 전쟁터에서 적군의 기습공격을 상상하여 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만일 왕이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여겨, 그런 공격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그는 전쟁에서 패할 것이다. 만일 미리 준비한다면, 기습공격이 와도, 그는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그런 자의 실력을 측정하는 관문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그런 미래의 어려움을 준비하여 대처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그런 어려움이 자신에게 다가올 줄 몰랐다고 변명한다. 만일 우리가 매일 아침, 15분에서 20분 정도를 할애하여 그날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전략적 묵상'을 삶의 중요한 일과로 만든다면,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와도 심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자가 될 것이다."(배철현) 나의 경우는 이게 아침마다 쓰는 <인문 일기>이다.

그리고 두번째로 이런 심적인 활동이 분명,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기 때문에, '전략적 묵상' 시간만큼 중요한 것이 '오락과 놀이'라고 배교수는 말한다. "철학자들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이 바로 '놀이'였다. 소크라테스는 종종 길거리에서 아이들과 놀았고, 에피쿠로스는 '정원'에서 친구들과 소박한 와인과 치즈를 즐겼으며 세네카는 정원 가꾸기를 꼭 필요한 일과로 여겼다. 오락과 놀이를 통해 우리는 마음을 친절하게 만들고, 이 친절을 통해 역경을 이길 수 있는 용기와 절제를 키울 수 있다."(배철현) 나의 경우는 저녁에 와인을 팔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와인을 마시는 일이 놀이이고 오락이다.

역경이 불가피하고, 미래에 일어날 최악의 상황을 '전략적으로 묵상'하고, 오락과 놀이를 통해 마음을 유연하게 준비한다면, 우리가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처방전을 복용한 셈이다. 만일 그런 역경과 고통이 한동안 닥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행운에 감사하고 고요를 즐기며 동시에 다가올 위험을 준비하면 된다. 그러나 인생의 위기가 닥칠 때, 관계가 끊어지고, 직업을 잃으며, 경제적으로 파산하고 죽음의 위협이 다가오면, 우리는 그것을 준비해온 인생의 회복력에 대한 시험으로 여길 것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인생은 회복력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세네카가 "고통이 없는 삶은 죽은 바다다"라고 말한 것처럼, 고대 철학자들은 역경을 원하지 않았지만, 말할 수 없는 역경에 처했을 때, 그것을 불행이나 저주로 생각하지 않고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 인간의 최선을 인생의 역경이 주조한 예술작품이라고 여겼다. 역경은 한 개인이 지닌 내적인 가능성과 잠재력을 일깨우는 총성이다. 불이 금을 주조하듯이, 불행은 용감한 인간을 조각하기 때문이다.

전략적 묵상은 매일 아침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것이고,  운동, 산책, 독서와 같은 나만의 오락은 마음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즐기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통해, 배철현 교수가 가르쳐준 대로, 역경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다.